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점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잘 하고 있어요"
"100점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잘 하고 있어요"
  • 칼럼니스트 김정아
  • 승인 2018.02.2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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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시원한 육아 Q&A] 엄마라는 무게감에 지쳤을 때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됐습니다. '엄마', '며느리', '딸', '아내' 등의 수많은 사회적 역할과 지위를 제외한 그냥 본연의 '나' 말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아무런 역할과 책임이 함께하지 않는 자신은 존재하지 않겠지만, 사회적인 편견이 갖는 그 역할과 책임의 무게를 벗어던진, 그냥 마음 가는 대로의 선택을 할 수 있는 ‘나’ 말이지요.

예전에는 혼자 있으면 괜스레 울적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뒤처지는 것 같아 소속감과 책임감을 통해 나 자신의 의미를 찾았는데, 어느 순간 '단 한 순간만이라도 아무 생각 없이, 아무런 책임감과 부담감 없이, 자고 싶은 시간에 자고, 먹고 싶은 순간에 먹는 생활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엄마'가 된 이후로 결혼 전의 저는 외출할 때 화장은 안 해도 귀걸이를 하지 않으면 뭔가 허전해서 종일 왠지 모를 불안감을 가졌던 저였습니다.

엄마로서 지쳐있다면, 잠시라도 나만의 시간을 갖고 주변에 도움을 청해보면 어떨까요? ⓒ베이비뉴스
엄마로서 지쳐있다면, 잠시라도 나만의 시간을 갖고 주변에 도움을 청해보면 어떨까요? ⓒ베이비뉴스

그런데 아이를 낳고, 3살 터울로 둘째가 생기게 되면서 아이를 안아줬을 때, 귀걸이가 액세서리로서의 의미는 퇴색되고 아이에게 재미있는 장난감이 되어 제 귀가 무사하지 못하게 되는 경험을 몇 번 하다 보니 목의 장난감인 목걸이와 귀의 장난감인 귀걸이를 챙기는 그 자체가 호사스러움이 됐습니다.

엄마가 된 이후에는 제가 좋아하던 댄스 음악이 아닌 동요를 틀어주는 것이 일상이 됐고, TV 앞에 앉아서도 아이들을 위한 영상을 틀어주는 것이 당연했었습니다.

주변에서는 '강한 엄마가 강한 아이를 만든다', '현명한 엄마 되기' 등의 이야기로 엄마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지만, 엄마로의 노력을 칭찬하지 않고 당연시하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그렇게 하지 못하는 엄마들은 모성이 부족하다는 듯……

제 인생에서의 저를 위해, 예정에 없던 첫 아이의 임신으로 인해 미뤄졌던 공부를 아이와의 의사소통이 제법 가능해진 30개월이 지날 무렵 다시 시작하면서 저를 향해 뻗치던 수많은 손가락이 있었습니다.

수업 중 교수님께서 제가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는 것을 아시고는, "아이들은 어떻게 하고 왔어요?"라는 질문을 하시면서 "대단하네요"라며 격려 아닌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왜 나 말고도 어린 자녀가 있는 아빠인 학생이 더 많은데 나에게만 이러한 질문을 할까?', '엄마가 공부를 병행하면 대단하고 아빠들은 당연하다는 것일까?'라는 생각과 함께 엄마의 직분에 걸맞지 못한 결정이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저의 결정에 대한 후회감이 밀려오기도 했었습니다.

'엄마'와 '직장인' 그리고 '학생'이라는 신분 모두를 짊어지고 가는 것은 저의 선택이었고, 그런 엄마를 갖게 된 것도 제 아이의 운명이라고 생각했었기에, 아니 어쩌면 저 스스로 결정에 대한 후회감이 밀려올 때마다 합리화를 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이는 제게 "아동학과 유아교육을 전공한다면서 어떻게 어린 아이를 두고 학교에 다닐 수 있죠? 이기적이시네요"라며 직설적인 비난을 하기도 했었기에 더더욱 위의 합리화는 커지기만 했었습니다.

5세가 된 딸 아이가 어린이집 친구들에게 "우리 엄마는 어린이집 선생님이다. 우리 엄마 되게 좋은 학교도 다닌다. 좋겠지?"라며 아이들에게 자랑 아닌 자랑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딸 아이가 직장인으로서의, 또 제가 선택했던 길의 노력들을 인정해주는 것 같아 왈칵 눈물을 쏟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엄마'로 아이들을 챙겨 각자의 자리로 보내놓고 출근을 하면, '직장인'으로서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가끔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아프다거나, 사고가 생겼다는 연락을 받게 되지 않는 이상은 '엄마'로 돌아가지 않고 '직장인'으로 오후 시간을 마감하게 되지만 가끔 아이가 아프거나 등원이 불가피할 때는 수많은 역할갈등을 경험하게 됩니다.

퇴근 후 다시 집으로 돌아와 '엄마'로서의 시간을 보내며 저녁을 먹이고, 씻기고, 가끔은 학습도 봐주다 보면 제가 씻고 자리에 눕는 것 자체도 사치라고 생각될 때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빨리 자 줘야 저만의 오롯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이들은 퇴근하고 돌아온 엄마와의 시간을 갖기 위해 잠들기를 거부하며 버티기에 들어갑니다.

처음에는 친절한 엄마였지만, 이 시간이 길어지면서 울컥해서 화를 내기도 하면서 자리에 눕힌 지 한 시간 만에야 잠드는 아이들을 보면서 ‘뭐하러 이 시간에 눕혔나. 아까 화내지 말고 조금은 더 받아줄걸. 차라리 한 시간을 그냥 놀아줄 걸 그랬나?’ 하는 후회와 죄책감이 밀려옵니다.

남편은 직장에서의 반복되는 야근과 주말 출근으로 인해 아이들과의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하다 보니, 아이들은 아빠보다는 엄마만을 찾게 되고 이 상황에 지친 저는, 아빠 역시도 회사에서 지친 한 사람이기에, 측은한 생각이 들다가도 '혼자만 직장 생활하나?' 하는 못난 생각으로 말이 곱게 나가지를 않게 됩니다.

직업 특성상 직장에서도 직장인이자 엄마인 분들과 함께하다 보니 '회식'이라는 것이 그저 부담스러워지고 큰맘 먹고 진행한 회식에서는 저녁 식사만을 함께할 뿐이지만, 아이들을 맡겨야 할 곳을 동분서주하며 찾아야 하고 아이들을 두고 저녁을 먹고 왔다는 왠지 모를 죄책감이 생기게 됩니다.

물론 저의 생활들을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사회인식이 많이 변화되었다고는 하지만, "남편한테 아이를 맡기고 나와 불안하다"라는 엄마들은 보았어도 "아내에게 아이를 맡기고 나와 불안하다"라고 하시는 아빠는 보지 못했습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엄마가 된 것은 자신의 선택이고 출산했으면 그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그것도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되고 아이들이 크면 가질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요즘 엄마들은 본인이 귀해서 그렇다고... 예전에는 애 여섯 일곱도 혼자 다 키웠다고. 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저도 ‘엄마’가 되기 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왜 엄마들이 이유식과 기저귀 가방을 바리바리 싸 들고나와 카페에 앉아 있는지를… 왜 엄마들이 유모차를 끌고 나와 공원을 하염없이 돌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를…

그렇다고 '엄마'가 된 것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지치고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 무게가 버거워지기도 합니다. 조금은 '엄마'라는 역할에 지치고 힘들다면, 사회의 시선에 얽매이지 말고 하지만 현실에 지쳐 힘들어하는 '엄마'들이 있다면, 그러한 미래의 이야기를 해 주기보다는 현실에서의 이야기를 건네보면 어떨까요?

"열심히 살고 있고, 엄마로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아주 잘 하고 있다고."

'엄마'라는 직업 아닌 직업을 가진 엄마들!

지금 '엄마'로서의 자신이 지쳐있다면, '엄마'라는 직함은 잠시 잊어버리고 잠시라도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갖지 말고,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나 가끔은 '90점 엄마'가 되는 것에 두려움을 갖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보면 어떨까요?

그렇다고 '엄마'로서의 책임을 거부하라는 것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무게에 지치는 본인을 발견했을 때 사회의 손가락보다는 본인을 위한 시간을 갖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곤 그런 자신을 향한 죄책감을 갖기 보다는 자기 자신을 토닥이며 이렇게 얘기해보면 어떨까요?

"오늘도 수고했어. 아주 잘 하고 있어."

*칼럼니스트 김정아는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유아교육학을 전공하였고, 어린이집에서 10여 년간 교사로 근무한 후 원장으로 재직하며 다양한 상황에서의 자녀 양육을 위한 도움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 보육교사들의 보수교육을 진행하는 멀티캠퍼스에서의 강사 활동을 통해 보육교사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실제 학령 전기의 두 딸을 양육하고 있는 워킹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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