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영의 MOM대로 육아]엄마는 왜 다른 아이와 비교할까?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아이임에도 조급한 맘 뿐인 초보엄마
[연재] 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우리 아이 키가 너무 작아서요. 비타민이나 칼슘제 이런 거라도 먹여야 하나요?”
아이와 찾은 소아과. 진료실 안에서 새어나온 한 엄마의 목소리였다. “그런 거 안 먹여도 다 큽니다”라는 의사의 대답과 함께 진료실 밖으로 나온 엄마와 아이. 원하는 대답을 못 들었는지 실망스런 눈빛이 가득하던 엄마는 아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아이는 내 아이를 발견하고는 우리 쪽으로 아장아장 걸어왔다. 딱 봐도 막 돌이 지난 것 같았다. 그런데 당시 17개월인 우리 아들보다 키가 더 큰 게 아닌가? 순간 내 아이와 자신의 아이를 번갈아 바라보던 그 엄마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새어나오는 것 같았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할 때가 많다. 나를 비롯한 많은 엄마들은 내 아이가 평균 아이들처럼 잘 성장하는지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아주 크다. 오죽 하면 포털 검색창에 ‘18개월’만 쳐도 ‘18개월 키’, ‘18개월 몸무게’, ‘18개월 발달’ 등이 주르륵 나올까. 비교만큼 나쁜 게 없다는 걸 우리들은 어릴 적 경험을 통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를 다른 아이와 비교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내 경우 돌이 되기 전까지는 아이 몸무게에 집착했던 것 같다. 아이는 출생 당시 몸무게가 2kg대로 또래보다 작았다. 난 다른 아이들이 몇 kg인지, 지금 우리 아이 몸무게가 괜찮은 건지 끊임없이 검색했다. 발달 상태도 마찬가지. 배밀이를 하는지, 똑바로 앉는지, 기는지, 12개월쯤에는 걸음마를 시작하는지 참 많이도 궁금해 하고 걱정했다. 돌이 지난 후에는 그 많던 걱정이 좀 줄었다 했는데 유독 아이 키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마트나 공원에 가면 우리 아이와 비슷한 또래 아이를 자주 만나게 된다. 아이들은 친구라는 걸 감지하고 빤히 쳐다보며 서로에게 집중한다. 아이들 뒤에 선 부모들은 “친구네, 친구” “안녕~해야지”라고 말하며 아이들의 만남을 지켜본다. 이때 “몇 개월이에요?”라는 말이 누군가의 입에서 나오고 대답이 이어지면 나도 모르게 우리 아이와 다른 아이의 머리 위치를 비교하게 된다. 우리 아이 키가 더 크거나 비슷하면 ‘다행’이라 안도하고 키가 작으면 하루 종일 속이 상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만의 속도대로 아무 탈 없이 잘 자라고 있다. 그 속도가 다른 아이보다 조금 느리다고 해서 잘못된 게 아니다. 아이는 그저 해맑게 웃고 잘 지내는데 부모들은 괜한 걱정에 시달린다. 나 또한 그런 엄마였고 지금도 그렇다. 사실 조금만 생각하면 기우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우리 아이는 바닥에 혼자 앉아 있는 것보다 잡고서는 걸 먼저 했다. 문화센터에 가서 수업을 들으면 또래 아이들은 기다가 혼자 앉아 있는데, 우리 아이만 허리 힘이 부족해 앞으로 고꾸라졌다. ‘왜 우리 아이만 앉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언젠가 아이는 혼자 힘으로 우뚝 앉았다. 돌이켜보면 걱정한다고 아이가 갑자기 서거나 말을 하는 것도 아닌데, 아이의 발달을 확인한다는 이유로 비교하고 그 비교 결과에 속상해하고 결국 죄책감까지 느꼈던 것 같다. ‘내가 잘 못 키워서’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갖고 우울해했다.
아이는 다른 아이와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하고 하나뿐인 존재다. 어른들은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잊을 때가 많다. 천천히 가도, 늦게 가도 괜찮은데 항상 남보다 빨리 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배우면서 살아왔고, 그걸 우리 아이에게도 은연 중 바라왔던 것 같다. 오직 어른들이 추구하는 기준을 가지고 아이를 괴롭히고 자신 또한 괴롭혔다. 문득 서점에서 봤던 책 제목이 떠오른다.
‘아이는 느려도 성장한다.’
나 뿐 아니라 많은 부모들이 이 사실을 잘 기억했으면 좋겠다. 재촉하지 않고 아이의 순간순간의 성장을 바라보며 지지해주는 그런 마음의 여유. 이제라도 그런 여유를 가진 부모로 성장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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