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들은 생후 200일이 되던 때부터 어린이집엘 다니고 있다. 임신과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단절녀가 된지 어언 1년이 넘었다. 다시 경력을 이어나가고 사회로 복귀(?)하기 위해 동네 민간어린이집 자리가 나자마자 바로 보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재취업이 쉽지가 않다(기회가 된다면 이 이야기도 차차 해보기로). 아무튼, 유모차에 애들을 실고 매일 등하원을 시키다보면 제 갈길 가던 사람들의 무한한 관심과 수많은 질문세례를 받곤 한다.
“어머~쌍둥이에요?”
“네~ 쌍둥이에요.”
“딸이에요? 아들이에요?”
“둘 다 아들이에요.”
“어머 엄마가 힘들겠다. 누가 도와줘요?”
“독박육아해요.”
“친정엄마는요?”
“안 계세요.”
“시어머니는?”
“전라도 사세요.”
“아직 추운데 애들 데리고 어디 다녀와요?”
“어린이집 다녀오는 길이에요.”
“이렇게 어린애들을 어떻게 어린이집에 보낸대. 적어도 돌까지는 엄마가 데리고 있어야지.”
나와 쌍둥이들에 대한 호구조사를 마친 사람들은 궁금한 것들이 해소되고 나면 인사도 없이 등 돌려 제 갈 길 간다. 나는 얼결에 친정엄마도 없이 아들 쌍둥이를 독박육아하는 가련한 애기엄마였다가 핏덩이들을 벌써 어린이집에 보내는 비정한 엄마까지 돼버렸다. 그러나 저 정도 질문은 아무것도 아니다. 오히려 나를 불쾌하게 만드는 질문은 따로 있다.
◇ 딸을 낳아야지 딸을, 그래야 인생이 외롭지 않지
아들 쌍둥이라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혀를 끌끌 차며 “아이고 애기엄마가 너무 힘들겠다”라는 말부터 한다. 기운 넘치는 남자애들 둘을 한꺼번에 감당하는 일이 보통일이 아니라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기 때문에 위로의 말을 먼저 건네는 것이리라. 그러나 위로도 위로 나름이고 불필요한 위로도 1절만 했으면 좋겠는데 꼭 “딸 하나 더 낳으라”고 신신 당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딸을 낳아야 엄마도 많이 도와주고, 엄마랑 친구처럼 지내면서 엄마 편이 되어준다고. 그래야 나중에 인생이 외롭지 않다고.
집안일 도우라고 딸 낳아야 한다는 사고방식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인생을 외롭지 않게 살기 위해 딸 하나 더 낳아야 한다는 건 무슨 근거로 하는 말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나도 우리엄마의 딸이었지만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고 돌아온 엄마의 집안일을 하나도 거들지 않은 나쁘고, 게으른 딸이었고 엄마의 외로움에 대해서 일요일 아침 7시 TV토론 방송의 시청률만큼도 알지 못한 무심한 딸이었다. 나 같은 딸도 딸이랍시고 낳아놓으면 집안일이 쉬워지나? 인생이 덜 외로워지나? 아니 무엇보다 도깨비방망이마냥 딸 낳고 싶다고 하면 어디서 예쁜 딸내미가 툭-하고 떨어지나?
◇ 애들이 짬짜면도 아니고 왜 남매둥이가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아들 둘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하고 재빠르게 그 자리를 벗어나니 질문을 던진 아주머니가 나를 쫓아오며 “아들 낳길 정말 잘했어. 집에는 아들이 있어야지. 그래야 대를 잇지. 어른들이 너무 좋아하시겠다”라고 했다. 나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아, 네네”라고 대꾸하고 달아나듯 유모차를 끌고 달려 집으로 왔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애들이 짬짜면이나 공기반 소리반도 아닌데 왜 ‘반반’이 아니냐며, 그러니까 기왕 쌍둥이로 나올 거 아들하나 딸 하나면 얼마나 좋겠냐고 하는 사람들도 꽤 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삼신할머니가 하신 일을 왜 내가 세상 모든 할머니들한테 혼나고 있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 모든 질문들 보다 가장 무례하고 불쾌한 질문은 역시 ‘자연임신 쌍둥이인지, 시험관이나 인공수정 쌍둥이인지’를 묻는 질문이다. 그냥 덜컥 생겨버린 쌍둥이라고 얼버무려 대답하면 세상 다행이란 표정을 지으며 “애기엄마가 장하네 대단하네”라고 무한한 칭찬을 한다. 도대체 그게 왜 생전 모르는 사람에게 칭찬받아야 할 일인지도 모르겠고 그 반대의 상황에서 질문을 던진 사람들이 민망해하고 미안해 하는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묻지 않으면 되는 일이다. 우리가 세상 모든 임산부들에게 시험관을 했는지 자연임신을 했는지 묻지 않는 것처럼, 그냥 ‘안물안궁(안 물어봤어, 안 궁금해)’ 해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 오지랖 그만, 진정성 있는 위로의 한마디면 충분하다
“애들이 너무 예쁘다. 애기엄마가 고생 많죠? 애들이 조금만 크면 더 예쁘고 한결 편해져요. 조금만 참아요.”
이런 말을 들을 때도 많다. 애들 키우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겪어본 엄마들이 할 수 있는, 진심이 담긴 위로라는 것을 안다. 그 진정성이 느껴질 때 괜히 눈물이 돈다. 아들둥이에게 왜 딸이나 남매둥이가 아니냐며, 쌍둥이에게 ‘자연산인지 양식’인지 물으며 쓸데없는 오지랖을 부리기보다 오늘도 육아라는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부모들을 위해 진심어린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게 어떨까?
*칼럼니스트 전아름은 용산에서 남편과 함께 쌍둥이 형제를 육아하고 있는 전업주부다. 출산 전 이런저런 잡지를 만드는 일을 했지만 요즘은 애로 시작해 애로 끝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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