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해다. '등용문',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도 있듯이 용은 변화와 성장을 상징하는 상상의 동물이다. 2012년 새해를 맞은 대한민국 사회에선 어떤 변화와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까? 올해에는 총선과 대선이라는 빅 이벤트를 앞두고 있어 사회 각계의 엄청난 변화와 성장이 기대되는 것이 사실이다. 보육과 육아 분야도 마찬가지다. 복지 이슈가 최고의 정치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며 그중에서도 무상보육은 최고의 핫이슈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 이명박 대통령의 무상보육 약속
지난해 말 이명박 대통령은 수차례 무상보육 발언을 꺼냈다. 먼저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국가가 0~5세 아이들에 대한 보육을 반드시 책임진다는 자세로 당과 잘 협의해서 예산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라. 보육문제는 고령화 사회 속에서 국가 성장잠재력,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국가의 운명"이라고 강조했다.
또 12월 9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2동 서울휘경유치원에서 학무모 및 교사들에게 “다른 예산을 줄이더라도 이것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이제 5세 (무상)교육을 시작하지만 4세, 3세, 0~2세 까지 나머지 아이들 모두를 국가가 책임지고 교육해야 한다 생각한다. 다른 건 복지라 할지 모르겠지만, 교육은 투자다. 내년부터 5세 교육을 지원하는데 2013년부터 4세, 3세 이렇게 (차례로 지원) 하도록 내가 만들어 놓고 떠나려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잇따른 발언은 심상치 않았다. 12월 14일 서울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교육과학기술부 업무보고에서도 “3~5세에 정부가 (보육을) 책임지는 구체적인 스케줄을 연구해 발표하는 게 좋겠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대해 우려가 많은데 그런 관점에서 0~5세 교육은 정부가 맡는 게 좋겠다. 이는 복지차원이 아니라 교육투자다”라고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강조했다.
◇ 이명박 대통령 무상보육 약속 일부 지켜
이명박 대통령의 잇따른 무상보육 약속은 결국 일정부분 지켜졌다. 지난달 31일 국회를 통과한 2012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 임채민)는 약 3,700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2012년부터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만 0~2세의 보육비를 전액 지원한다.
0세부터 2세까지 아동 중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들은 0세는 39만 4,000원을, 1세는 34만 7,000원, 2세는 28만 6,000원을 지원받게 되는 것이다. 정부에서 정한 보육비 단가를 전액 지원하는 것으로 종전까지 소득하위 70%까지 지원해왔지만 나머지 소득상위 30%도 소득에 관계없이 지원한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무상보육 과제를 아이 연령대로 분석해보면 이제 남은 것은 3~4세뿐이다. 5세 이상의 경우, 3월부터 5세 누리과정이 시행되면서 소득 수준이 관계없이 월 20만 원의 보육·교육비가 지원될 예정이다. 어린이집에 다니든, 유치원에 다니든 공통의 과정을 배우게 되고, 관련 비용은 정부에서 제공하는 것이다.
결국 3~4세만 남게 되는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내에 무상보육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이의 어린이집 비용과 유치원 비용은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되는 세상이 오는 것이다. 매월 수십만 원의 고정 지출 부담이 경감되는 것으로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 진짜 무상보육 실현, 고민이 필요하다
하지만 진짜 무상보육 실현을 위해서 여전히 과제는 수두룩하다. 어린이집 보육비를 지원하는 것이 곧바로 무상보육의 실현으로 이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진짜 무상보육 실현을 위해서 향후 과제를 정리하고, 실현 방안을 모색해야할 때다.
당장 시급한 몇 가지 과제를 짚어보면, 우선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지 않는 경우이다.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경우, 36개월 미만 영아 중 최저생계비의 120%이하의 소득수준을 가진 가정은 양육수당을 받을 수 있다. ‘36개월 미만’이라는 단서와 ‘최저생계비의 120% 이하 가정’이라는 단서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양육수당의 수준도 10~20만 원 수준으로 현실적이지 못하다.
보육비 지원 단가 자체를 현실화하는 방안도 잊어서는 안 된다. 보육비 단가는 2010년 3%가 인상됐다가 2011년, 2012년 2년 연속 동결되고 말았다. 부모들의 경우 아이사랑카드를 통해서 보육비를 결제하기 때문에 보육비 단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 부분이지만, 보육비 단가는 보육의 질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국공립어린이집을 지속적으로 확충해야하는 과제도 있다. 국공립어린이집의 비율은 5.4% 밖에 되지 않는다. 어린이집 평가 인증을 강화하고, 공공형어린이집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등 어린이집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부모들의 만족도를 높여주진 못하고 있다. 국공립어린이집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현재로선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5세 누리과정 시행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 준비기간이 너무 짧아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보다 세밀한 준비로 성공적으로 5세 누리과정을 출발해야하며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차이를 좁히는 문제도 꾸준히 신경 써야 한다. 5세 누리과정이 성공적으로 안착해야 3~4세로의 확대도 가능한 것이다.
◇ 정치권 최고 핫이슈는 ‘무상보육 실현’
정치권에서는 보편적 복지 실현을 두고서 설왕설래하고 있다. 보편적 복지 이슈 중 무상급식 도입은 최근 몇 년간 정치권의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이 이슈로 인해서 오세훈 씨가 서울시장 자리를 내줘야했고, 그 여파는 올해 총선과 대선까지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지금 무상급식 이슈보다 파급력이 더 큰 것은 무상보육 이슈이다.
무상보육 이슈는 엄밀히 말하면 정치 이슈다. 포퓰리즘 논란이니 좌클릭 경쟁이니 말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 대통령이 무상보육 실현에 열을 올리는 것도 사실상 총선과 대선을 내다보고, 무상보육 이슈에 대한 선점 효과를 노린 정치적 포석이라는 해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이 ‘강남에서 용 난다’라는 말로 바뀌었다고 한다. 보다 심각해지고 있는 양극화를 나타내는 표현일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차이를 좁혀야 한다. 국민들에게 지지를 얻고 싶은 정당이라면 이번 총선과 대선에서 무상보육 이슈를 비롯해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을 위한 보다 다양하고 업그레이드 된 복지공약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용의 해,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한 명 더 아이를 낳고 싶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이 기사는 사회복지전문 월간지 복지저널 1월호에도 실렸습니다.
0-2세 무상양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