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는 유머의 먹잇감이 아닙니다
배우자는 유머의 먹잇감이 아닙니다
  • 칼럼니스트 이정수
  • 승인 2018.01.2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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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의 결혼수업] 부부간의 올바른 유머 방식
사람들 앞에서 유머력을 뽐내기 위해 단상이 필요합니다. 그 단상이 없다고 배우자를 깔고 올라가면 사람들은 당신의 입이 아니라 배우자의 눈을 볼 겁니다. ⓒ이정수
사람들 앞에서 유머력을 뽐내기 위해 단상이 필요합니다. 그 단상이 없다고 배우자를 깔고 올라가면 사람들은 당신의 입이 아니라 배우자의 눈을 볼 겁니다. ⓒ이정수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머가 굉장히 서툽니다. 심지어 웃음을 진지와 슬픔보다 낮은 등급으로 놓기도 합니다. 그래서 유머를 생활화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습니다. 늘 진지하고 전투적이죠. 사실 살면서 그래야만 하는 상황은 아주 적습니다. 그렇게 진지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이런 전투적인 성향이 유머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유머는 공격적 유머와 수비적 유머로 나눠지는데, 공격적 유머는 상대의 약점을 공략해서 웃음을 유발하는 방식이고, 수비적 유머는 자신을 낮춰서 유머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프로의 세계에선 빠른 유머 생산을 위해 이 방식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진행합니다. 김구라 씨와 김국진 씨가 그 대표적이 예죠. 뭐가 좋다 나쁘다고 볼 수 없습니다. 프로이기 때문에 본인이 자신 있는 유머를 구사하면 되는 겁니다.

하지만, 프로 아닌 사람들의 입장에선 전투적 성향에 맞는 공격적인 유머를 주로 사용합니다. 수비적인 유머는 자존감이 높아야 할 수 있는 것이라 아무나 할 수는 없거든요. 공격적인 유머를 사용할 때 가장 유의할 점은 공격 상대가 나와 대등하거나 강해야 하고, 드러난 약점이 확실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결혼한 사람 주변엔 딱 이런 공격 상대가 있습니다. 바로 배우자죠. 나와 대등하고 약점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에피소드가 사는 동안 계속 생산이 되죠. 유머를 하고 싶은데 유머가 서툰 사람들의 입장에선 이만한 먹잇감이 없습니다.

하지만, 배우자를 먹잇감으로 이야기를 하시면 안 됩니다. 아내들끼리 모이면 이야기꺼리가 많습니다. 그중에 단연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는 남의 편 깎아내리기죠. 내편이 아닌 남편. 사실 이야기의 요지를 보면 충분이 공격당할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헌데, 사람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순수 담백하기 힘들거든요. 약간의 MSG를 치게 돼있습니다. 그래야 더 재미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MSG를 친 이야기는 본디 1만큼만 나쁜 사람을 3만큼 나쁜 사람으로 이미지를 바꿔 놓습니다. 청자와 화자 둘 다에게요. 들은 사람은 그럴 수 있다 치지만, 말한 사람도 그런 이미지가 생긴다는 거죠. 이건 굉장한 손해입니다. 본디 1만큼 나쁜 사람과 살고 있던 화자는 그 순간 이후 3만큼 나쁜 사람과 살게 되는 거니까요. 심지어 남편은 자신이 더 잘못을 한 게 없는데도 3이 돼있습니다. 남편 또한 억울한 일이죠.

남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아내를 마누라라는 호칭으로 하대하면서 공개적으로 먹잇감으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마누라라는 호칭부터가 하대하는 생각을 깔고 가는 겁니다. 마누라가 왜 하대냐고 반문하신다면 회사에서 사장님께 ‘사장님의 마누라는 오늘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라고 물어볼 수 있어야 합니다. 퇴사 날은 할 수 있겠네요.

사람들 있는 자리에서 ‘우리 마누라는 요리를 못해서 손님이 오면 시켜 먹는 게 나아’ 사실일 수도 있지만, 다시는 요리 자체를 하고 싶지 않게 만드는 완벽한 팀킬이 됩니다.

사람들 앞에서 유머력을 뽐내기 위해 단상이 필요합니다. 그 단상이 없다고 배우자를 깔고 올라가면 사람들은 당신의 입이 아니라 배우자의 눈을 볼 겁니다. 배우자는 유머의 먹잇감이 아닙니다.

*칼럼니스트 이정수는 ‘결혼은 진짜 좋은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가며 살고 있는 연예인이자 행복한 남편, 그리고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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