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사이, 괜찮다는 말은 진짜 괜찮을 때만 쓰세요”
[이정수의 결혼수업] 아내에게 삐쳤다고 괜찮지 않다고 이야기 해보세요
우리 가족이 바쁜 어느 날 아침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서산에 결혼식이 있고, 우리 아내와 5살 된 딸은 광주에 결혼식에 가야하는 상황이었죠. 가족의 대이동은 언제나 정신없고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일입니다. 그래도 나가야 하는 시간에 맞게 리예도 잘 일어나줘서 나가는 순간까진 마음만 급했지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문제는 차에 타고 난 후였습니다. 제가 주차 방향을 착각해서 뒤쪽바닥의 추돌방지턱을 억지로 넘은 거죠. 그때만 하더라도 저는 우리 아내가 어제 저녁에 주차를 잘못해서 차가 뒤로 안 움직이는 줄 알았습니다. 착각하고 제가 거꾸로 넘어간 거죠. 다행히 사고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우리 아내가
‘오빠! 지금 뭐 하는 거야? 왜 그래?’
“아! 미안 착각했어! 뒤쪽에 차가 없어서 거꾸로 주차가 되어있는 줄 알았어!”
그리고 그 차를 가지고 제 차가 있는 자리로 이동했습니다. 제 차에서 리예의 카시트를 꺼내야 했거든요. 카시트를 꺼내서 아내 차 쪽으로 가는데, 카시트에 묶여 있던 긴 끈이 주르륵 풀려서 바닥에 깔렸던가 봅니다. 우리 아내가 다급하게 소리쳤습니다.
‘오빠! 바닥에 물!’
그 줄이 주차장 바닥에 고여있던 물에 쓱 끌려 나오고 있더라고요. 아이고! 싶었지만, 이미 벌어진 상황이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카시트를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출발하려는데, 우리 아내가 장난과 걱정스런 표정으로 ‘오빠?! 오늘 괜찮아??’라고 얘기하는데, 순간 삐쳤습니다. 하지만, 차분한 목소리로
“아…. 괜찮아! 그럴 수 있어!”라고 대답했죠.
우리 부부는 싸우지 않습니다. 싸우기 전에 상대가 기분이 상했음을 알기 때문이죠. 기분이 상한 상대에게 더 이상 공격을 하지 않습니다. 역시나 제가 기분이 상한 것을 안 우리 아내는 잠시 말을 멈췄습니다. 차 안엔 냉랭한 공기가 흘렀죠.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못 견디는 우리 아내가 대인배답게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미안! 우리 화해하자! 기분 상했어?’
기분 상했냐는 말에 거의 조건반사처럼 “아니야. 괜찮아!!”라고 말하고 괜찮지 않은 티를 계속 내는 싸움 초보자 같은 유치한 행동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냥 이야기했습니다.
“맞아! 나 기분이 좀 상했어. 나 괜찮지 않았어.”
부부는 사소한 것에 마음이 상해서 삐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삐친 것을 자신의 입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자존심이 상해서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냥 삐쳤다고 괜찮지 않다고 이야기 해보세요. 입으론 괜찮다고 말하고 괜찮지 않은 티를 팍팍 내고 있는 것이 훨씬 유치하고 자존심 상하는 일입니다. 괜찮다는 말은 진짜 괜찮을 때만 쓰세요. 그래야 괜찮은 부부사이가 될 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이정수는 ‘결혼은 진짜 좋은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가며 살고 있는 연예인이자 행복한 남편, 그리고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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