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는 아이 vs 맞는 엄마..."때리면 이 놀이는 끝나는 거야"
때리는 아이 vs 맞는 엄마..."때리면 이 놀이는 끝나는 거야"
  • 칼럼니스트 김경옥
  • 승인 2018.04.27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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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 아이가 자꾸 때려 걱정인가요?

한 친구가 때리는 아들 때문에 고민이었다.

아이를 데리고 모임에 가면 아이가 또래 친구들을 때려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아무리 혼을 내도 그때뿐. 아이는 친구를 때리고, 엄마는 난감하고 미안해지는 일이 계속 반복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는 상담을 받기로 결심했다. 그곳에서 얻어온 방법이 하나 있었는데, 그 방법을 쓰니 아이가 조금씩 좋아지더란다.

그 방법은 바로, 놀이의 중단이다.

그래서 자꾸만 아이와 함께하는 모임을 피하게 되는 것이다. ⓒ김경옥
그래서 자꾸만 아이와 함께하는 모임을 피하게 되는 것이다. ⓒ김경옥

돌이 지날 즈음, 아이는 누워있는 나의 얼굴을 그 자그마한 손바닥으로 차지게 때렸다. 그때는 '싫다 좋다'의 표현은 아니었고 딴에는 장난이었다. 그러나 장난이고 뭐고 나는 너무 아팠다. 가끔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고 때로는 화딱지가 나기도 했다. 나는 아이 손목을 잡고, 얼굴에서 웃음기를 없앤 후 '이렇게 때리면 엄마가 너무 아프다'고 말해주었다. 여러 번의 반복 끝에 다행스럽게도 어느 순간 아이는 매질의 횟수를 줄이기 시작했다.

23개월쯤 되었을 때, 아이는 장난으로 때리는 것을 완전히 그만두었다.

하지만...... 아이는 이제 '진심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화가 나면 일단 손을 들어 누구든 때리거나 정 안되면 때리는 시늉이라도 했다. 엄마는 그 잘난 입으로 할 말 못할 말 다 하는데, 그게 안 돼 답답한 아이는 앞에 있는 엄마를 때리는 것 말고는 딱히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때리는 것으로 의사표현을 하는 것을 인정해줄 수는 없는 법. 나는 아이가 때릴 때마다 화내는 것 대신 때리는 행동을 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말해주었다. 때로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아픈 곳을 어루만져 주기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하던 일을 중단하게 하는 것'이었다. 놀이터에서 놀다가 엄마를 때리거나 친구를 때리면, "또 때리면 우리는 여기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그래도 또 때리면 그 자리를 과감하게 털고 나왔다.

놀이터 미끄럼틀에 빠져있는 아이. 그 옆을 지나가는 친구의 장난감에 주목한다. '내가 저걸 한 번 가져볼 수 없을까'  아이는 궁리한다. 친구에게 다가가 한 번 만져봐도 되는지 묻는다. 거절당한다. 아이는 간절함을 조금 더 그러모아 다시 한 번 시도한다. "나 이거 만져 봐도 돼?" 또다시 좌절을 겪는다. 아이는 급기야 무리한 행동을 감행하기에 이른다. 친구의 장난감을 던져버린 것이다. 좌절감의 표현이다. 그렇다. 엄마가 출동할 시간이다.

"친구의 장난감을 그렇게 던지는 건 예의가 아니야. 또 그러면 우리는 여기서 놀 수가 없어. 집으로 가야 해. 알겠지?"

아이는 호기롭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5초 뒤 친구의 장난감을 더 멀리 던져버린다. 엄마가 다시 출동한다. 이번에는 아이를 번쩍 들어 집으로 온다. 아주 깔끔하게, 군더더기 없이.

뚜벅뚜벅 엄마의 걸음걸이가 차분하고 정갈하다.

 

흥분하지 말자. 아이의 울음 소리에 동하지도 말자. 이 순간 우리는 그냥 부처이거늘. ⓒ김경옥
흥분하지 말자. 아이의 울음 소리에 동하지도 말자. 이 순간 우리는 그냥 부처이거늘. ⓒ김경옥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아이는 세상 억울하게 울어 젖혔다. 집에 도착하고서도 아이는 한참을 울었다. 나는 아이가 충분히 울게 놔두었다. 울음이 걷힐 즈음 아이와 또 한참을 얘기했다. 왜 우는 너를 데리고 올 수밖에 없었는지. 그러면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때리는 것, 던져버리는 것으로 표현했던 방식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이제 아이는 엄마를 때려볼 요량으로 손을 높이 쳐들었다가도 살짝 멈칫하면서 묻는다.

"엄마 때리면 안 돼요?"

"그럼~ 때리면 엄마가 너무 아파. 엄마 때리고 싶어요?"

그러면 아이는 답한다.

"아니요~"

이제 나는 거의 맞지 않는다. 물론 손을 쳐들고 내 앞까지 뛰어오다 멈칫하는 아이 앞에서 비겁하게 눈을 찔끔거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의 의사를 물어봐 주고 처단하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대를 때려도 되겠소?" 일단 내가 no!라고 답하면 때리지는 않으니 훨씬 살기 수월하다. 지금 하고 있는 재미있는 그것! 혹은 하고자 하는 그것을 중.... . 그것만큼 큰 체벌도 없다. 혼낼 이유도, 화낼 이유도 없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경옥은 아나운서로, ‘육아는 엄마와 아이가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는 ‘일하는 엄마, 육아하는 방송인’이다. 현재는 경인방송에서 ‘뮤직 인사이드 김경옥입니다’를 제작·진행하고 있다. 또한 ‘북라이크 홍보대사’로서 아이들의 말하기와 책읽기를 지도하는 일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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