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교육은 '선행학습'이 아닌 '배우는 재미'를 알려주는 교육
[연재] 김선녀 원장의 우리아이 영재로 키워보자
‘영재’라는 개념이 과거에는 천부적으로 타고나 지능지수가 높은 소수의 아이들을 일컫는 의미였다면, 죤 로크나 칼 비테 등의 학자들은 후천적인 교육을 통해 얼마든지 우수한 소질을 지닌 영재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죤 로크는 ‘어린아이들은 하얀 백지와 같은 상태로 이 세상에 태어난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바 있는데, 하얀 백지에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에 따라 각기 다른 그림이 나오듯 아이에게 어떤 교육을 시키는가에 따라 특별한 재능을 지닌 아이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아이에게 모든 것을 해주고 내 아이만큼은 가장 특별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은 것이 부모의 심정이기에 요즘 많은 부모들이 영재교육의 필요성을 고민하고 적절한 시기와 방법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많은 유치원들이 영∙유아시기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영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두뇌가 형성되는 영유아기에는 뇌의 부위별로 발달하는 시기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하여 영어나 중국어와 같은 언어교육, 수학∙과학교육, 신체발달 및 예술 놀이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진행함으로써 두뇌 발달과 인격형성의 기틀을 다지는 것이다.
영유아기에 받게 되는 영재교육은 직접적인 지식을 학습하는 교육이 아닌,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담는 그릇을 더 크고 견고하게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부 학부모의 경우, 영재교육을 통해 자녀가 무엇을 얼마나 배웠는지 당장의 성과를 나타내 보이기를 원하곤 한다.
가령, 4~5세에 불과한 자녀가 영어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무엇을 더 듣고 싶어하는지, 어떤것을 더배우고 싶어하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이 아이가 알파벳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영어 단어는 몇 개를 외우고 있는지, 철자는 틀리지 않고 쓸 수 있는지 하는 것들에 주목하는 것이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학습 성과에 대한 부모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체험위주의 교육이 실현되어야 할 유치부 과정에서 고등교육에서나 사용되는 암기식 교육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0세부터 영재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해서 갓난아이의 손에 연필을 쥐어주고 ‘사과’를 쓰며 가르친다면 그것을 영재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러한 방식의 영재교육은 진정한 영재교육이 아니라 입시를 위한 선행학습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아이가 마음의 문을 닫고 배움 자체에 흥미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영유아기의 영재교육은 아이의 실력을 가늠하는 ‘결과지향적’이 아니라 뇌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깨우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본인만의 강점과 개성을 만드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수많은 지식을 선별하고, 받아 들이고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아이를 위하는 마음에 시작한 영재교육이 ‘영재를 표방하는’교육은 아닌지, 소중한 내 아이를위해 진정한 영재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칼럼니스트 김선녀는 30여 년 가까이 유아교육에 종사한 교육가이며, 현재 다중언어기반 유아영재교육기관 리틀아이비(www.littleivy.co.kr)의 원장이다.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행한다는 것은 아이들을 섬기는 것’이라는 교육철학을 가지고, 진정한 영재교육은 아이에 대한 부모의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에서부터 출발한다는 ‘30개월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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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는
글씨 하나 더 읽는 것보다 '이건 왜 그럴까' 궁금해하는 아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생각이 크고 뭐든 즐겁게 할 수 있는 자신감 있는 아이였으면 좋겠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