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우리 여행 갈까?"
"정말? 좋아 좋아~ 그런데 어디?"
"아빠가 8살 때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렸어. 30년만에 다시 올림픽을 하는데 우리가 여기 가야 하지 않겠니?"
"그럼… 평창가는 거야?"
"아니, 우린 강릉으로 갈거야. 패럴림픽 경기가 강릉에서 열리거든. 가서 동해바다도 보자!"
"그래 좋아~ 아빠 최고다!"
그렇게 우리는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릉에 도착했다. 무작정 떠나온 여행이지만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패럴림픽이 열리는 강릉에서 하나된 열정이 만드는 뜨거움을 보여주고 싶었다. 올림픽보다 더 진한 감동의 스토리가 있는 패럴림픽, 장애를 열정으로 이겨내는 선수들을 보며 아들은 희망의 가치를 깨달았으리라.
강릉 아이스하키 경기장에서는 세계 최강 캐나다와 이탈리아가 맞붙고 있었다. 경기장의 열기는 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때 만큼이나 뜨거웠다. 선수들은 열정적으로 경기했고 관중들은 뜨겁게 응원했다. 장애를 가진 선수들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고 선수와 관중 모두 하나되어 경기는 흥미진진했다.
아들은 경기를 보며 많은 것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경기 관람 후 넌지시 하는 말.
"난 올림픽에 나가는 선수가 될거야^^"
"그래, 아들... 운동 선수가 되는 꿈이든지 어떤 꿈이든지 열정을 가지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이룰 수 있을거야! 패럴림픽의 영웅인 저들처럼..."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두 번째는 봄바다였다.
봄이라지만 아직은 차가운 바람, 맑은 바닷물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저 멀리 서 있는 등대, 수많은 갈매기, 우리는 이 모두를 보았다. 오랜만에 바다를 본 아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모래사장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밀려오는 잔잔한 파도 앞에서 잠시 주춤하더니 이내 신발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바다 가까이 다가가더니 물 속에 발을 담가본다.
아들은 얼마나 좋았던지 신발도 벗지않은 채로 들어갔지만 전혀 추위를 느끼지 않는 듯 했다. 그만큼 바다가 주는 감동과 기쁨이 잠시 느끼는 추위보다 컸기 때문이겠지! 나도 함께 신발을 벗고 아들과 함께 바다로 뛰어들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신나는 물놀이를 한 후, 우리는 모래성을 쌓기 시작했다. 이만큼 높아진 모래성을 보고 아들은 무척 행복해했다. 그래서인지 집에 갈 시간 모래성을 들고 가겠다며 떼를 쓰는 바람에 아들의 마음을 돌려놓느라 애를 먹었다. 다행히도 때마침 갈매들이 한가득 찾아와 아들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고 친구가 되어 줬다.
아쉬움을 간직한 채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들은 눈물을 훌쩍이며 꼭 이곳으로 다시 오고 싶다고 했다. 또 나중에는 엄마랑 동생도 모두 와서 바다에서 놀았으면 좋겠고, 자신이 만든 모래성이 그 때도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렇게 여행을 통한 추억으로 우리는 또 다시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아빠는 일터로, 아들은 배움터로! 1박2일간의 꿈만 같은 시간이 촉매제가 되어 우리는 각자의 일상을 더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다.
"봄날 무작정 떠난 아빠와 아들의 추억여행! 대성공~!"
우리 모두 봄에는 자녀들과 단둘이 무작정 여행을 한번 떠나보면 어떨까!
*칼럼니스트 김대욱은 공주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현재 CCC 공주지부에서 대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교사인 아내와 함께 대한민국의 교육과 현대사회의 육아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남편이다. 아들 딸을 둔 아빠로서 그들의 일상과 삶을 기록하는 아마추어사진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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