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분분한 스승의 날 선물, 유튜브 세대의 선물은?
의견 분분한 스승의 날 선물, 유튜브 세대의 선물은?
  • 칼럼니스트 최은경
  • 승인 2018.05.15 09: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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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한번 해봤어] 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 전하기

5월 14일 퇴근길 엘리베이터 안, 마카롱 선물 세트가 여러 개 담긴 투명 쇼핑백을 든 한 워킹맘이 동료들과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됐다.

"스승의 날이라고 아무것도 안 하기도 뭐하고... 애 어린이집 담임 선생님, 원장 선생님, 보조교사까지 챙기긴 했는데... 어떤 엄마는 하루견과 선물세트에 담임, 원장 선생님 건 따로 챙겼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뭐 이거 해도 티도 안 나겠어요."

"에휴... 그 스승의 날이 뭔지..."

김영란법 이후 스승의 날 선물 불똥이 어린이집으로 옮겨간 느낌이다. 유치원과 학교는 이제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에 따르면, 스승의 날에 학생은 교사에게 개인적으로 꽃도, 선물도 줄 수 없다. 학생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선물을 사도 안 된다. 단, 동아리 대표나 학생 대표가 공개된 장소에서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건 가능하단다.

창원시 통합블로그 내용 캡처. ⓒ창원시
창원시 통합블로그 내용 캡처. ⓒ창원시

덕분에 취학 자녀들을 둔 학부모들은 확실히 부담을 덜게 됐다. 우리 아이들 학교만 해도 김영란법 이전에 체험학습이나 운동회 등등 학교 행사 때마다 으레 해왔던 것이 모두 금지됐다. 웬만한 건 학교에서 준비한다. 김영란법 시행 초기만 해도 '정말 안 해도 되나' 긴가 민가 했던 엄마들도 이제는 "이거 해도 되나요" 하고 먼저 묻는다. 시대가 바뀌었다. 그래도 아이들이 제 선생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은 가르치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그것도 교육이니까.

스승의 날을 일주일 앞둔 지난주 올해 입학한 둘째 아이네 반 엄마들 회의가 소집됐다. 개인적으로 편지를 써서 한 번에 모아 전달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면서 새롭게 알게 된 놀라운 사실 하나. 과거 스승의 날에 그렇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는데, 편지를 읽기만 하고 다시 돌려보낸 선생님도 있고 아예 받지 않은 선생님도 있었다는 거다. 나는 '선생님들이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방법을 두고 엄마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의견은 좀체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 남편에게 우리 반 엄마들이 회의한 이야길 했더니, "그거 혹시 편지 속에 뭔가 들었을까 봐 그런 거 아니겠어" 한다. 세.상.에.나.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그럴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 없는 현실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게 조금은 낯설고, 서글펐다. 며칠 후 다시 날아온 카톡 하나.

'스승의 날 편지 쓰기는 저도 며칠 동안 생각해 봤는데. 이래저래 걸리는 게 많네요. OO어머님 말씀처럼 편지 썼다가 돌려받을 수 있다는 생각, 14일에 편지도 안 된다고 알림장에 올라오면 아이들과 어머님들이 고생만 할 수 있다는 생각 등으로 단체로 편지 써서 모아 드리는 건 없었던 걸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대신 아들이 스케치북에 감사 인사를 쓰고 사진으로 찍은 걸 모아서 영상으로 만들면 어떨까요?'

나는 대찬성이었다. 너무 좋은 생각인 것 같았다. 요즘 아이들을 '유튜브세대'라고 부르던데 거기에 딱 맞는 콘셉트인 것 같았다. 다른 엄마들 반응도 좋았다. 들어보니 5학년 큰아이 반에서도 스승의 날 기념 감사 영상을 찍기로 했단다. 그렇게 해서 지난 주말 동안 둘째 아이 친구들이 직접 감사의 인사를 적고 꾸민 사진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직접 쓴 감사 인사 그림을 모아 영상으로 만들었다. ⓒ최은경
아이들이 직접 쓴 감사 인사 그림을 모아 영상으로 만들었다. ⓒ최은경

아이들 모습이 어쩌면 하나 같이 예쁜지. 모두 웃는 얼굴이었다. 14일 저녁 그걸 하나의 동영상으로 만든 영상 하나가 카톡에 올라왔다. 노래 제목대로 '모두 다 꽃'이었다. 내가 다 감동이었다. 선생님도 틀림없이 그럴 거 같았다. 옆에서 동영상을 보던 둘째 아이도 제 얼굴이 나오니 만족스러운 듯 웃는다.

김영란법 시대, 스승의 날 선물은 동영상이어도 좋지 않을까? 볼수록 웃음이 나고, 뿌듯하며, 보관도 편리하고, 여러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자랑하기도 쉬운 선물로 이만한 게 있을까 싶다. 가능하면 앞으로 계속 이용하고 싶다. 아이디어가 통통 튀고 영상 편집도 식은 죽 먹기인 고학년 아이들은 모둠별로 직접 만들어봐도 좋을 것 같다. 이런 선물은 다양할수록 좋은 거니까. 아이들이 직접 만들고 학부모가 도와준 스승의 날 선물, 올해는 특별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칼럼니스트 최은경은 오마이뉴스 기자로 두 딸을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 연재기사를 모아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2017년 5월 1일)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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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jp**** 2018-05-21 13:32:46
넘 좋은아이디어네요~ ^^
정성과 감동이 두배로 전달되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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