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산, "내가 너의 엄마야" 말도 못하고 눈물만...
[세 살 엄마, 세 살 아기] 그렇게 엄마가 되어 간다
나는 서른다섯에 엄마가 돼 좋았다. 서른다섯 살의 내 나이는 나 스스로 적당히 철이 들어 어른이 된 나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보니 생물학적인 나이와 엄마 나이는 달랐다. 나의 엄마 나이는 한 살이었다. 사람이 태어나 제일 먼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엄마로 태어난 그날 난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울기였다.
세상에 태어난 내 아이도 울었고 엄마로 태어난 나도 울었다. 우리는 서로 소통하기 위해 서로를 향해 울기 시작했다.
나는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출산 전까지 어린이집과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전공과 관련된 일을 10년간 꾸준히 해왔다. 많은 부모들과 교사들을 만나 좋은 부모와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교육 및 컨설팅을 통해 다양하게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런 일들을 하며 나 또한 엄마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나의 전공과 일이 내가 엄마가 되는 일에 자연스럽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엄마가 되는 것에 대해 큰 두려움이 없었다.
주위 사람들도 “넌 좋겠다! 유아교육 전공했잖아”, “그쪽 일 오래해서 애 키우는 건 잘하겠다”라고 말했다. 나도 늘 ‘그래, 경험 안 해본 사람보다는 낫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아이를 낳고 가장 먼저 한 생각은 ‘나 10개월 동안 뭐했지’였다. 나는 10년의 경력을 자만삼아 아이를 임신한 10개월 동안 엄마되기에 대한 준비를 너무나도 소홀히 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엄마됨을 곁에서 지켜보고 응원해 준 반면 정작 나의 엄마됨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아이에게 제일 미안한 일은 출산의 과정부터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미리 남편과 예측 가능한 상황에 대해 의논했어야 했지만 나는 그저 주위로부터 너무나도 많이 들어온 출산스토리들을 떠올리며 나도 그중 하나의 모습으로 아이를 낳겠지 싶었다. 그런데 상황은 너무나도 달랐다. 산고를 겪고 아이를 품에 안고 “아가~ 내가 너의 엄마야!”라고 눈물을 흘릴 줄 알았지만 나는 산통이 시작되자마자 허리가 너무 아팠고 허리로 산통이 오면 자연분만하기 힘들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바로 수술을 결정했다. 남편은 어리둥절해 했지만 나는 정말 아팠다. 수술 후 마취가 풀리고 있는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간호사가 아이를 데리고 곁으로 왔다. 무언가 말해주고 싶었는데 마취가 덜 풀려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서 그저 울었다. 아이에게 미안했다. 조금 더 통증을 참아볼걸...
아이가 스스로 나올 수 있는 중요한 경험을 내 선택으로 잃게 한 것 같았다. 내가 아이에게 가장 처음 느낀 감정은 미안함이었다. 10개월 동안 아니 출산을 하기 전날까지도 아이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출산하고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겠다는 계획이 하나도 없었다. 10년 동안 일하면서 계획 없이 한 일이 하나도 없었는데, 어떻게 정작 내 아이에 관한 일은 하나도 계획이 없었는지 아이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할 따름이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기가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나도 하염없이 울었다. 내 울음소리가 들릴까봐 아이는 내 울음소리를 덮는 듯 아주 더 큰소리로 울었다. 이렇게 우리의 첫 대화는 울음이었고 아이는 내 울음보다 더 큰소리를 내며 내 미안한 마음을 덮어주었다.
광고카피 중에 ‘엄마가 엄마라서 미안해’라는 카피가 있다. 그 카피문구가 내 마음 깊이 못 박히는 순간이었다. 아이를 처음 만나는 순간에 감동과 환희, 설렘, 즐거움보다 ‘미안함’이 앞서는 것도 미안했다. 정말 왜 그렇게 미안한지 모를 순간이었다.
그때 간호사가 “안을 수 있으시겠어요?”라고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이를 처음 안았다. 여전히 눈물은 흘러내렸지만 미안함 보다는 감동이 더 앞섰다. ‘가슴 벅차다’라는 말을 이럴 때 쓰는구나 싶었다. 그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 적어둔 일기를 들춰보니 이렇게 적혀있다.
"널 처음 안았을 때 싱그러운 자연을 엄마 품에 모두 안은 기분이란다. 푸른 숲에서 느껴지는 공기, 새벽바다의 싱그러움… 널 안고 있지만 엄마가 너에게 안긴 것 같구나. 너의 특별함이 엄마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기분이란다."
나는 이렇게 미안한 엄마로 엄마되기를 시작했다. 지금은 엄마 나이로 세 살이다. 20개월인 성빈이는 한국나이로 세 살이다. 꽉 찬 세 살은 어니지만 어쨌든 세 살이고 나도 세 살 엄마가 됐다.
세 살이 된 성빈이는 한 살이었던 나를 위로해주었던 것과 같이 여전히 나를 위로해준다. 아침이면 정신없어 허둥거리는 나에게 큰소리로 “엄마”하고 외치고 먼저 웃어준다. 잠들기 전 품에 안긴 성빈이에게 “성빈이 사랑해”라고 말해주면 나를 더 꼭 안고 “응”하고 대답해준다. 마주보고 진심을 다해 웃어주고 진심을 다해 안아줄 수 있는 사이… 그런 사이가 또 세상에 있을까? 정말 세상에 둘도 없는 최고의 선물이다.
나는 내 전공과 경력을 믿고 엄마가 되기 전부터 엄마가 돼 있었다고 자만했다. 엄마 되기는 타인의 경험이나 이론적 배경이 있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었다. 나와 내 아이와의 경험 속에서 책에서가 아닌 서로의 마음속에서 해답을 찾으며… 그렇게 엄마가 돼 가는 것이었다.
*칼럼니스트 조은희는 중앙대학교 유아교육과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10여 년간 보육현장 및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많은 교사와 부모들에게 진정한 교사와 부모가 되는 일에 힘을 보태며 살아 왔다. 현재는 무주에서 아이와 함께 쉼표없이 느낌표만 가득한 전원육아 속에서 진정한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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