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시대,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로 키우기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로 키우기
  • 칼럼니스트 최명희
  • 승인 2018.05.2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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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안 되는 아이] 삶의 주인이 되는 대화법
앞으로는 무엇을 얼마나 많이 배웠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감하고 협업하고 융합적으로 사고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베이비뉴스
앞으로는 무엇을 얼마나 많이 배웠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감하고 협업하고 융합적으로 사고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베이비뉴스

Q. 공부 잘하는 아이보다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부모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 4차 산업혁명시대의 행복한 삶

4차 산업혁명이 여기저기에서 화두이다. 산업분야에서 생산과 분배의 방법이 이전의 삶과 혁신적으로 달라질 것이고 직업세계가 창직(創職)에 의해 새롭게 창출될 것이라고 한다. 지금의 추세로 보면 3살, 4살 아이들이 30대 성인이 됐을 때는 현재의 직업 중에서 3분의 2는 없어질 것이 분명하다. 수학공식 대입해서 문제를 풀어내는 공부기술자가 앞으로는 덜 필요해질 것이라고 한다. 공부 잘한 것 하나로 직업 피라미드의 맨 위를 차지하던 시대는 저물어간다. 30대 젊은 부모들도 일류대학 나온 스펙으로 대기업에 취업해서 야근과 회식으로 하루를 접는 것이 더 이상 롤모델이 아니라고 한다. 거대조직의 부속품이 되지 않아도 충분히 수입을 올리고 사회적 관계망을 가질 수 있는 테크니컬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이다. 술자리에서 탬버린을 흔들면서 인맥을 맺지 않아도, 하루 종일 재벌의 주머니를 채워주느라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아도 살만큼 돈을 벌고 다양한 분야의 인간관계를 꾸릴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은 일과 휴식을 공평하게 나누고 싶어 한다. 제주도의 아침햇살 저녁석양 바라보며 휘게(hygge)스럽게 사는 것이 진짜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생들에게 어떻게 살고 싶은가 물었더니 ‘효리처럼’이 마치 관용구처럼 툭 튀어 나온다. 많은 의미를 내포한 단어이다.

◇ 학원에서 가르칠 수 없는 것

교육 분야에서는 미래시대에 필요한 인재역량을 길러주기 위한 교육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진지하다. 흙덩어리에 묻어가지 않고 알갱이로 살아가도록 가르치려고 한다. 진흙덩어리에 묻힌 모래알갱이가 아니라 각자 빛나는 모래알갱이로서의 개성을 갖고 다른 알갱이들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창조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아이로 키워야한다. 예전의 교육방식으로 아이를 키워놓으면 아이가 어른이 됐을 때 그다지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 부모자신이 옆집 아이가 몇 살에 한글을 떼었고 얼마짜리 영어유치원에 등록했는지에 대해 전전긍긍하고 있다면 자녀는 자기 삶의 주인이 되기 어렵다. 앞으로는 무엇을 얼마나 많이 배웠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감하고 협업하고 융합적으로 사고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헐, 부모자신도 세상 변하는 것에 적응하기도 바쁜데 내가 자랐던 방식대로 자식을 키워서는 안 된다니. 돈을 들여 학원에 모든 것을 맡기고 성적표만 확인하는 것이 어쩌면 더 쉬웠다. 비싼 영어유치원에 보내지 못한 주머니 탓으로 돌릴 수는 없게 되었다. 부모가 해 줄 것이 더 많아졌다.

◇ 생각하는 힘, 비판적 사고

부모는 아이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생각하는 힘이란 문제를 인식하고, 이전에 경험한 것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그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식을 선택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말한다. 세계경제포럼에서 미래인재의 10가지 핵심역량 중에서 첫 번째로 선정한 비판적 사고능력(Complex Problem Solving), 즉 복합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남이 알려준 방식대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관점으로 곰곰이 생각하고 여러 각도로 판단하고 상황에 맞게 맥락적으로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그런데 그것은 학원에서 가르칠 수 없다. 제발 ‘사고력 학원’이 안 생겼으면 좋겠다. 어릴 때부터 생활 속에서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서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녀와 나누는 대화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가장 좋은 방식이다. 대화란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과정이기 때문에 생각 A와 생각 B가 만나서 조금 전까지 없었던 생각 C가 탄생된다. 그러기위해서 부모는 모든 것을 빨리 가르쳐주고 싶은 유혹을 떨쳐버려야 한다. 옳고 그른 것을 암기식으로 알게 하거나 새로운 지식을 설명해서 가르치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아이가 관심을 보이거나 궁금해 하는 것에서 출발해서 ‘왜 그런지’ ‘어떻게 하면 좋은지’를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

◇ 아이가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는 대화

아직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아기라면 아이가 하고 있는 행위를 말로 표현해주면 된다. 아기의 생각과 행동을 사람의 말로 통역해주듯이 하는 것이다. 딸랑이를 흔들면 “딸랑이를 흔드는 구나. 소리가 나네. 팔을 크게 흔드니까 소리가 더 크게 나네”하고 말해주면 된다. 아장아장 걷는 아이를 뒤따라가면서 “계단에 올라가려고 하는구나. 다리를 높이 들었네. 한쪽 다리도 들고. 아, 그렇게 올라가는구나”하고 말하는 것이다. 마치 혼잣말하듯 아이가 시도한 것이나 행동의 원인과 결과를 말로 옮겨준다. 눈을 마주치고 마치 아이와 대화를 나누듯이 말을 건네면 아기는 아직 대답을 못하지만 부모의 표정과 어투로 자신의 행위가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 있게 다음 행동을 시도한다. 철학을 담아보자면, 아이의 생각과 행동에 의미를 담아주어 삶의 주인이 되게 하는 대화법이다.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언어가 발달하면 이제 부모는 소크라테스가 될 준비를 해야 한다. 인간은 언어라는 상징적 도구로 사고하기 때문에 부모와 나누는 모든 말은 아이에게 생각의 재료가 된다. 아이의 질문에 대답하거나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법은 학원에서는 절대로 배울 수 없고 전적으로 부모의 브레인메이드 교수법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부모가 모든 상황에서 소크라테스처럼 문답법으로 세상의 논리를 가르칠 수는 없다. 부모자신도 그런 문답법으로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기초지식이 부족할뿐더러 요즘 삶이 대화의 시간을 만들만큼 시간적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아이가 호기심을 보이는 대상이나 집중하는 놀이를 바라보다가 툭 던지는 질문이 촌철살인이면 된다.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려면 아이가 떠올리는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사고를 확장하게 하는 질문과 사고를 촉진하는 질문을 사용하면 좋다. 사고를 확장시킨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나열하고 상황에 맞게 유목화 시킬 수 능력이다. 사고를 촉진한다는 것은 그 정보들을 기반으로 새로운 방법을 창출하고 단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요즘 유행하는 코딩교육도 별 것 아니다. 이러한 사고능력의 단계를 테크니컬하게 배우는 교육이다. 조금 쉽게 사례를 들어 설명해봐야겠다.

아이가 개미를 발견했다.

“와, 개미다.”

“와, 개미다. 개미가 어떻게 움직이지? 어디로 가고 있지?” (사고를 확장하는 질문)

“기어가고 있다. 구멍으로 들어가네.”

“왜 구멍으로 들어가는 걸까? 땅 속에 무엇이 있을까?” (사고를 촉진하는 질문)

“친구들을 따라가나 봐.”

“그럴 수도 있겠다. 이 개미는 왜 안 들어가지?” (사고를 촉진하는 질문)

아이의 집중시간, 호기심, 연령에 따라 질문은 더 진지하게 진행될 수 있다. 근처의 다른 개미집으로 관찰반경이 넓어지고 개미의 모양과 움직임에서 개별적 특징과 유목화된 특징을 아이스스로 발견하도록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다. 아빠 손에 모바일디바이스가 들려있으니 두 사람의 대화로 해결하기 어려운 지식은 금방 찾아볼 수도 있다. 동영상으로 찍어 와서 잠들기 전에 보면서 더 진지하게 대화를 이어갈 수도 있다. 아빠도 몰랐던 개미의 생태를 알게 되어 지적 흥분에 살짝 들뜰 수도 있다. 그런 아빠를 바라보는 것이 아이에게 진정한 산교육이다. 아이는 스스로 알아가는 즐거움에 빠져서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된다. 

*칼럼니스트 최명희는 이화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30여 년간 유아교육 현장과 보육정책 분야의 다양한 영역에서 일했다. 현재는 신구대학교 아동보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생애초기의 삶을 살아가는 소중한 생명체인 영유아와 그들에게 세상을 만나게 해주는 부모, 교사의 역할에 대해 연구하고 나누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많이 읽히는 저서로 「아이와 통하고 싶다」, 「교사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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