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텔레비전 뉴스나 인터넷 기사에서 남성 육아휴직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남성 육아휴직이 실제적으로 적용된 2012년에는 남성 육아휴직자 비중이 2.8%에 불과하였으나, 2017년에는 13.4%로 증가하였습니다. 육아휴직자 8명 중 1명이 남성 육아휴직자인 셈입니다.
하지만 많은 아빠들은 몸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남성이 육아휴직을 하면 '용감한 아빠'라고 지칭할 정도였으니까요. 여성인 엄마가 육아휴직을 하면 그러려니 하지만, 남성인 아빠가 육아휴직을 하면 '왜 그럴까?'라고 의문을 가지기 때문이죠.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도 남성의 육아휴직 신청에 대한 시선은 곱지가 않습니다.
우리 부부는 맞벌이를 했고, 둘 중 누군가는 아기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업무 특성상 육아휴직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제가 육아휴직을 사용하기로 하였습니다. 저는 먼저 회사의 동료들과 상사에게 육아휴직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다음달에 아기 낳으면 육아휴직 하려고 합니다."
그러자 돌아온 답변은 매몰찼습니다.
"요즘 회사일 힘드냐? 몇 달 쉬다 오게?"
"아기한테 돈 많이 들어갈 텐데, 와이프가 잘 버는가 보네."
"올해 인사고과는 포기했구나."
"네가 빠지면 네 일은 누가 대신하냐?"
육아휴직이라는 명칭 자체가 '쉴 휴(休)'에 '직책 직(職)'이다 보니, 육아를 하는 게 쉰다고 잘못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맞벌이 부부 중 남편이 휴직하면 아내보다 능력이 없다는 식으로 비꼬는 태도였습니다. 그 외에도 인사고과나 업무 분담에 대해서 눈치를 주는 식이었습니다.
게다가 인사담당 직원은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먼저 부서장님과 상의하셨나요?"
"네 부서장님께 말씀드렸고, 검토해본다고 하시네요."
"남자 직원이 육아휴직 신청하는 게 처음이라, 추가 확인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아기가 있으면 신청하고 바로 갈 수 있게 법적으로 되어 있는 거 아닌가요?"
"법적으로는 휴직 사용개시일 30일 이전에 신청하시면 되는데, 지금 하고 계신 일은 대체인력이 반드시 필요해서요."
"대체인력이 없으면 육아휴직을 갈 수 없나요?"
"희망하는 날짜까지 대체인력을 찾도록, 부서장님과 상의해보겠습니다."
제가 육아휴직을 신청할 당시는 2016년 1월이었는데, 남성 육아휴직에 관한 법이 제정되고 몇 년이 지나도 생소하고 어려움이 많았던 거죠. 다행히도 대체인력을 찾았지만, 대체인력 교육과 인수인계 문제로 희망일자를 3주 미뤄서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제 경우는 대체인력이 없다는 것이 육아휴직 사용에 가장 걸림돌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 아빠들이 남성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
▲금전적인 문제 - 육아휴직 기간 동안 수입 감소로 생활비가 부담
▲인사고과에 대한 두려움 - 육아휴직 사용 후, 인사평가를 나쁘게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대체인력의 부재 - 특수 업무인 경우, 휴직하는 경우 대신할 사람이 반드시 필요
▲업무 분담으로 인한 눈치 - 휴직하면 내 업무가 다른 사람에게 전가된다는 눈치와 시선
*칼럼니스트 황수웅은 3살의 딸을 직접 육아하는 아빠이며, 아기 성장동영상을 제작하는 '앙글방글'의 대표입니다. 딸이 태어나기 전에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으나, 육아를 위해 3개월의 육아휴직 후 퇴사를 하고 직접 육아하고 있습니다. 아빠가 하는 육아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려고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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