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혼했을 때, 나를 진짜 힘들게 했던 건?
내가 이혼했을 때, 나를 진짜 힘들게 했던 건?
  • 칼럼니스트 차은아
  • 승인 2018.02.1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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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아의 아이 엠 싱글마마] 위로 같지 않은 위로
절망에서 희망을 볼때 느껴지는 마음 '기적'. ⓒ차은아절망에서 희망을 볼 때 느껴지는 마음 '기적'. ⓒ차은아
절망에서 희망을 볼 때 느껴지는 마음 '기적'. ⓒ차은아

나는 이혼을 하고 싶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아이가 아빠없이 자라는 그 긴 시간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고 혼자서 애를 키운다는것은 너무나도 힘든 일이란걸 알기에 그래도 참고 또 참고 기다리면 아이 아빠가 돌아올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의 현실은 아이 아빠는 다른 여자가 좋다며 떠났고 별거와 함께 기도하면 기다린 나의 4년이라는 시간은 억울함과 원망 그리고 버림받았다는 상처에 몇날 며칠을 울면서 보냈다.

막막한 현실에 아이와 어찌 살아야 하나? 아이를 봐줄 사람도 주변에 없고 나는 돈을 벌어야 하는데 그것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주변의 시선과 걱정이라고 얘기해주는 그 말들이 나에게 더 큰 상처로 다가왔다.

'이혼한 게 자랑이니?', '네가 좀 맞춰주지 네 성질대로 다하니깐 이혼하는 거야!', '남자가 바람피는건 다 여자 잘못이야!', '그러니깐 이혼 당해도 싸!', 라고 결론만 보고 얘기하는 사람들 그것도 나를 가장 잘안다고 생각하는 가족들 친구들 주변 사람들의 말들은 내 가슴을 더 아프게 했다. 물론 그들도 나의 이혼에 대해 속상해서 그들의 방법대로 나를 위로해주려고 했다는 숨의 의도가 있었겠지만 당사자인 내 입장에서는 그저 서운하고 화가 났다.

내가 어떻게 버티고 기다렸는데, 4년이라는 시간동안 내가 얼마나 눈물로 기도하며 울었는데 그 매 시간 시간이 얼마나 비참했는 줄 당신들은 알아?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는 남자를 두고 '그래도 그 아이마저 키워줄테니 돌아오라고 말하는 게 쉬운 줄 아니?', 라고 따지고 또 따지고 싶었지만 그들은 내 마음 속 깊은 상처까지 보려하지 않았고 결론만 보고 그렇게 자기들의 방법과 생각으로 나에게 이야기 해서 더 큰 상처를 줬다.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내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길래 결국 난 이혼녀라는 타이틀에 아둥바둥 혼자 애를 키우기에 위해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남들은 그렇게도 쉽게 가정이라는 타이틀안에서 보호받고 또 서로 의지 하면서 사는데 나는 왜 그게 그렇게도 어려운 걸까?

왜 하필 내가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서 나는 더 쩔쩔매며 나는 다른거 다 필요없으니 이 가정만 지켜달라고 제발 지키게 해달고 그렇게 눈물을 흘렸던 걸까? 그래서 더 가슴이 아팟다 더 지키고 싶었고 더 노력하고 싶었고 더 희생하고 싶었는데 나에게는 그 환경, 그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았다.

결국 난 아이아빠를 그 여자와 행복하게 살라며 그 가정과 아이들을 축복했지만 마음속 한편에는 버림받았다는 크나큰 상처가 나에게는 매일 매일 비참함과 눈물로 다가왔다. 그런 내 눈물을 보고 자란 우리딸은 남들보다 더 속이 깊어 때를 쓰는 일도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는 일도 없이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더 빨리 어른이 돼 가고 있는 줄도 모르겠다.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과연 이게 나만의 문제일까? 왜 남자들은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 걸까? 사랑해서 결혼했고 내가 선택한 남자가 나를 버렸다는 그 상실감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충격이었다. 어느 부부가 이혼하고 싶어서 결혼을 하려 하겠는가, 라고 반문하고 싶지만, 난 현재 결혼에 실패했고 그래서 이혼 후 이렇게 아이와 살고 있는데 지금 아는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난 이혼하지 않았을 텐데라고 미련을 갖기도 전에 냉정한 현실이라는 환경이 나를 세상에 뛰어들게 했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6시에 퇴근과 동시에 전력질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아이에게 달려간다. 여전히 우리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장 빨리 가서 가장 늦게 집에 가는 아이로 살아가고 있지만 이제는 그것마저도 아이는 투정 부리지 않는다.

어느 순간 아이도 엄마 아빠와의 이혼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고 엄마가 자기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이렇게 노력하고 있으니 혼자 어린이집에 남아서 울지 않으며 엄마를 기다려주는 일이 지금 우리 딸에게는 엄마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기의 노력임을 우리 딸 스스로도 깨달은 것 같았다.

모두가 사는 게 힘들다고 한다. 사연 없는 집이 어디 있느냐고. 그래서 나도 얘기한다. 사연있는 집은 많아도 그 사연을 가지고 긍정의 눈으로 바라보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그게 지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긍정의 눈이라고!

그안에서 감사할 수 있는 것, 그안에서 깨달았던 수많은 감정들과 이야기들 그리고 그 안에서 다시 희망을 찾고 다시 새롭게 살아가려 하는 나의 작은 용기가 건강한 나를 만들고 우리 딸을 만들고 같은 상처를 가진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살린다는 것을 매일 느낀다.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자 한부모 엄마로서 씩씩하게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방법임을 나는 믿고 있다.

지금은 이 모든 상황들을 웃으면서 얘기할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도 내 인생의 큰 사건을 담담하게 이야기 하는 날이 오고 우리 딸로 엄마의 마음과 엄마의 노력을 이해해주고 알아주는 그 날이 올거라 믿는다.

내 삶에 있어 모두가 나를 비방했지만 그 비방 안에서 나는 다시 일어섰고 다시 힘을 내고 있으니깐 말이다. 그것이 바로 나와 내 딸을 살게 하는 기적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칼럼니스트 차은아는 6년 째 혼자 당당하게 딸아이를 키우고 있다. 시골에서 태어났지만 어설픈 아메리카 마인드가 듬뿍 들어간 쿨내 진동하는 싱글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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