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어", "노력하면 돼" 아이에겐 부담
"할 수 있어", "노력하면 돼" 아이에겐 부담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7.06.08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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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자책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어···아이 그대로 인정해줘야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연재] 아이를 위한 공감과 존중의 심리 육아


우리는 아이들의 마음을 존중하고 공감할 자세가 돼 있을까? 부모라는 이유로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진 않았을까? 아이들은 부모가 믿는 만큼 성장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마음을 지킬 수 있도록 옆에서 길잡이가 돼주면 된다. 화제의 신간 ‘스스로 마음을 지키는 아이’(송미경(힐링유)·김학철 지음, 시공사)와 함께 아이를 위한 공감과 존중의 심리 육아를 연재한다.


# 다섯 살 달님이는 한복 마니아다. “엄마, 나는 한복이 제일 좋아요”라며 하원 후 집으로 돌아오면 무조건 한복으로 갈아입는다. 그런데 얼마 전에 물려받은 전통 한복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고름이 계속 풀어지는 것이었다. 엄마가 고름 매는 법을 알려주며 “노력하면 안 되는 건 없어. 연습을 많이 하면 혼자 맬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해줬다. 아이는 최선을 다해 이리 꼬고 저리 꼬며 “이렇게 하면 돼요?”라고 연습했지만 계속 잘 안되자 엉엉 울었다. “달님아, 천천히 잘 봐봐. 이건 이렇게 하는 거야. 이렇게 하니까 되잖아. 노력하면 할 수 있는데 왜 자꾸 못한다고 그래?”라며 반복해 알려줬지만 아이는 아무리 연습해도 안 된다며 울기만 했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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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아이에게 “조금만 노력하면 돼”, “넌 할 수 있어!”라며 수시로 자신감을 심어주려 한다. 하지만 매번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부모를 바라보는 아이의 마음을 한 번 생각해보자. 부모의 말이 좋게만 들릴까?


화제의 신간 ‘스스로 마음을 지키는 아이’(송미경(힐링유)·김학철 지음, 시공사)의 저자는 “아이가 할 수 있을 거라 말하는 건 부모가 추측한 것이고 기대일 뿐이다. 실제 아이는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스스로 마음을 지키는 아이’는 100만 엄마들의 지지를 받은 육아 블로거 ‘힐링유’와 정신과 전문의 남편이 세 아이를 키우며 함께 쓴 공감과 존중의 육아이야기를 담고 있다.


글쓴이는 “이런 사실을 부모가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부모 생각에 맞춰 아이가 해내기를 강요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엄마가 분명 나는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왜 안 되지?’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왜 못하는 걸까?’라고 생각하며 자책하고 자기비하를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부모가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한 말이 아이에겐 오히려 자책과 자기 비하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부모가 분명히 노력하면 된다고 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니까 속상하고 그런 자기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것이다. 또 엄마한테 계속 부탁하는 게 구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도 부모가 계속 할 수 있다고, 왜 노력을 안 하냐고 하면 아이 마음은 편하지 않다.


부모 중에 “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서요”, “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친구를 잘못 만나서요”라고 말하는 경우를 보자. 엄마의 생각은 아이에게 그대로 전해지고 그 생각을 전달받은 아이는 혼란스럽다. 아이는 ‘엄마 말을 들어보면 분명 난 머리가 좋은데 왜 공부를 못하지?’, ‘머리가 좋은데도 공부를 못하는 걸 보면 천성적으로 노력을 하지 않는 게으름뱅이인가봐’ 이런 식으로 자기를 비하하는 것이다. 나아가 ‘내가 노력을 했는데도 성적이 잘 안 나오면 그땐 어떻게 하지? 그럴 바에야 차라리 아예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편이 나아’라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갖게 될 수 있다.


글쓴이는 “아이들은 노력하면 된다는 사실을 돌도 되기 전부터 몸으로 이미 알고 있다. 수백 번 시도해 뒤집고 기고 수도 없이 넘어지며 걷게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는 현명하다”며 “그 아이가 공부를 못하는 ‘이유’는 그 엄마가 아이를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점점 더 노력을 하지 않는 아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생각해보자. 아이가 다섯 살이면 고작 48개월일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다 자란 어른인 양 아이를 대했을지 모른다. 아이들이 하던 일이 뜻대로 안돼 울면 부모는 별거 아닌 일인데 왜 못할까 싶어 더 해보자며 상황을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아이 입장에선 엄마가 하는 건 너무 쉽고, 자기는 아무리 노력해도 잘 안돼 마음이 답답하고 좌절감을 느꼈을 것이다. 하다하다 안 돼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왜 노력을 안 하니?”라고 말하니 속상했을 것이다.


아이가 한복 옷고름을 잘 못 맨다면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말보다 “고름 매는 건 다섯 살 아이는 잘 못하는 일이야. 열 살 언니도 어려운 일인데 못하는 건 당연해. 속상해하지 말고 고름을 매고 싶으면 엄마한테 와서 매달라고 해”라며 다독여주는 게 낫다.


특히 노력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으면 말로 ‘노력하면 된다’고 할 필요는 없다. 글쓴이는 “부모가 평소 노력해서 성취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아이가 스스로 노력해서 성취하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한 네가 자랑스럽다’라고 말해주면 된다”고 조언했다.


글쓴이는 “아이가 잘 하면 잘 하는 대로 함께 기뻐해주고 못 하면 못 하는 대로 속상한 마음을 함께 해주고 그럼 아이도 더 이상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노력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아이로 자라게 된다”고 말했다.


노력하는 것도 능력이다. 지능도 노력을 포함한다는 이야기다. 그 능력은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더 성장할 수 있음을 명심하며 아이의 능력을 부모가 결정짓지 말아야 한다. 아이의 능력은 나중에 어떻게 변해갈지 아무도 모른다. 기대도 불안도 가질 필요가 없는 이유다.


글쓴이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해주고 수긍해줘야 한다”며 “부모의 욕심으로 아이에게 맞지도 않는 옷을 입혀 놓으면 아이는 평생 그 옷에 갇혀 힘겨운 삶을 살게 됨을 명심하자”고 말했다.


◇ Solution. 아이가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다고 울 때


- 아이에게 “넌 할 수 있어”, “노력하면 다 돼”라고 함부로 말하지 말자.


- 아이의 능력을 부모가 결정하지 말자.


-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수긍하자.


- 아이가 못하면 못하는 대로, 잘하면 잘 하는 대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주자.


- 노력은 말로 하는 게 아니다. 아이가 노력하길 원한다면 부모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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