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잘 그리지 않거나 작게 그리는 아이의 마음은?
그림을 잘 그리지 않거나 작게 그리는 아이의 마음은?
  • 칼럼니스트 김지인
  • 승인 2018.04.1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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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마음 속으로] 엄마와 함께 하는 간단한 그림검사

Q. 4남매 키우는 엄마입니다. 만 5세 둘째 딸이 오빠와 어린 동생에 비해 집에서 관심을 받지 못하는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가끔 집에서 오빠와 함께 그림을 그릴 때면 잘 그리려 하지 않거나 그림의 사물들이 다 조그마한 편입니다. 또한 또래의 아이들에 비하여 그림을 잘 그리지 않거나 단순하다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 이런 우리 아이의 마음과 기분을 알고 싶습니다.

아이의 그림은 성인에 비하여 솔직하고 덜 방어적으로 자신의 감정, 생각, 바람, 욕구, 관심 있는 소재 등을 반영합니다. ⓒ베이비뉴스
아이의 그림은 성인에 비하여 솔직하고 덜 방어적으로 자신의 감정, 생각, 바람, 욕구, 관심 있는 소재 등을 반영합니다. ⓒ베이비뉴스

A. 아이가 오빠 옆에서 그림 그리는 것을 거부하거나 그림의 사물들이 작게 표현되는 것은 우선 아이 스스로가 오빠와 비교하는 데에서 오는 저하된 자신감, 자아존중감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그러면 의뢰하신 자녀의 정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그림검사를 살펴보겠습니다.

아이의 그림은 성인에 비해 솔직하고 덜 방어적으로 자신의 감정, 생각, 바람, 욕구, 관심 있는 소재 등을 반영합니다. 그렇다면, 엄마가 자녀의 그림으로 아이를 이해하는 차원에서 가정에서 간단히 하실 수 있는 그림검사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먼저 미술치료에서 특정 형상을 그리는 그림검사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HTP의 변형 방식인 K-HTP의 광범위한 내용 중에서 표현양식의 해석을 중점으로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K-HTP는 한 종이에 집, 나무, 사람 세 가지를 통합적으로 그리는 방법에 사람의 움직임이 포함되면서 아동이 지각하는 환경, 신체적, 심리적 특징뿐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등 다양한 측면이 투사돼 그림으로 표현됩니다. 실시방법으로는 아이에게 스케치북, A4용지 등을 가로로 제시한 후 집, 나무,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사람을 그려보라고 지시합니다. 엄마는 아이의 태도, 그림 소요시간(10~20분), 지우개 사용 등을 자연스럽게 체크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의 양상에서 초반에 다소 혼란을 보이다가 점차 안정적으로 그리는 경우는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될 수는 있으나 심각한 문제는 아니며, 반대로 초반에는 잘 그리다가 점차 그리는 데 힘들어 해 미완성으로 끝낼 시에는 쉽게 지치고 포기하는 심리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림의 위치가 중앙인 그림은 비교적 안정된 아동의 그림에서 볼 수 있으며 지나치게 정 중앙에 그린 경우 자기중심적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모서리화 된 그림은 친구들과 상호작용이 없거나 수동적, 의존적, 자신감이 결여된 것을 의미합니다. 그림 요소 간의 거리감이 표현된 것은 불안한 마음을 거리를 둠으로 조절하려는 심리상태이며, 종이 하단에 선을 그린 경우 또한 불안정한 정서가 반영된 것으로 봅니다. 종이 상단에 그린 그림은 높은 욕구수준, 공상, 낙천성이 반영되는 반면, 낮은 에너지 수준에 대한 과잉보상을 받고자 하는 심리가 방어적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종이 하단에 그린 그림은 아이의 불안정하거나 우울한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림의 선이 강한 경우는 공격성, 분노, 스트레스 및 긴장이 표현되고, 약한 경우는 에너지가 낮고 거부의 경험, 억제된 성격, 또는 강한 억압이 내재된 아동의 그림에서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엄마들이 자녀를 키우며 중요시 하는 자존감은 그림의 크기에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종이의 2/3 정도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며 지나치게 큰 그림은 대상에 따라서 공격적, 과장적, 낙천적으로 해석하며, 지나치게 작은 그림은 열등감, 낮은 자존감, 불안, 수줍음, 위축의 정서가 내재된 것으로 해석하지만, 아동의 경우 지나치게 크거나 작게 그리는 그림(5cm 이상)을 문제 시 하지는 않습니다.

다음은 실제로 미술치료 임상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시행되는 그림검사 두 가지를 진단이 아닌, 가정에서 엄마가 아이를 이해하는 차원의 간단한 응용 TIP으로 소개하겠습니다.

▶TIPs!

ㆍ나무 그리기는 실제로 진단에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사람 그리기를 어려워하거나 거부하는 아이에게도 부담이 최소화되고, 무의식 속 자아가 사람 그림 보다 덜 방어적으로 투사가 되기도 합니다. 그림 속 나무는 아이 자신이거나 특정 인물을 상징해 그 인물에 대한 감정과 욕구가 반영되고, 앞서 설명한 K-HTP 해석을 참조하셔서 아이를 이해하는 데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ㆍ소셜아톰(Social atom)은 간단하게 도형을 그리는 그림검사로 단 시간 내에 자신의 인간관계를 표현하고 점검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며, 본래 성인에게 주로 실시하지만, 간단한 형태 그리기가 가능한 만 4~5세 유아도 가능합니다. 특히 그리기가 어느 정도 가능한 아이의 어린이집, 유치원 내의 또래 관계나 가족 내의 역동, 자존감 정도, 대인관계 성향 등을 도형의 모양, 크기, 색채, 채색된 특징, 도형 간의 거리 등으로 알 수 있습니다.

방법으로는 아이에게 화지, 크레용, 색연필 등의 색채 도구로 생각나는 사람들을 도형으로 자유롭게 그리게 합니다. 해석으로는 해당 도형의 인물이 누구이며 도형 간의 거리로 관계 정도, 아이가 표현한 색채, 도형 크기로 인물에 대한 아이의 지각, 감정을 알 수 있고, 만약 아이가 자신을 도형에서 생략했다면 자아감이 약하거나 결여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모든 그림검사는 아이가 주도적으로 자유롭게 그리는 분위기에서 엄마의 의견이나 강요가 최소화 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나무가 너무 작지 않니?”, “아빠가 그림에 없으니 아빠도 그려보자”, “색칠을 더 촘촘하게 칠해 봐”, “빨리 빨리 그려봐” 등과 같은 지시는 아이가 원하는 자유로운 표현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의뢰 아동처럼 많은 형제들 속에서 타인과 비교를 해 자기를 평가하는 아이는 오빠와 함께 그림을 그리게 하기보다는 아이가 정서적으로 이완된 상태에서 자유롭게 표현하고 엄마의 관심과 지지를 경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는 게 중요하겠습니다.

*칼럼니스트 김지인은 한양대학교에서 예술치료교육 석사 학위 취득 및 아동심리치료 박사 과정 중에 아동청소년을 비롯한 성인의 심리, 정서를 담당하는 예술치료사로 활동 중 이다. 또한 한국통합예술치료개발원의 프로그램개발 연구원이며, 정신과, 학교, 상담소, 공공기관 등의 다양한 임상 현장 경험이 있으며, 인천, 경기 지역 중·고교에서 심리치료 강의를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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