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엄마의 국공립어린이집 예찬
일하는 엄마의 국공립어린이집 예찬
  • 칼럼니스트 엄미야
  • 승인 2018.05.1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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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미야의 일하는 엄마의 눈으로] "아이 많이 낳으면 애국자" 말하기 전에 환경을 만들어라
국공립어린이집은 저렴한 보육료와 좋은 프로그램과 교사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요즘 말로 ‘가성비 갑’이다. ⓒ베이비뉴스
국공립어린이집은 저렴한 보육료와 좋은 프로그램과 교사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요즘 말로 ‘가성비 갑’이다. ⓒ베이비뉴스

정신없이 바쁜 엄마, 아빠의 아이들로 태어나 그래도 크게 보육에 대한 걱정 없이 자라준 건 오롯이 지역에 있는 어린이집 덕이었다.

두 아이 모두 근로복지공단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을 만 1세부터 초등학교에 들어갈때까지 꽉꽉 채워 다녔다. 두 아이 모두 ‘장기근속(?)’자에게만 주어진다는 감사장을 받았고, 그 덕에 나는 둘째 아이가 어린이집을 졸업할 때 학부모 대표로 인사말을 했던 기억도 있다.

지난해에는 지리산으로 귀농을 하신 원감선생님 집으로 가족 모두 놀러다녀오기도 했다. 큰아이는 선생님을 전혀 기억을 하지 못했지만 작은 아이는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리고 작은 아이는 중학생이 되면 그 어린이집으로 봉사를 나가고 싶다고도 한다.

그만큼 아이들과 부모의 기억에 좋게 남아있고, 누구에게라도 소개해주고 싶은 어린이집이다.

우리 아이 둘은 기저귀도 어린이집에서 떼었고, 젓가락질도 어린이집에서 익혔고, 한글도 어린이집에서 배웠다.

나는 대부분을 가장 늦게 아이를 찾아오는 엄마였는데, 보조 양육자 한 명 없이 큰 걱정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었던 건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어린이집 덕이었다.

근로복지공단안산어린이집. 이 어린이집이 없었더라면 아이들을 어떻게 키웠을까. 일은 어떻게 다녔을까. 아,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당시에는 사람들 인식이 지금과 조금 달라서 경제적 조건이 된다면 국공립어린이집보다 사립어린이집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던 근로복지공단어린이집 근처에 삼성에서 운영하는 사립어린이집이 있었는데 원비가 배 이상이면서도 대기자가 줄을 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들의 어린이집이 외국인노동자주거 밀집지역이라 조선족, 베트남 등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많이 다닌다는 사실도 부모들이 다소 그 어린이집을 꺼리는 이유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이유는 온전히 어른들의 시각이었지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이는 친구가 주말에 중국으로 할머니 집에 다녀온다는 사실을 즐거워했고, 자기 일인 양 자랑하기도 했다.

국공립어린이집은 저렴한 보육료와 좋은 프로그램과 교사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요즘 말로 ‘가성비 갑’이다. 그리고 덧붙여 부모의 경제적 수준과 무관하게 어릴적부터 다양한 계층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고, 내 사는 안산의 경우 다문화 아이들과 사귈 수 있는 있는 기회까지 얻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그런데 이제 문제는 많은 이들이 “아이는 국가가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수요가 늘어난데 반해 이 좋은 국공립어린이집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보육시설’에 대한 욕구는 높은데 비해 여전히 많은 맞벌이 부모들이 아이를 맞길 곳이 없어, 결국 아파트 단지 내 영세한 개인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거나, 그것이 미덥지 못해 울며겨자먹기로 친정엄마, 시댁부모님의 노동에 기대기도 할 것이다.

다행히 서울시에서 2011년에 658개에 불과했던 국공립어린이집을 2018년에 1954개로 늘이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 정도만 늘려도 2020년까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 중 2명에 한 명은 국공립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말로만 들었을 뿐인데도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가는 것 같다.

“아이 많이 나면 애국자”라는 헛소리하기 전에,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라는 이야기를 새겨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이제는 정책으로 현실화돼야 한다. 정책은 현장에서 나온다. 엄마들의 목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

*칼럼니스트 엄미야는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2학년 두 딸의 엄마다. 노동조합 활동가이자, 노동자 남편의 아내이다. “아이는 국가가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교육 추종자이며, 꿈이 있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은 따뜻한 낭만주의자이기도 하다. 현재 경기지방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 민주노총 성평등 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금속노조 경기지부 부지부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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