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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거짓말에 대처하는 부모의 자세

[주부아빠의 독립육아] 착한 거짓말, 나쁜 거짓말

shno1147@naver.com

유치원에 다녀온 둘째 아이의 가방에서 못 보던 인형을 발견했습니다. 아무리 봐도 유치원에서 선물로 준 것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약간의 손 떼가 묻어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아이에게 “의현아, 이 인형 어디서 났어”라고 물었더니 아이는 “그거 친구가 나한테 줬어요”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저녁 즈음, 유치원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의현이 아버님, 혹시 의현이가 집으로 조그마한 인형을 가지고 오지 않았나요?” 저는 그 말을 듣자마자 순간적으로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은 “그거 친구 인형인데요, 의현이가 조금 가지고 논다고 하고는 집으로 가져가버렸다고 친구네 집에서 연락이 와서요”라고 하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저는 하원 후 아이가 저에게 보여줬던 당당한 표정과 말투가 떠올랐습니다. 떨림이나 부자연스러움이 전혀 없었던 모습이었습니다. 아이가 거짓말을 하고 있으리라고는 저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선생님, 그 인형 제가 잘 챙겨서 내일 보내드릴게요"라고 일단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생각에 빠졌습니다. ‘이 아기를 어떻게 해야 하지’ ‘따끔하게 혼을 낼까? 아니면 대화식 훈육을 해야 하나’를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습니다. 내가 이 조막만 한 아이한테 완벽하게 속았다는 사실이 허무해지면서 말이죠. 모든 진실과 거짓이 얼굴에 다 드러나는 첫째와는 달리 둘째는 어릴 때부터 연기파 배우였습니다. 소리를 받아들이는 감각도 뛰어나서 처음 듣는 경상도, 전라도 사투리를 기가 막히게 따라 하곤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조금만 자기가 억울하면 순식간에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신기한 재주도 있고 기분 좋을 때는 눈빛 애교로 저를 살살 녹이곤 합니다.

개구장이 둘째 아이. ⓒ노승후
개구장이 둘째 아이. ⓒ노승후

너무도 완벽한 거짓말 연기에 저는 아이를 혼낼 생각은 잠시 잊어버리고 아이의 재능에 감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거짓말은 잘못된 행동이지만 오늘은 연기가 너무 뛰어나서 넘어가 주겠어’라고 말이죠. 그리고는 아이에게 “의현아, 아까 가지고 온 인형 있잖아. 그거 친구가 잠시 빌려준 거라고 전화가 왔었어. 그러니까 내일 친구한테 돌려주자”라고 말해줬습니다. 훈육 같으면서도 아닌 듯하게 말이죠. 이 말을 듣은 둘째는 이미 아빠의 통화 내용을 들었는지 순순히 “네, 알겠어요”라고 하더군요. 따끔한 잔소리나 훈육은 전혀 필요 없었습니다. 대화는 짧았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 우리는 서로 통했으니까요. 
 
토론토 대학의 강리 심리학 교수는 만 3살 정도의 아이의 절반 정도가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만 4살 정도만 되면 거의 80%의 아이가 거짓말을 한다고 합니다. 강리 교수는 아이의 거짓말은 정상적으로 잘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반드시 걱정해야 할 일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매일매일 몸과 마음이 자라고 있는 아이에게는 거짓말도 하나의 성장 과정이라는 말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아이들의 거짓말은 어른들의 거짓말과는 다르니까요. 정말 순수한 의도에서 나온 거짓말도 많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거짓말이라는 단어 자체에 지나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너무도 많은 어른들의 나쁜 거짓말에 깊은 실망과 상처를 받아왔으니까요. 
    
어른의 거짓말과 아이의 거짓말은 그 단어의 의미를 조금은 다르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야단이나 꾸중보다는 아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를 먼저 이해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나쁜 의도가 있었다면 고쳐주고 그냥 순수한 의도에서 나왔다면 한 번쯤은 알면서도 그냥 넘어가 주면 안 될까요? 우리 아이가 이렇게 조금씩 자라고 있구나라는 여유 있는 생각으로 말이죠. 아이의 거짓말에 대해 무조건적인 심한 훈육은 아이들로 하여금 오히려 더 큰 거짓말을 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사실대로 말해야 하는 진짜 중요한 일에도 혼나는 게 두려워 일단 숨기게 되니까요. 
 
탈무드에 보면 두 가지 경우에는 거짓말을 해도 좋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이 이미 구입한 물건에 대해 어떻냐고 물어봤을 때 설령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좋다”라고 하거나 결혼하는 친구의 신부에 대해 그렇지 않더라도 “아주 미인이다”라고 칭찬하는 경우에 말이죠. 비록 거짓말이더라도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착한 거짓말이니까요. 
 
부모가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아이를 대하면 우리 아이들도 나쁜 거짓말보다는 이런 착한 거짓말을 더 많이 하게 되지 않을까요? 남을 배려하는 거짓말, 남에게 상처 주지 않는 거짓말을 말이죠. 아이의 거짓말에 무조건 걱정하기보다는 그 이면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주는 부모가 돼야겠습니다. 저 역시 진실만을 이야기하는 완벽한 인간은 아니니까요.  

*칼럼니스트 노승후는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STX조선, 셀트리온 등에서 주식, 외환 등을 담당했으며 지금은 일하는 아내를 대신해 5년째 두 딸을 키우며 전업 주부로 살고 있습니다. 일과 가정 모두를 경험해 본 아빠로서 강연, 방송, 칼럼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아빠, 퇴사하고 육아해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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