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우리 아기, 배 속에서 얼마나 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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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이기 전에, 워킹맘이기 전에 '나'

"나를 알아야, 일과 육아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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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워킹맘의 일과 육아 저글링, 어떻게 할 것인가

출산과 휴직 그리고 복직, 워킹맘으로 최근 3~4년을 정신없이 달려오다 몇 해 전 개인적인 이슈로 '나' 스스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늘 오늘 하루 어떻게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일을 할지 보스에게 어떻게 보고하며, 팀원들에게 어떤 가이드를 줘야 탈이 없을까 생각하다 정신없이 퇴근해서는 아이를 돌보고 어질러진 집을 치우고 쓰러져 자던 생활을 반복하던 생활형 워킹맘인 내게 이런 고민은 사치가 아닐까도 싶었다.

스스로를 탐구하고 관찰하여,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또 앞으로 어떤 소신을 가지고 살 것인가를 생각해보자. ⓒ김신희
스스로를 탐구하고 관찰하여,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또 앞으로 어떤 소신을 가지고 살 것인가를 생각해보자. ⓒ김신희


하지만 나는 과연 어떠한 사람일까,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 그래서 무엇을 위해 살까, 어떻게 살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이런 류의 고민은 청소년기에다 끝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사십 년 가까이 살면서 이러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학창시절에는 전형적인 모범생으로, 부모님의 착한 딸로 살았고 결혼 후로는 또 그에 맞는 역할들을, 직장에서도 요구되는 역할들을 충실하게 해왔던 나란 인간에게 나는 어떤 사람인지 탐구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한국의 유교식 교육관, 학교는 조용히 공부 잘 하고, 말 잘 들고, 튀지 않기를 바란다. '스스로를 알기'라는 어젠다를 던져주지도 않았다. 이걸 스스로 생각해서 고민하기에는 한국인으로서의 삶이 너무 숨 가빴다.

아이를 낳고 본직해 본격적인 워킹맘이 됐을 때는 이런 어젠다는 생각하는 것이 사치일 정도로 무리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눈치를 보느라 심장이 오그라들고, 스트레스가 이온음료처럼 온몸으로 퍼지는 경험이 일상이 됐다.

엄마가 돼 가뜩이나 불안감이 커졌는데, 무슨 일이라도 날까 봐 노심초사하느라 머리와 마음이 늘 꽉 차있다. 종종 아이를 돌봐주시는 가족의 눈치를 보는 것은 물론 파트너이자 동지이지만 아이 아빠의 민원(?)도 처리해줘야만 할 것 같았다. 내 편은 하나 없는 것 같은 감정적 사면초가에서 살아왔던 경험이 대체 무엇을 위해 나는 이렇게 살고 있는가, 나는 대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에까지 다다르게 한 것 같다.

이 고민의 과정에서 나는 무엇보다 많이 적었다. 이런저런 글들을 원래 쓰기는 했지만 아침마다 일기를 썼고, 내 감정의 변화와 나는 어떤 가치에 반응하는 사람인지, 뭐가 중요하고 안 중요한지 등 이러한 것들을 적었다.
몸 상태에 대해서도 적었다. 특히 출산 이후에 면역력이 떨어져서 감기, 몸살, 어지럼증을 달고 살았는데 이렇게 계속 적어서 기록해보니 패턴도 발견했다. 특히 환절기나 일이 몰리는 상황에서 스트레스받으면 배가 아픈 증상이 심해진다는 것을, 해가 짧아지는 시기에 좀 더 감정적으로 예민해지는 것까지도.

그전에도 느낌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꼼꼼하게 적어보니 나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가 모여 다시 환절기가 돌아올 때는 조금만 감기 기운이 있어도 더 심해지지 않게 더욱 신경을 쓰고, 가끔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어지러울 때는 이 데이터에 있는 패턴을 믿으며 이는 곧 지나가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성장해온 과정, 인생의 경험에서 겪었던 마음앓이를 다시 마주하며 좋은 기억, 나쁜 기억 모두가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자양분임을 깨달았다.

워킹맘이 된 이후로는 가족들에게 육아 도움을 받지 못 하는 고달픔 그리고 아무도 나를 제대로 이해해주지 않는 것 같은 원망도 내려놓고 나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았다. 이런 나를 확실히 바라보게 되니, 엄마로서의 나, 그리고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나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지 각각의 역할에 적절한 기대수준도 다시 세팅할 수 있게 됐다.

그러고나니 생활에 소신이 생겼다. 아이를 기르는 일도 늘 하던 업무도 좀 더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되었고, 착한 딸, 일 잘 하는 직원, 누군가의 며느리, 아내, 엄마의 역할을 모두 잘 하려고 늘 눈치만 보고 속만 끓이던 일들 앞에 내 소신을 말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그리고 그 소신언행에 대해 그들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것도 걱정하지 않게 됐다. 나는 누군가의 가족의 일원으로서 말을 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합리적이라고 믿는'나'의 소신을 말했기 때문에 이에 대해 비난을 하든, 부정적으로 생각하든 그건 그들의 문제이고 그들이 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일인 것이다.

안다. 워킹맘으로서 많은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런 소신행동을 하기 무척 어렵다는 것을. 그러나 내가 바로 서야 엄마인 나도, 워킹맘으로서의 나도 바로 선다.

워킹맘이라면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아이는 울며 매달리고, 회사에서는 상사의 만족을 얻어내지 못 한 업무 때문에 질책을 받고, 집에서 아이를 돌봐주시는 가족에게 잔소리를 듣고, 이런 상황에서 단 한 사람 내 편이었으면 하는 남편마저도 남처럼 느껴지던 날. 그러나 이런 날에 진정으로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은 결국 스스로일 뿐이다. 내가 바로 서야 어려운 날에도, 좋은 날에도 나 스스로를 위로라고 칭찬할 수 있고, 엄마로서도 일하는 사람으로서도 바로 설 수 있다.

지금 워킹맘으로서의 그 어깨가 너무 무거운가? 너무 무거워서 오히려 생각할 틈조차 없다면 오히려 모든 것을 잠시만 내려놓고 나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스스로를 탐구하고 관찰하여,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또 앞으로 어떤 소신을 가지고 살 것인가를 생각해보자.

*칼럼니스트 김신희는 초보 워킹맘의 일과 육아 고군분투기 ‘워킹맘의 딸’의 저자이며 14년 차 직장인이자 다섯 살 된 딸을 키우는 엄마다. 일하느라 결혼 7년 만에 아이를 낳고 다시 복귀해 치열하게 일하고, 아이를 키우고 있다. 아이의 성장과 동시에 스스로도 성장하고 싶은, 그래서 행복하기도 하지만 괴롭기도한 이 시대의 전형적인 워킹맘. ‘워킹(Working)’으로는 오랫동안 경영 컨설턴트였고, 지금은 외국계 소비재 회사의 디지털마케팅팀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맘(Mom)’으로서는 꿈이 엄마이자, 육아좀비, 그리고 동네 아줌마다. 사람들 만나기를 좋아하고 이야기하기를 좋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함께 하고싶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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