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연재]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오전 8시 40분. 회사 노트북 앞에 앉았다. 핸드폰과 노트북을 번갈아 보며 시간을 체크한다. 오늘은 우리 동네 새로 개원하는 국공립어린이집 입소대기 신청하는 날이다. 열심히 대기하고 있다가 오전 9시 신청페이지가 열리면 얼른 클릭하고 입소신청을 해야 한다.
유명한 아동 전문가나 인기 많은 육아 도서에서 항상 강조하는 게 ‘아이는 세살까지 부모 등의 주양육자가 돌보는 게 좋다’는 것이다. 아기 낳기 전에는 ‘지당하신 말씀! 백번 천 번 맞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말도 못하는 아이를 다른 사람 손에 맡기는 건 상상조차 못했으니까. 특히 나 혼자 아이 돌봐도 이렇게 힘든데, 여러 명의 아이들을 동시에 돌봐야 하는 어린이집 교사들은 얼마나 힘들까 싶어 내 손으로 키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돈 잘 버는 연예인도 아니고 부모 도움 받아서 부귀영화 누릴 형편도 안 되는, 그저 평범한 서민인 내가 고민하고 따질 문제가 아니었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을 생각하면 한푼이라도 벌어야 하니 누군가에게 아이를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 복직에 맞춰 당장 가까이 사는 시어머니에게 몇 개월만 아이 양육을 부탁했지만, 이제 그 몇 개월도 끝나가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낼 때가 된 것이다.
‘원장과 교사의 마인드를 봐라’, ‘장난감이나 교구가 넉넉한지 살펴라’, ‘급식사진도 봐라’.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전 살펴야 할 정보들이 차고 넘쳤다. 하지만 문제는 아이를 보낼 어린이집을 찾지 못했다. 아예 자리가 없다. 집 근처에 있는 가정어린이집, 민간어린이집, 국공립어린이집을 모두 수소문해서 대기를 걸었다. 만1세 5명을 뽑는데 아이 순번은 빨라야 11번, 늦으면 100번이다. 1년 전 대기 걸어놓은 국공립어린이집은 77번이다. 이 상태라면 올해 절대 어린이집에 보낼 수 없단 소리다. 매일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린이집 입소대기 신청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순번이 좀 빨라졌는지 확인는 것 뿐이다.
걱정과 근심이 가득한 내게 3월 개원한다는 국공립어린이집 소식은 한줄기 빛처럼 다가왔다. 밀린 대기신청도 없을 것이고 시간 맞춰 빨리 신청하면 운 좋게 보낼 수 있겠다 싶었다. 9시 ‘땡!’ 입소 전쟁이 시작됐다. 서둘러 신청버튼을 눌렀는데 오류가 났다. F5를 다시 누르고 아이 정보를 작성하고 제출하려는데 신청이 안된다. 올해부터 어린이집 입소대기 신청 가능 어린이집이 3개소로 제한된 걸 깜박한 게 실수였다. 이미 제한수를 초과해 더 이상 신청이 안 되는 것이다. “아악!! 안돼~~” 노트북 앞에서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내 모습을 보던 후배가 “수강신청하세요?”란다. 십여년 전에 하던 수강신청 같은 행동을 애 낳고 하게 될 줄이야. 서둘러 몇몇 어린이집을 정리하고 다시 국공립어린이집 신청 버튼을 눌렀다. 겨우 몇 분차인데 식은땀이 왜 이렇게 나는지. 결과는? 망했다. 5명 뽑는데 대기 번호 11번이다. “엄마들 손이 왜 이렇게 빠른 거야?!” 나와 같은 마음으로 기다렸을 엄마들에게 괜한 투정을 해본다.
전국의 어린이집이 4만2000여 곳. 이 많은 어린이집 중 우리 아이 하나 마음 놓고 보낼 곳이 없나 속상한 마음이 들고, 꼭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아이를 회사에 데리고 출근해야 하나? 아침부터 대한민국 ‘어린이집 전쟁’을 몸소 경험하니 힘이 쭉 빠진다. 제발 어린이집에 빈자리가 나기를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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