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적응, 아이들의 이중생활이 시작된다
어린이집 적응, 아이들의 이중생활이 시작된다
  • 칼럼니스트 최명희
  • 승인 2018.03.19 15:25
  •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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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안 되는 아이] 어린이집에 적응하기 위한 자아의 발견

Q. 3월에 처음 어린이집 입학했어요. 아침마다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옷도 안 입고 떼를 부립니다. 타이르고 협박해서 엉겹결에 어린이집에 가면 입구에서는 울지만 선생님 말씀으로는 아주 잘 놀았다고 합니다. 집에서는 동생에게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는데 친구들에게 장난감도 잘 나누어준다고 합니다. 집에서 제가 잘못 양육해서 그랬던 것일까요? 어린이집 선생님의 말씀은 진실일까요?

부모 앞에서 하는 행동은 부모가 무엇을 어떻게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반응하는 결과이므로 어린이집에서의 다른 행동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베이비뉴스
부모 앞에서 하는 행동은 부모가 무엇을 어떻게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반응하는 결과이므로 어린이집에서의 다른 행동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베이비뉴스

◇ 어린이집, 세상으로의 첫 걸음

우리나라에서 두 돌이 지나 세 살이 된다는 것은 어린이집에 입학해도 그럭저럭 괜찮은 나이 로 여겨진다. 부모가 직장을 다니는 경우에는 육아휴직을 채우고 나서 가까운 가족의 돌봄도 무난히 졸업할 즈음의 나이이다. 부모 중 한 사람이 비취업자일 경우에도 밖에 나가서 또래를 만나고 싶어서 날마다 몸살을 하는 나이이다. 그래서 집집마다 세 살의 아이들은 기저귀를 가득 넣은 배낭을 어깨에 얹다시피 메고 뒤뚱뒤뚱 어린이집으로 출근을 한다. 집에서는 안 가겠다고 버티고 밥 한술도 혼자 제대로 못 먹는 아기가 어린이집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직립보행을 제대로 하기 시작한다.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의 마지막 장면처럼 허우적거리며 걷던 걸음걸이가 점점 비범한 걸음걸이로 바뀐다. 선생님을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머리가 땅에 닿도록 배꼽인사를 하는 아이를 보면 배꼽 잡는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아, 물론 3월의 울고불고 고난행군이 지난 다음 대부분 4월에 상상되는 아침풍경이다.

◇ 이중생활의 시작

아이들은 집과 어린이집에서 이중생활을 한다. 부모에게 하듯이 하면 누가 어린이집 교사를 하겠는가. 다섯 쌍둥이, 일곱 쌍둥이를 키우는 엄마의 일이라면 월급을 지금보다 몇 곱절을 더 준다해도 며칠 만에 줄행랑을 칠 일이다. 집안에서 부모에게 보여주는 행동이 만족할만하다고 해서 그것이 아이의 바깥세상 삶에도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집안에서 하는 행동이 근심걱정 투성이라고 해서 바깥세상에서도 그런 것은 아니다. 그것은 어른이건 아이건 대부분의 사람에게 적용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기를 둘러싼 환경에 맞추어 행동을 조절하기 때문에 부모 앞에서 하는 행동은 부모가 무엇을 어떻게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반응하는 결과이다. 일거수일투족을 잔소리하는 부모인지, 웬만한 실수는 슬쩍 웃어넘기는 부모인지, 엄격한 규율이 있는 집안인지, 자율적인 생활태도를 허용하는 집안인지에 따라 거기에서 살아남는 방식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그래서 터울이 많은 형에게 꼼짝 못하고 당하던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오히려 또래에게 과할 정도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한다. 집에서는 수다쟁이이지만 어린이집에서는 갯벌조개처럼 앙다문 입을 도통 열지 않는 아이도 있다.

◇ 세 살의 생존전략

어떤 부모는 어린이집 선생님이 하루를 아주 잘 놀았다고 하면 그럴 리가 없다면서 괜히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라고 의심을 한다. 또 어떤 부모는 친구와 여러 번 싸웠다고 하면 어린이집에서 구박을 받아서 그런 것은 아닌지 못미더워한다. 그래서 세 살반의 선생님은 종종 의심을 받는다. 반대로 경력이 적은 선생님은 부모가 자기 아이에 대해 잘못 알고 있거나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고 의심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두 사람 다 한 쪽의 공간에서만 봐서 그렇다. 위성사진처럼 높은 시점에서 아이를 바라보면 아이는 생존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집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어느 시점에 떼를 부리다가 적당한 시점에서 애교작전으로 바꿔야 통한다는 것을 알고 그 작전을 쓴다. 더 교묘하게는 엄마에게 쓰는 작전과 아빠에게 쓰는 작전이 다르다. 손님이 왔을 때 혹은 남의 집에 손님으로 갔을 때의 작전이 각각 다르다. 그러다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 한 달 정도 지금까지의 작전을 그대로 해보거나 변형하여 적용하면서 무수한 실패와 성공을 거쳐 사회생활 전략을 마련한다.

◇ 아이의 사회적 자아

아이의 성격 혹은 사회적 태도가 그렇게 형성되어가기 시작한다. 부모가 집안에서 어떻게 키웠다고 해서 그것만이 전적으로 100%의 영향을 평생에 걸쳐 끼치는 것은 아니다. 아이는 첫 사회생활에서 그 곳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 본능적으로 있으며 그것에 따라 본인이 마음의 상처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배워나가기 시작한다. 가족 내에서 살아가던 생존방식과는 완전히 다를 수도 있고 비슷한 방식으로 무난하게 살아갈 수도 있다. 물론 부모가 물려준 유전자, 즉 사고의 방향이나 성향은 그 방식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학대나 방임같이 치명적인 양육방법은 사회적 태도를 형성하는데 지속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것은 여러 연구에서도 입증된 바가 있다. 그러나 바움린드라는 학자가 구분한 세 가지 유형 즉, 엄격하거나(authoritarian), 허용적이거나(permissive), 두 가지를 적절히 겸비한 민주적인(authoritative) 방식의 양육 때문에 그 사회적 태도가 결정되는 것은 반드시 아니다. 어떤 부모도 그 세 유형을 정확하게 고수하면서 자녀를 키우지는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나 자녀의 성향에 따라 그 세 가지를 넘나들면서 부모역할을 한다. 그게 정상이다. 아이가 세우는 사회적 전략은 부모의 양육태도 그 이상의 어떤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그것을 수없이 수정하면서 사회적 자아를 만들어 간다.

◇ 부모와 교사의 이해

혹시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한다고 강력하게 표현하면 다짜고짜 어린이집부터 의심할 일은 아니다. 집과 어린이집의 분위기가 많이 다르거나, 아니면 생존전략을 짜는데 시간이 걸려서 나름대로 머리가 복잡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한 느낌을 갖는 것은 삶에 큰 편지풍파가 없이 일관되었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아이는 양쪽에서 모두 안정적인 상태를 갖기 위해서 나름의 안전지대를 찾고 있는 과정이다. 기왕이면 부모와 교사의 분위기, 반응이 유사하다면 덜 복잡하겠지만 꼭 그것만이 유익한 것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두 사람이 양육과 교육방식을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해서 아이가 그것을 꼭 같다고 받아들이지는 않으며, 다르다고 해서 애착불안을 가져오거나 불안정한 정서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외부의 영향이 아이에게 중요하다는 강박증 때문에 부모와 교사가 모두 안절부절하고 있지만 정작 아이는 어떤 유리한 또는 불리한 환경에서도 적절히 이득을 얻어가며 성장한다. 이중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어쩌면 정상이다. 어른인 우리도 옛날친구와 허물없이 떠들 때와 직장상사로부터 충고를 들을 때의 사회적 태도가 사뭇 다르지 않은가. 언제나 어디서나 같다면 그것이 비정상이다. 아이들의 이중생활은 어린이집에서 시작된다. 그것을 전제로 하고 부모와 교사가 마주 보아야 한다.

*칼럼니스트 최명희는 이화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30여 년간 유아교육 현장과 보육정책 분야의 다양한 영역에서 일했다. 현재는 신구대학교 아동보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생애초기의 삶을 살아가는 소중한 생명체인 영유아와 그들에게 세상을 만나게 해주는 부모, 교사의 역할에 대해 연구하고 나누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많이 읽히는 저서로 「아이와 통하고 싶다」, 「교사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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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hae**** 2018-03-30 17:56:55
저도 올가을이나 내년봄에 보내야하는데 걱정이 많아요ㅜ 그래서 요즘 어린이집에 관심이 많아 많이 물어보고 글도 자주 읽어봅답니다~아이의 이중생활..ㅎ저희 아이는 어떨지 궁금하네요^^

jumbo**** 2018-03-30 00:43:20
한편으론 걱정.. 한편으론 기특..
어린이집 입성은 아이도 엄마도 성장해가는 과정인거같아요~

kek**** 2018-03-30 00:27:56
이중생활 다른 아이들도 다 똑같군요ㅎㅎ 우리딸이 특히 심한데 밖에선 모범적이라니 다행이다 싶어요^^ 4살 몇달 아파 그만두고 다시 가는데 자신감도 붙고 뿌듯한데 지금처럼 열심히 재밌게 잘 지냈으면 합니다~

fan**** 2018-03-29 16:56:11
복직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어린이집에 보내야하는데 돌도 안된 너무 이른 나이부터 큰 스트레스를 주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아기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살펴보고 신경쓰는 것 밖에 없어서 슬프네요ㅠㅠ

db**** 2018-03-28 12:56:26
첫 사회 나아가 아이들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이 많을텐데 이중생활 서로 통해 잘 이루어지어 아이에게 좋은 시간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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