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손금을 보는 아빠
[주부아빠의 독립육아]?아이의 타고남을 존중하는 부모의 마음가짐
제가 아이들에게 가끔씩 하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딸, 간만에 손금 좀 볼까?"
그러고는 양손의 손금을 뚫어져라 살핍니다. 지난번과 얼마나 달라졌는지도 체크합니다.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 손금도 변하니까요.
결혼선이 늦게 나 있는 아이에게 그 말을 했더니, "난 결혼 늦게 한대"라는 말을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니기도 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손금 보는 데 관심이 많았습니다. 대학교 다닐 때는 학교 도서관에서 주로 빌려보던 책이 손금, 사주 같은 책들이었습니다. 손금의 경우, 이미 경력만 20년이 되어갑니다. 그동안 제 주위의 사람들 손은 한 번씩 다 본 것 같습니다. 나름의 임상실험도 거쳤고 가끔 잘 맞춘다는 말도 듣습니다.
그랬던 저이기에 갓 태어난 아이들의 손금 역시 연구 대상이었습니다. 첫 딸과 처음 만나서 했던 일 중 하나도 아이의 손금을 보는 거였으니까요. 과연 아이들의 손금도 어른처럼 정해져 있는지가 의문이었습니다. 왜 이게 중요하냐면 아이들의 성격과 적성이 타고나는지 아닌지에 대한 어느 정도의 답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우리 아이들의 손금을 아주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관찰해 본 바에 의하면, 갓 태어난 아이들도 손금에서 중요한 주요 삼대선 즉, 생명성, 감정선, 두뇌선은 뚜렷하게 그어져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아무리 손금이 시간이 지나면 바뀐다고 해도 이 주요 삼대선은 크게 변하지 않을 정도로 처음부터 진하게 그어져 있습니다. 심지어 결혼선, 재물선, 운명선같이 변화가 큰 선조차 이미 굵게 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손금을 보는 게 과학적으로는 검증되지 않은 방법이지만, 아이를 판단하는 나름의 도구 중 하나는 될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이 아이의 성격이 강한지, 두뇌선이 타고나게 발달되어 있는지, 신체적으로 건강한지 등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가 있습니다.
아이 적성과 재능은 타고나는 걸까요?
물론 신체적 조건처럼 타고 나는 부분도 있고 바뀌는 부분도 있습니다. 손금도 변하니까요.
하지만 5년 가까이 두 딸을 직접 키워본 아빠의 입장에서는 변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타고난 부분이 굉장히 많은 부분을 이미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두 명의 아이를 동시에 키워보니 서로의 다른 점들이 유난히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첫째 아이는 어릴 때부터 아이답지 않게 굉장히 조심성이 있었습니다. 높은 곳에서 내려올 때도 스스로 한 발, 한 발 바닥을 체크하면서 내려왔습니다. 웬만해서는 넘어지거나 다치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반면 둘째 아이는 언니와는 다르게 앞, 뒤 안 가리고 다니는 스타일이라 잘 넘어지고 다치곤 했습니다. 그리고 유아 때부터 방바닥에 등 대고 누워 있는 걸 좋아했습니다. 그때는 어려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아직까지도 바닥에 잘 누워있는 취미가 있습니다. 언니는 걷기 시작한 뒤로는 잘 때 말고는 누워 있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말이죠. 그런 둘째를 보고 저는 "넌 참, 인생 편하게 살겠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른 아이들의 성향과 성격들을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이 아이들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을까?"
교육이라는 이름하에 또는 훈육이라는 이름하에 나의 방식대로 키울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었습니다. 정답은 없겠지만, 그동안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리고 이미 성인이 된 제 주변 친구들의 성장 결과를 보면서 나름의 신념을 갖게 되었습니다.
"부모는 아이를 원하는 대로 키울 수 없다"라는 사실을 말이죠.
부모의 말이 전부인 어린아이들은 부모가 시키는 대로 따라 하지만, 요즘에는 초등학생만 돼도 부모가 아이들을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춘기가 오면 부모와의 갈등도 커지고요.
저도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가진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아이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을 관찰한 후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너무도 확연히 다른 아이들의 성향을 확인하고 나니까요.
다년간의 경험으로 저도 이제는 아이들의 타고난 성향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크게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으면 습관적인 잔소리는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의 말이나 행동에 사사건건 못마땅해하면 훈육과 잔소리는 끝이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아이들을 포기하거나 방치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좀 더 아이들의 타고난 성향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잘하는 부분은 칭찬과 격려를 해주고 좀 모자란 부분도 최대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항상 무언가를 잘 잊어버리고 까먹는 첫째 아이도 이제는 조금씩 이해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도 어렸을 때 그런 스타일이었더라고요. 아무리 부모님이 잔소리해도 그런 부분은 잘 바뀌지가 않았습니다. 타고난 성향이니까요.
성인인 우리도 여전히 부족한 점들이 많은데 한창 자라나는 아이에게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을 바라는 건 욕심이지 않을까요. 어리게만 보이는 아이도 태어날 때부터 하나의 인격체로 태어납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라도 아이들은 우리가 함부로 다룰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서로 존중받고 사랑받아야 할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우리 아이를 이렇게 만들겠다거나 저렇게 만들겠다는 생각보다는 우리 아이들을 좀 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어떨까요? 그게 아이를 존중하는 방법이고 부모와 자식이 좀 더 가까워지는 지름길이지 않을까요?
그렇게 마음을 내려놓다 보면 우리 아이가 이전보다 훨씬 더 사랑스럽게 다가옵니다. 건강하게 태어난 것만으로도 고맙고 사랑스러웠던 그 때로 말이죠.
*칼럼니스트 노승후는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STX조선, 셀트리온 등에서 주식, 외환 등을 담당했으며 지금은 일하는 아내를 대신해 5년째 두 딸을 키우며 전업 주부로 살고 있습니다. 일과 가정 모두를 경험해 본 아빠로서 강연, 방송, 칼럼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아빠, 퇴사하고 육아해요!」가 있습니다.
Copyright ⓒ 베이비뉴스 · pr@ibabynews.com저작권자 © 베이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베이비뉴스 기사후원 ARS 1533-5155후원 안내
























댓글 0
댓글을 쓰면 댓글 운영정책과 이용약관에 동의한 것으로 봅니다. 신고된 댓글은 24시간 안에 검토합니다 · 문의 pr@ibabynews.com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