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떼를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요?
아이의 떼를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요?
  • 칼럼니스트 박지훈
  • 승인 2018.03.0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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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부모, 현명한 부모] 우리 아이 이해하기

Q. 아이의 떼는 희한하다 싶을 정도로 외면하기 어렵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떼를 부리기 시작하면 거의 혼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듭니다. 박물관이나 쇼핑몰과 같은 공공장소 바닥에 드러누워 몸부림치며 떼쓰는 아이의 사진을 찍는 부모를 가끔 본 적이 있지만 제 아이가 그렇게 떼를 쓰니 정말 난감하더군요. 귀여운 생각도 들지만 떼쓰는 모습이 창피하기도 하고 다른 아이들에 비해 발달이 떨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됩니다. 아이가 불만을 투정이나, 울음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 말로 설득도 해보고, 야단치거나 매도 들어보지만, 소용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알아듣는 것 같은데 왜 그럴까요?

아이의 행동을 이해가고 공감하려는 부모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베이비뉴스
아이의 행동을 이해가고 공감하려는 부모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베이비뉴스

아이의 떼를 볼 때 부모님들은 당황스러운 감정과 더불어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게 됩니다. 그걸 우선 돌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잘 표현하고 잘 알아들을 것이라는 예상

아이가 떼를 부릴 때 부모에게는 여러 생각이 듭니다. 그중 한 가지가 ‘알아들을 만한데 왜 못 알아들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출생 후 소리를 따라 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36개월 정도면 자신의 욕구를 싫다거나 좋다는 말로 제법 잘 표현하고, 떼쓸 때를 제외하고는 부모의 얘기도 제법 잘 수긍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와 주고받는 대화가 가능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특히 아이와 상호작용 중에 아이로부터 정서적 지원을 받으면서 아이가 내 마음을 이해해주고 있고 더 많은 것을 기대해도 될 것 같은 바람이 커집니다. 그러나 아이는 자신이 이해한 것은 무엇이고, 표현한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어른들이 생각한 것과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 욕구를 잘 표현하는 것 같지만 외부로부터 익힌 언어를 모방하여 나름대로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정서적인 부분에서도 자신의 기분을 잘 표현하는 것 같지만 자신의 감정 상태가 어떤지 구분이 잘 안 됩니다. 그래서 불만족스러운 기분이 들어도 울고 떼를 쓰고, 엄마 아빠의 꾸중에 두려운 기분이 들어도 울고 떼를 씁니다.

이때 아이의 떼는 어떤 정서로 비롯되었고, 어떤 정서는 어떤 욕구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욕구는 감정을 일으키고 감정은 어떤 행동을 일으키는데 그 행동이 바로 바닥에 드러누워 떼를 쓰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닥에 드러누워 떼쓰는 행동은 똑같더라도 아이가 느끼는 감정과 욕구는 아이마다 상황마다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의 행동에 대한 반응으로 부모가 설득하고, 소리 지르거나 매를 드는 것은 떼쓰는 행동을 멈추고 스스로 조절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런데도 아이의 감정과 욕구를 다루지 않고 행동을 다루려다 보면 그걸 멈추려는 부모의 욕구와 아이의 욕구는 어긋나기 마련입니다.

◇ 불확신감

아이의 떼를 바라볼 때 부모에게 일어나는 다른 생각은 ‘왜 떼를 쓰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아이에게 혹시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해가 안 되기도 합니다. 이럴 때 부모는 기다려도 보고, 애가 차분해지면 이유도 설명하고, 육아방송이나 서적에서 전문가들의 팁을 적용도 해봅니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의 문제가 뭐였는지도 이해가 안 되고, 자신의 조치에 따른 결과에 대해서도 확신이 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빠르고 명확한 조치를 위해 결국 다시 아이에게 매를 들거나 큰소리를 내게 됩니다.

아이가 떼를 쓸 때 부모가 화를 내며 윽박지르거나, 매를 드는 식의 처벌은 어떤 행동을 못 하거나 줄이도록 할 수는 있어도 원칙적으로 감정 상태를 바꾸지는 못합니다. 감정은 스스로 조절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 정서발달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아이가 자신의 감정이 뭔지,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 미숙한 상태에서 스스로 조절하기는 어렵습니다.

◇ 비합리적 신념

아이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아이의 떼를 바라볼 때 부모에게 일어나는 또 다른 생각 중 하나는 ‘아이는 내 말을 따라야 한다. 아이가 나를 따르지 않으면 내가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이고 아이를 잘못 키운 것이다.’와 같은 생각입니다. 이런 생각과 더불어 아이의 떼를 바라보게 되면 원인이 아니라 아이의 행동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결과적으로 아이를 더 강하게 다그치게 됩니다.

그러나 아이로서는 부모의 지시를 따를 이유가 딱히 없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독립적인 자아를 형성하고 있는 시기의 아이 관점에서 부모의 요구는 자신의 욕구를 좌절시키기 때문에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태도를 고쳐줄 의도로 혼내는 부모의 행동을 모방하여 아이는 자신의 욕구를 성취하기 위한 방식으로 적용하게 됩니다. 그래서 떼를 쓸 때 부모와 비슷한 내용과 방식으로 소리를 지르거나 짜증 내기 행동을 합니다. 자신이 본 것이나 경험해본 것 중 잘 할 수 있고 유리한 방식으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럼 아이의 떼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아이가 내 말을 따르지 않을 땐 정말 난감합니다. 애써 사진을 찍어가며 민망함을 극복해보려 하지만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입니다. 주의를 전환하여서 달래보려고 하지만 아이의 감정을 부모가 쉽게 바꿔 줄 수 없습니다. 아이 스스로 기분이 좋아져야 바뀌기 때문입니다. 떼쓰는 행동과 부정적 감정을 부모가 직접 바꿀 수 없다는 점에서 아이의 떼를 즉시 멈추게 할 기가 막힌 방법은 없습니다.

상황이 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할 수 있는 게 있습니다. 먼저 아이의 감정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의 의사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부모로서 아이의 감정에 대해서는 공감해 줄 수 있습니다. 도대체 아이가 느끼고 있는 진짜 감정은 무엇이고 어느 정도이기에 이렇게까지 애처롭게 울고 불만족을 표현하는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아이의 감정에 대한 공감이 필요한 이유는 아이가 떼를 부릴 때 충족되지 못한 일차적 욕구는 욕구 자체(예, 장난감)가 아니라 자신의 표현이 수용되기를 바라는 욕구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의사가 거부된 상태에 대해 일차적으로 마음이 상하기 때문에 아이의 감정을 충분히 공감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다음으로 현재의 행동과 감정의 원인이 된 충족되지 못한 욕구가 무엇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의 감정 상태를 공감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욕구는 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욕구를 어떻게 만족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양육자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아이는 이런 과정에서 어떻게 성취할 수 있을지도 관찰하게 되고, 부모를 통해서도 충분히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줄 수 없는 예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대안이 필요합니다. 아이는 대안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자율성과 의사결정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아이의 떼는 호기심과 같이 자연스러운 것으로서 표출방식이 미숙하다 하더라도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그리고 떼를 부리지 않는다고 욕구가 없거나 수긍을 잘 하는 것으로 판단하면 안 됩니다. 기질적으로 순하여 부모의 뜻을 잘 따르지만, 실제는 자신의 욕구를 밝히지 않고 참거나 숨기는데 더 익숙해진 아이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주장을 적절히 표현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의 욕구가 뭔지를 알아차려 주고 욕구를 만족하게 할 방법을 찾는 것은 아이의 정서적 발달과 사회적 기술을 익히는 데 중요합니다.

보통 48개월 정도면 바닥에 드러누워 떼쓰는 행동이 사라집니다. 많은 아이가 그렇다는 것이지 내 아이도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의 발달 상태는 천차만별입니다. 아이에게는 기관에서 여러 아이를 집단 관리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 개별적 발달을 위해 신경 써주고 관심을 둘 사람이 필요합니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을 때, 표현방식은 제각각이겠지만 지금보다는 성숙한 방식으로 아이도 안심하고 자기가 바라는 바를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아이에게는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알아차려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칼럼니스트 박지훈은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2009년부터 한국가이던스 연구원으로 심리검사 및 진단도구의 개발을 기획하고 관리하였으며 심리검사를 활용한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담당해왔다. 또한 성격심리, 심리검사, 전산통계, 인적자원관리와 관련한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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