[연재] 이희준 교수의 난임 클리닉
배아가 착상이 되어 임신이 유지되고 무사히 출산에 이르기까지 건강한 자궁은 필수입니다. 자궁벽은 크게 세 가지 층으로 나눌 수 있는데, 자궁 제일 안쪽의 자궁내막층, 자궁 제일 바깥쪽의 자궁장막층, 그리고 그 사이에 자궁근육층 등이 있습니다. 자궁근육층에는 자궁 근종이라는 양성 종양이 흔히 생기는데, 전체 여성의 30% 이상에서 발견되는 매우 흔한 질환입니다.
자궁근종이 생기는 원인은 아직 정확히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주로 호르몬 영향이나 세포의 유전자 이상 등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특히 자궁근종은 호르몬에 반응해 발생하는 종양으로, 체내 에스트로겐(estrogen)과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이라는 호르몬과 관련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체내 호르몬 작용이 활발한 가임기 여성에게 흔히 발생하며, 추후 나이가 들어 폐경이 된다면 체내 호르몬 생성이 안되므로 폐경 후 근종의 크기는 작아지거나, 또는 적어도 더 커지게 되는 일은 없습니다.
자궁 근종으로 인한 흔한 증상으로는 생리양이 증가하거나 생리 기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비정상적인 자궁 출혈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자궁 근종의 크기가 7~8cm 이상 큰 경우에는 비특이적인 골반통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근종이 방광이나 요관을 압박하는 경우에는 빈뇨, 배뇨곤란 등이 생길 수 있고 소화기관을 누른다면 변비나 배변통, 소화장애 등도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근종이 있어도 대부분 무증상인 경우가 많아 건강 검진 중 골반 초음파 등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제일 많습니다.
근종은 자궁 내 발생 위치에 따라 자궁 근육층내 근종(intramural myoma), 점막하 근종(submucosal myoma, 자궁내막으로 돌출된 근종), 장막하 근종(subserosal myoma, 자궁 장막층 바깥으로 돌출된 근종) 등이 있습니다. 특히 점막하 근종인 경우는 자궁내막으로 돌출한 형태의 근종으로 월경과다, 부정자궁출혈 등을 잘 유발합니다.
임신과 자궁근종의 관련성을 보면, 자궁근종의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자궁근육층이나 자궁장막층에 생기는 근종은 대개 난임의 원인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동반되는 증상이 없다면 수술적 제거를 고려하지는 않으며, 크기 증가로 인한 수술적 제거를 한다고 해도 임신과는 크게 관련성이 없습니다. 그러나 전체 근종의 5~10% 정도를 차지하는 자궁점막하 근종은 자궁내막으로 돌출되어 있어 자궁 내강의 형태를 변화시키고 또한 배아 착상에 방해가 될 수 있어 난임의 원인이 됩니다. 그리고 일단 착상이 되어 임신이 되었더라도 추후 유산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자궁근종이 있다고 해서 모두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연관된 증상이 없는 경우에는 특별한 치료 없이 주기적 관찰 정도만으로 충분하나, 심한 월경통, 자궁출혈, 난임, 복부 불편감 등이 있을 때는 반드시 치료가 필요합니다. 특히 난임의 원인이 되는 자궁점막하 근종이 있는 경우 근종 자체가 배아가 자궁내막에 착상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방해할 수 있으므로 수술적 제거를 통해 임신율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결국 치료는 환자의 연령, 근종의 크기와 위치, 임신의 여부, 향후 임신 계획 등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칼럼니스트 이희준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를 졸업했으며,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산부인과 전공의, 생식내분비(불임) 임상강사 수료 후 현재 차의과대학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여성의학연구소(불임센터) 교수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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