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어린이집 교사가 부모님들에게 보내는 편지
유아교육과를 졸업하고 어린이집에 근무한지 올해로 8년째. 나는 그 동안 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 만큼의 학부모도 만났다.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면서 불가피한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학부모와의 관계이다. 가깝고도 먼, 편하지만도 그렇다고 불편하지만도 않은 그 관계를 뭐라 설명해야 할까?
아이들 100명이 있다고 하자. 그 100명의 성향과 개성은 제각기 모두 다르다. 부모는 어떨까? 아이들만큼 부모들의 개성도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부모들이 어린이집을 보내며 가지는 마음만큼은 매 한가지. ‘아이가 잘 지내며 좋은 교육을 받았으면…’하는 그것.
아이를 처음 어린이집, 유치원에 보내려고 하면 부모들은 수많은 걱정에 휩싸인다. ‘우리 아이가 울지는 않을까?’ ‘밥은 잘 먹을까?’ ‘아이들과 싸우지 않을까?’, 하는 등의 수많은 걱정들 말이다.(자녀가 처음으로 등원하기 전날 걱정 반 설렘 반으로 밤잠을 설쳤다는 부모도 보았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비단 부모만의 것이 아니다. 아이와 함께 생활하는 교사도 그와 같은 걱정과 고민을 한다. 이렇게 아이에 대한 같은 걱정과 고민을 하는 사람들임에도 왜 교사는 부모와의 관계가 왜 편하지만은 않은 걸까?
여러 해 전 봄으로 기억된다. 우리 반 부모가 내게 와서 “선생님, 우리 아이가 산만한가요?”라고 물은 적이 있다.(그 아이는 이미 어린이집을 졸업해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로 우리 반 여자아이의 오빠였다.) 같은 어린이집 내에서 생활한 적이 있어 그 아이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담임을 맡았던 것은 아니어서 섣불리 이야기 할 수는 없었던 터라, 왜 그렇게 물으시냐고 되묻자, 이유인즉슨 담임선생님이 아이를 보고 산만하다고 수업에 집중을 잘 못한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부모는 마치 청천벽력과 같은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혼란스러워했고, 나에게 조언을 구하고 싶어 했다. 힘들어하는 부모에게 위로의 말을 할 수는 있었지만 그 이상의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위의 경우 그러지 않던 아이가 갑자기 산만해져서 부모가 저런 이야기를 듣게 된 걸까? 아니다. 이전의 교사들도 여러 차례 이야기했을 것이다. ‘산만하다’가 아니라 ‘또래보다 더 활동적이다’, ‘동적인 활동을 좋아해 정적인 활동에는 어려움이 있다’ 등의 말로 말이다.
부모는 아이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위와 같이 너무 솔직하게 말할 수도 숨길수도 없는 것이 교사의 입장이다. 교사-학부모간의 소통의 문제는 이런 것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겠다. ‘아이’라는 하나의 공통적인 관심사와 이야깃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옆집 누구누구네 엄마와 이야기하는 것처럼 대화할 수는 없는 것일까.
경력이 적은 교사건 많은 교사건 모두 소통의 문제로 고민한다. 서로의 소통이 때로는 원활하다가도 아침 출근길처럼 극심한 정체를 겪기도 하니까.
앞으로는 풀어놓을 글들은 교사와 부모간의 소통에 대한 또 부모에게 그 동안 너무나도 이야기해 주고 싶었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다. 그 이야기들이 조금이나마 교사와 부모간의 소통의 촉매제를 할 수 있길 바라며 더불어 내 아이를 누구보다도 잘 기르고픈 부모들이 읽어주길 바란다.
*칼럼리스트 정보람은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뒤 어린이집에서 근무하고 있는 경력 8년차의 보육교사이다. 장애인야학에서 활동하며 쌓은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현재 장애통합어린이집의 통합지원교사로 장애아와 비장애아를 지도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친구같이 편안하고 재미있는 교사가 되어 눈높이를 맞추고, 학부모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으로 더욱 즐거운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사회․ 정서적 적응문제로 성장발달과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들을 놀이를 통해 진단하고 치료하는 전문가가 되고 싶은 새로운 꿈을 가진,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다는 자칭 꿈꾸는 애벌레이다.
정말 맞는말이네요..
소통이있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