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어린이집 CCTV 설치 논란 - 반대편
[특별기고] 어린이집 CCTV 설치 논란 - 반대편
  • 기고/심선혜
  • 승인 2011.12.21 13:17
  •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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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실 내 CCTV 설치, 이게 최선입니까? 교사대 아동비율을 낮추고 더 나은 보육을 꿈꾸자

[찬반토론] 어린이집 CCTV 설치 논란
 
베이비뉴스는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 근절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어린이집 CCTV 설치 방안을 두고 찬성과 반대 입장을 듣는 지면 토론을 진행합니다.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심선혜 보육분과장이 보내온 찬성 기고를 싣습니다. 베이비뉴스 종이신문 2012년 1월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나는 보육노동자들의 안녕하지 못한 현실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영유아기의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들임에도 누적된 스트레스가 자살 충동을 경험하게 할 정도로 고위험군에 속해 있기 때문에 보육노동환경개선은 무엇보다도 시급함을 강조한다.

 

얼마전 뉴스를 통해 어린이집교사의 폭력행위가 담기 CCTV 화면이 공개됐을 때 너무 속상하고 가슴 아팠지만 곪은 부위가 터졌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하지만 교사들을 비난만 하던 예전과는 조금 달라진 반응이 반가웠다. 어린이집 교사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조명한 기사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저임금, 장시간노동자라는 것을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 틈에 어김없이 끼어있는 이야기는 ‘CCTV설치 의무화 추진’이다. 왜일까? 왜 열악한 현실을 모두가 알면서 그 현실을 개선하는 것으로부터 답을 찾지 않고 안전과는 전혀 상관없는 CCTV설치만을 대안으로 보는 걸까하는 안타까움이 크다. 부모들의 마음을 알기에 보육실내 CCTV설치 반대를 이야기 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나는 왜 그것에 반대해야 하는지를 말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CCTV가 설치된 후. ‘집에 가면 집에서도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 것 같다.’ ‘어딜가든 CCTV가 설치돼 있는지 확인하게 되는 불안한 습관이 어느새 생겼다.’, ‘CCTV 때문에 출근하기가 싫다.’는 것이 우리들의 이야기다. 이렇게 느끼는 교사들에게 ‘그러면 그만둬라!’라고 말하면 그만인 것이 아니다.

 

보육교사는 쉬면서 일할 권리 자체를 박탈당한 채 이용자 중심의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에 지친 건 둘째치더라도 너무 많은 아이들을 부드럽게 혼자 감당해내기가 정말 쉽지 않다. 가식적으로 웃고, 거짓된 서류를 만들어 내는 것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든 것은 더 견디기 어렵다. 서류중심의 평가인증과 감사는 제대로 된 보육을 방해하고 있다.

 

아이들을 방치해 놓고, 먹지도 않은 음식을 먹었다고 기록해야하고, 오지도 않은 아이를 왔다고 출석 체크 해놓아야 한다. 정부의 인증을 받은 시설이고 CCTV가 설치돼 있다고 해서 폭력이 없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한 사건이라고 본다. 어린이집은 그곳에서 일하는 98%가 여성이고, 제대로 탈의할 곳도, 제대로 쉴 곳도 없는 일터이다. 말 한마디 옳게 했다가 해고당하고 왕따가 돼 버리는 곳이다.

 

근로기준법보다도 원장의 법이 더 우선인 이런 곳에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매일이 힘겨운데 이제 24시간 머리위에 CCTV까지 달고 일하라고 강제하려고 하는가. 인권을 짓밟는 CCTV 설치 요구를 너무 쉽게 하는 우리 사회가 원망스럽다.

 

나는 뭇매를 맞을 각오로 단호하게 이야기 한다. 보육실내 CCTV는 악(惡)이다. 보육의 질을 높이는 것과는 아무 상관없는 이것이 안심보육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옳지 않다.

 

CCTV가 어떤 사건의 전후를 밝혀내는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상황 전부를 밝혀내지는 못한다. 위험한 놀이를 하는 아이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은 교사이지 그 아이를 찍고 있는 CCTV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권력을 가진 자의 필요에 의해 얼마든지 편집돼 사용될 수도 있다. 어린이집 교사의 폭행은 어떠한 경우에도 발생해서는 안 되는 일이며 폭행을 가한 교사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데 공감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왜 계속 반복되는가에 대한 상황과 배경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폭행을 자행한 교사들은 CCTV가 있었던 것을 모르고 있었을까? 알면서도 폭행을 멈출 수 없었던 것은 단순히 그들의 자질 문제였을까? 교사의 자질에 채찍질을 하고 보육교사자격정지와 CCTV를 설치하자는 말로, 반복되는 이러한 문제를 떠들썩거리게 한 채 스쳐지나갈 것인가? 이번 사건으로 조금 더 확실해 진 것은 오히려 CCTV설치만으로는 안심된 보육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 역시 2년 전 원장이 교사들의 동의 없이 CCTV를 설치한 것에 항의를 하다가 퇴사하게 됐다. 다양하게 열악하기로 유명한 환경 속에서 ‘욱’하는 감정들을 식혀 가며 힘겹게 돌봄 노동을 했었다. 그래도 즐거웠었다. 아이들과 얼굴만 마주대도 이유 없이 웃음이 터져 나와 서로 껴안고 뒹굴고, 친구의 물건을 수시로 집에 가져가는 아이의 엄마와의 진정어린 상담으로 아이의 마음을 옳게 읽어 낼 수 있었던 시간들을 경험해 봤기에 난 여전히 CCTV없는 어린이집 교사를 꿈꾼다.

 

사람이 사람과 관계를 만들어 가면서 서로 성장해 가는 곳이다. 감시와 의심을 앞세우지 말고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을 함께하자. 폭력 없는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한 첫 걸음을 CCTV설치가 아닌 교사대 아동비율 낮추기 등의 옳은 대안으로 내딛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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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a**** 2013-03-23 00:40:00

반대 입니다.
저는 유치원교사, 학원강사, 그리고 어린이집교사를 모두20년을 했던 사람 입니다. 여러 연령대의 아이들과 지내본 결과 영유아가 있는 어린이집에서 근무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아기들과의 소통이 간단 하면서도, 1:1이면 너무 간단한데, 여러아이들과 있으면 한아이만 쳐다보는것이 아니라 소통이 어렵고, 어린이집의 업무가 만만치 않아요, 행정업무도 많지만, 평가인증에 점검에 재교육에 교사로서 행복하기보다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게되고, 아파도 대신 근무할 사람이 없어서 쉴수도 없었고, 아이들에게서 눈을 땔수 없다보니 화장실도 못가 방광염과 싸우고, 점심을 코로먹는지 입으로 먹는지 소화도 안되고 스

smyon**** 2011-12-24 14:23:00
교사들의 열악한 환경은..
원장들이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나라에서 보조받은 금액도 많은데 원장들이 부려먹고 많이 주질

sksx**** 2011-12-21 22:58:00
애매하죠..
선생님과 부모님들과의 믿음!
몇몇의 불성실한 선생님때문에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sungmi**** 2011-12-21 22:15:00
그쵸.
입장의 차이인거죠
선생님들은 아무래도 인권문제로 얼굴을 붏히시는거고
또엄마들의 입

1004go**** 2011-12-21 21:57:00
입장차이
엄마들은 찬성..선생님들은 반대..
결혼해서 애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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