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대상 강의를 하러 가면 많은 아내 분들이 "내 남편 좀 혼내주세요! 좀 고쳐주세요"라고 말하거나 강한 느낌적인 느낌을 주십니다. 그런 분들은 본인 남편에게 필요한 내용이 제 입에서 나오면 팔로 툭툭 치며 새겨들으라는 신호를 주죠. 그럼 남편 분들은 인상을 쓰면서 "내가 왜?!" 하는 리액션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장면을 목격할 때마다 제가 드리는 말씀은 ‘이미 이곳에 나와서 앉아있는 것 자체가 칭찬 받아 마땅하다’라는 겁니다.
사실 진짜 변할 의지도 없고, 문제도 못 느끼는 사람은 아무리 아내가 기를 쓰고 끌고 온다해도 절대 그곳에 오지 않거든요. 기본적으로 그런 류의 강의를 들으러 왔다는 것 자체가 여러 이유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겁니다. 그런 사람에게 현장에서까지 "당신은 문제야! 잘못 됐어! 고쳐야 해! 이것만 바뀌면 좋을텐데!" 등의 마인드는 진짜 역효과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사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강압으로 절대 바뀌지 않거든요. 스스로 변화의 마음이 생기지 않으면 죽어도 안 변합니다. 제가 고교시절 흡연하는 학생들이 적발되면 강력한 징계와 체벌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시절의 체벌은 타노스급이었죠. 하지만, 그런 공포 때문에 담배를 끊었던 녀석들은 제가 아는한 없었습니다. 만약 끊었다면 스스로 마음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일 겁니다.
저에게 사연을 보내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 사연 중에 "진짜 좋은 아빠와 남편인데, 딱 이거 하나가 나빠요! 어떻게 하면 고쳐질까요?"라고 묻는 내용들이 가장 많죠. 그 내용만 보면 진짜 딱 그런 부분만 고쳐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더라고요.
사실 제게도 그런 사연이 있긴 합니다. 저는 일할 때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타입이 아닙니다. 그래서 일이 끝나더라도 그리 회포를 풀어야 한다거나 쉬어야 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내는 다릅니다. 일할 때 신경 쓸 일이 너무 많다보니까 꽤 날카로워져있죠. 그리고 일이 끝나면 한잔 하면서 날카로웠던 신경을 무디게 해줘야 합니다. 그렇게 마시고 다음 날은 뒹굴뒹굴하는 거죠. 저는 이 뒹굴뒹굴이 눈에 가시였습니다. 일 끝나고 한잔 할 수는 있는데, 하루를 그냥 뒹굴뒹굴로 보내는 것이 아깝고 못 마땅한 거죠. 저는 시간을 아까워서 뭐라도 늘 하려는 타입이거든요.
그래도 우리 부부는 싸움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눈치정도로 끝냅니다. 그 정도면 알아서 신경 쓰거든요. 그런데, 이 부분은 눈치를 줘도 안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아차 싶더라구요. '이게 이 사람인데!' 이 사람은 긴장을 그렇게 풀고, 쉴 때는 이렇게 늘어져서 평생을 해왔는데, 내가 보기 불편하다고 바꾸라는 것이 말이 되나 싶었습니다. 그냥 외웠어야 하는 부분인거죠.
내가 안 불편하도록 내 마음 상태를 바꿔야지, 상대를 바꿔서 내 마음이 편하도록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억지입니까?
우리는 다들 자신이 맞다는 생각에 상대에게 고쳐라 바꿔라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런데, 세상에 단 하나뿐인 배우자만큼은 세상과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요? 평생 내편이고자 하는 사람이 나를 '틀렸다! 고쳐야 한다! 잘못 됐다!'라고 바라본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이겠어요. 물론 함께 살 수 없을 정도의 문제는 고쳐야겠죠. 계속 함께 할 의지가 있다면요. 그런데, 눈에 거슬리는 정도는 그냥 외우고 넘어가세요.
사람은 장단점이 있습니다. 내 눈에 보기에 단점이라고 그것을 힘으로 고치려고 하면 장점마저 안 보이게 될 겁니다. 배우자의 눈은 세상의 눈과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요?
*칼럼니스트 이정수는 ‘결혼은 진짜 좋은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가며 살고 있는 연예인이자 행복한 남편, 그리고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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