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는 뭐 하는 걸 좋아해요?" 미국의 사교육
"OO는 뭐 하는 걸 좋아해요?" 미국의 사교육
  • 칼럼니스트 이은
  • 승인 2018.04.2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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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육아인류학] 미국 유학생 엄마의 육아이야기
아이가 원해서 두달 남짓 다녔던 테니스 클래스: 대학생 선생님과 장난치듯 놀면서 배웠다. ⓒ이은
아이가 원해서 두달 남짓 다녔던 테니스 클래스: 대학생 선생님과 장난치듯 놀면서 배웠다. ⓒ이은

근처에 사는 한국 엄마가 나에게 큰 아이에 대해 묻는다. 

“Y는 학원 같은 데 어디 어디 보내세요?”

미국에 오고 나서 이런 질문을 받아보는 건 처음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형태의 질문은 자주 받았더랬지. 며칠 전에도 큰아이와 같은 반인 발렌티나 엄마가 물었다.

"Y는 요즘 뭐 하는 걸 좋아해?"

날이 풀리니까 자꾸만 수영장에 가고 싶어한다고 하며 발렌티나는 어떠냐고 물었더니 발렌티나 엄마가 웃으며 대답했다.

"발렌티나는 요즘도 체조 배우고 있는데 정말 정말 재미있대. 거실에서든 주방에서든 계속 체조 자세 보여주느라 바빠."

한국에 잠시 들어가서 지내던 시절, 나는 만 3~4세의 아이들이 벌써 한글이며 영어며 수학, 과학 수업을 듣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 나도 다수의 여론에 귀가 펄럭이는 평범한 사람이기에 수업을 진행한다는 곳의 상담을 받아보기도 했다. 우리 아이는 매일 노는 데만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혹시 나는 엄마로서 직무유기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죄책감도 한몫했다.

하지만 상담을 받아보면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분명 그런 공부 방법이 잘 맞고 효과를 보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 아이에게는 맞는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아이는 스스로 방법을 찾아보면서 재미를 느끼는 타입이다. 정해진 대로 이렇게 해라, 이 방법이 맞다, 라고 설명해주면 오히려 흥미를 잃어버리는 아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큰아이는 본인이 원하는 그림책을 들여다보거나 만들기를 할 때는 몇 시간이고 자리에 앉아 있지만 하기 싫은 글씨 연습을 시키면 5분도 못 앉아 있을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나는 책상 공부 위주 사교육은 시키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 당시에는 아직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수영이나 태권도 같은 곳도 보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고, 다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도 보내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또래 친구와 교류하기 위해서 문화센터 수업 같은 것을 하나 정도 듣게 했다. 아이에게 어떤 것을 하는 수업인지를 차례차례 읽어주고 아이가 하고 싶다고 고르는 것을 등록했다. 나머지 시간에는 같이 집 안을 어지럽히고 박스를 뜯어서 새로운 장난감을 만들며 보내거나 내가 일하는 동안에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이야기 만들기 놀이 같은 것을 하며 지냈다. 물론 어디까지나 친정 식구들의 도움과 유연한 시간 운용이 가능했던 당시의 내 스케줄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국으로 다시 돌아온 뒤에는 한동안 다시 적응하느라 사교육 같은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아이가 하고 싶다고 말해도 "조금 더 이따가 시작하자" 하고는 넘어갔다. 그런데 석 달 정도가 지나자 집에만 있는 것이 심심했던지 큰아이가 더 이상 못 참고 이것저것 배우고 싶다고 재촉하기 시작했다. 주로 농구, 축구, 수영, 테니스, 스케이트 같은 스포츠나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드럼 같은 악기 이야기를 자주 했다.

돈도 시간도 넉넉하지 않은 유학생 부모는 아이의 눈치를 보다가 일단은 아빠 엄마와 취미도 공유할 겸 집 근처에서 제일 가까운 테니스 클래스에 보내주기로 했다. 수업은 라켓을 들고 있다 뿐이었지 보통의 공놀이와 다르지 않았다. 대학생 선생님에게 배우는 수업은 수업료 부담도 적었고 재미있게 진행됐다. 포핸드나 백핸드 같은 기본 동작은 아직 제대로 배우지 않았지만 적어도 아이는 코트에 들어서는 것을 어색해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미국에서의 사교육은 주로 스포츠와 악기 연주 같은 특별활동 위주이다. 특히 스포츠는 남자아이 여자아이 구분없이 한두 가지 이상 배우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근처 커뮤니티 야구장이나 축구장 같은 곳을 지나다보면 날이 좋을 때면 항상 연습 중인 아이들을 볼 수 있다.

물론 미국에서도 교과목 위주의 학원이나 과외 같은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수학 학원이나 학습지 학원 같은 곳들도 종종 보이고(호기심에 살짝 들여다본 이곳은 우연인지는 모르겠으나 수업 중인 학생의 90% 이상이 인도계이거나 동아시아계였다), 그 외에도 주말이면 공립 도서관에서 개인교습을 해주고 있는 선생님과 수업 중인 학생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대부분은 학교 숙제 도움을 받거나 중요한 시험을 준비 중인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한국에서처럼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느낌은 훨씬 적다.

이렇듯 미국에도 분명 사교육이 존재하고 여러 가지의 사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에서처럼 교과목 위주 수업에 편중돼 있는 경향은 덜하다. 유아부터 청소년기에 접어드는 아이들까지 스포츠나 음악 관련 예체능을 주로 배우고, 교과목 사교육은 꼭 필요하다고 느낄 때만 진행하는 편이다.

물론 한국의 입시제도나 치열한 경쟁 구도의 사회 분위기, 교과 성적 위주의 커리큘럼, 그리고 워킹맘 같은 경우는 대안적인 돌봄 서비스를 찾기 힘들다는 점 등 구조적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하고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하는 우리의 질문부터 조금은 달라졌으면 좋겠다. “어느 학원 다녀요?”, “무슨 수업 들어요?”가 아니라 “OO는 뭘 좋아해요?”라는 질문이 그립다. 내 아이가, 내 아이의 친구가,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진지하게 궁금해하고 물어봐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 큰아이를 키웠고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순간순간으로 이미 성장해 가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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