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지안이 엄마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아기를 낳기 전에는 아기 얼굴이 너무 궁금하고 빨리 보고 싶었다. 그럴 때마다 어른들은 말씀하셨다. 뱃속에 있을 때가 제일 편하다고. 고3시절 대학생이 된 선배 언니들이 학교를 방문해서 고등학생 때가 제일 좋다고 얘기할 때와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먼저 살아본 분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임신했을 때는 몸도 무겁고 아기가 걱정 되서 차라리 빨리 낳으면 걱정도 덜 되고 편하지 않을까 철없는 생각을 했었다. 하. 지. 만.
2009년 10월 31일 오전 7시 11분. “으앵~~~~~~~~~~~” 소리는 나의 인생의 2차전이 시작되는 소리였다.
자연분만으로 한 시간 후부터 조금씩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은 빨랐다. 병원에 있을 때는 아기를 보아도 이 아기가 정말 내 아기인가 싶고 실감이 나지 않았다. 완전모유수유를 고집했던 나는 신생아실에 아기가 울면 '꼭!' 분유를 먹이지 말고 나를 불러달라고 했다. 초기에는 젖도 안돌고 신생아는 위가 작기 때문에 쉽사리 배가 고파진다. 새벽에도 한 시간에 한 번씩 전화벨이 울리면 졸린 눈을 비비고 신생아실로 내려가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꾸벅꾸벅 졸면서 수유를 한다. 그렇게 몇 번을 하다가 잠시 병실에서 눈을 붙였는데 벨이 울렸다.
“산모님, 아기가 울어요. 수유하러 내려오세요.”
“한번만 분유 먹여주세요.”
나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30초 후. 안되겠다 싶어서 전화를 했다.
“죄송해요. 바로 내려갈게요.”
딱 한번 분유 먹이는 것이 얼마나 아기에게 미안하던지. 그렇게 바로 신생아실에 내려가니 반쯤은 졸고 있는 엄마들이 보였다. 한 시간 전에 수유할 때 봤던 엄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수유하고 있었던 거다. 젖은 안돌고 초보 엄마라 젖 물리는 자세도 익숙하지 않고. 나를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엄마들은 젖꼭지가 헐어서 한쪽은 약을 바르고 한쪽은 물리고, 번갈아 가며 수유를 했다.
출산 후 병원에 있는 동안 산모가 하는 일은 수유와 좌욕밖에 없다. 회음부 절개를 하기 때문에 병원에 있는 좌욕기로 최소 하루 두 번 좌욕을 해줘야 회복이 빠르다. 나는 아침, 점심, 저녁, 자기 전 이렇게 4번 좌욕을 했다. (산후조리원에는 좌욕기가 있기 때문에 산모가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지만 퇴원 후 바로 집으로 가는 산모들은 개인 좌욕기를 구입하면 일반 대야보다 위생적이고 편하게 사용 할 수 있다.)
퇴원할 때 병원비는 모두 60만7,000원이 나왔다.(자연분만, 가족분만실, 1인실사용, 선천성대사48종, 아기 B형간염주사, 영양제 포함.) 미리 저축해 둔 돈으로 결제를 했지만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힘든 저소득층은 이 비싼 병원비를 어떻게 감당할까, 생각이 들었다. 제왕절개는 병원비가 100만원이 넘는다. 정부는 최소한 병원비와 아기 키우는데 꼭 필요한 예방접종, 기저귀, 분유만큼은 전면 무료로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싼 기저귀, 비싼 분유까지는 아니더라도 평균정도 되는 기저귀와 분유는 매달 지원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말뿐인 선택접종! 실제로는 필수접종인 뇌수막염, 폐구균, 로타바이러스, 독감예방접종 전면 무료화되어야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차별을 받는 아이들. 아이들의 건강과 관련된 예방접종만큼은 하루빨리 전면 무료화가 되었으면 한다.
*칼럼니스트 정옥예는 국민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아이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평생교육원을 통해 아동학 학위를 수료했다. 9년 동안 영어학원 강사와 과외강사를 하며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나면서 아이의 90%는 부모가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출산 후 육아에만 전념하며 지혜롭고 현명한 엄마가 되기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 시대의 열혈엄마이다.
최소한 병원비와 아기 키우는데 꼭 필요한 예방접종까지는 아니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