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이정수의 ‘결혼수업’
이정수의 결혼수업 4교시를 시작하겠습니다. 어느 날 닭갈비집이었습니다. 우리 가족이 외식을 하고 있는데, 바로 옆 테이블에 풀 착장을 한 남녀가 와서 앉습니다. 누가 봐도 둘은 오늘 소개팅을 하는 자리였습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최대한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우리 가족들과 이야기는 하고 있지만, 옆 테이블의 꽁냥꽁냥한 대화가 자꾸 귀에 들어왔습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자꾸 듣게 되더군요.
아마 오늘 이 닭갈비집은 여자가 선택한 것 같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메뉴가 마음에 드냐는 질문을 남자에게 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멋을 낸 남자의 입장에선 메뉴의 선택이 맘에 안 들었을 수도 있는데, 좋답니다. 풋풋합니다, 풋풋해! 아무튼 더 이상 옆자리 이야기를 듣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서 귀를 접었습니다.
그때 반대쪽의 테이블에도 한 커플이 들어왔습니다. 결혼한 지 한 10년은 더 되어 보였습니다. 아주 편한 복장의 두 분은 앉아서 별 말이 없습니다. 그냥 주문하고 잠시 스마트폰을 만지작하고 어색하게 있습니다. 곧 음식이 나왔습니다. 역시 별말 없이 맛있는 건지 아닌지 표정으로 식사를 하십니다. 그 집이 그래도 맛집인데 말이죠. 그리곤 우리 식구보다 빨리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어쩌면 오래된 커플들이 거의 다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꼭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생겼습니다.
결혼을 하면 데이트의 기회도 적어지고, 준비시간도 줄어듭니다. 최대한 편한 복장으로 아주 편한 비주얼로 나가는 경우가 많아지죠. 이런 편안함이 결혼의 한 장점이라고도 할 수 있죠. 하지만 이렇게 너무 편한 동행을 데이트라고 하긴 좀 서운합니다. 뭔가 데이트란 단어가 가진 설렘은 편한 동행과는 좀 거리가 있죠.
데이트는 데이트답게 하세요. 안 그래도 얼마 있지도 않은 기회인데, 대충 세수만 하고 나서지 말고 멋도 좀 내고 서로에게 멋지고 예쁘게 보이도록 노력하셔야 합니다. 그럼 그냥 밥만 먹고 돌아올 일도 괜히 한두 시간 더 시간을 즐기다 올 수 있고 사진이라도 한 장 더 찍어서 추억을 만들 수 있습니다.
기억하세요. 연애 초기 때 다 느꼈던 일들입니다. 결혼 후에도 사랑을 이어가는 방식은 연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단지 편안함에 젖어서 물 흐르듯이 흘러가버리면 사랑도 그냥 그대로 흘러가 버리고 말 겁니다.
‘사랑은 식었다’고 느끼는 것은 사랑하는 방법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랑했던 방법들이 변하지 않고 이어지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그래도 데이트하는 순간만큼은 잘 신경써보세요. 사람에게 기회가 오면 잡아야 하잖아요. 결혼생활에서 사랑을 재 점화하는 기회가 데이트입니다. 잘 잡으세요. 5교시 때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칼럼니스트 이정수는 ‘결혼은 진짜 좋은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가며 살고 있는 연예인이자 행복한 남편, 그리고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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