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놀이기구에 앉아서도 스마트폰만 봐요
우리 아이는 놀이기구에 앉아서도 스마트폰만 봐요
  • 칼럼니스트 권장희
  • 승인 2018.06.24 15:4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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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육아 지혜바구니] 유아기 영상물은 뇌에 각인효과를 만든다
스마트패드와 같은 시청각 자극과 함께 주어지는 영유아용 교육 자료들은 아이들이 집중해 보기 때문에 학습효과가 클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베이비뉴스
스마트패드와 같은 시청각 자극과 함께 주어지는 영유아용 교육 자료들은 아이들이 집중해 보기 때문에 학습효과가 클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베이비뉴스

Q. 우리 아이는 타고 놀라고 사준 커다란 장난감 자동차에 앉아서도 자동차를 가지고 놀지 않고 거기에 앉아서 스마트패드만 틀어달라고 해서 보려고 해요. 스마트패드 보는 것만 너무 좋아하는데 괜찮을까요?

A. 그래도 장난감 자동차에 앉아서 노는 것이 훨씬 재미있을 것 같은데 왜 아이는 장난감 자동차를 의자 삼아 스마트패드 속의 영상에만 빠져 있을까? 그 이유는 뇌 발달에 대한 이해에서 찾을 수 있다. 

영유아기에는 종합적으로 사고하고 정보를 처리하는 시냅스가 충분히 발달되지 않은 상태이다. 시각적 정보를 의미 있게 수용하려면 대뇌피질에서 사고영역을 담당하는 시냅스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야 한다. 

보통 10세가 돼야 종합적인 사고능력을 발휘하는 시냅스가 만들어진다고 본다. 따라서 10세 이전의 영유아기 뇌에서는 모든 정보를 처리하지 못하고 영상의 시각 이미지만 뇌에 각인(刻印, imprinting)된다. 시각 이미지에 대한 각인효과는 애착관계를 설명하는 심리학 이론에서 사용되는 용어이다.

1973년 노벨상을 탄 오스트리아 학자 로렌츠(Konrad Lorenz)는 인공부화로 갓 태어난 새끼오리들이 태어나는 순간에 처음 본 움직이는 대상, 즉 사람인 자신을 마치 어미오리처럼 졸졸 따라다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런 생후 초기에 나타나는 본능적인 행동을 각인(imprinting)이라고 불렀다.

어른들은 동일한 애니메이션을 100번을 보라고 하면 볼 수가 없다. 왜냐하면 ‘지겹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지겹다’고 느낀다는 것은 전두엽에서 종합적 사고능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두엽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유아기 자녀는 100번이나 본 애니메이션을 가지고 와 엄마에게  또 보여 달라고 한다. 각인된 것에 애착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영유아기 아이들은 영상을 볼 때마다, 영상 속의 지식이나 정보를 어른들처럼 처리하는 능력이 뇌에 발달돼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영상 이미지에 대한 강렬한 각인현상이 생긴다. 따라서 아이들은 동일한 애니메이션을 100번뿐 아니라 그 이상도 보고 있고, 특정 캐릭터에도 매우 집착하는 성향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한 어머니는 자신의 아이가 특정 영어비디오만 집착한다고 했다. 영어공부 시킨다고 2세부터 해당 비디오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엄마가 드라마를 보려고 TV를 켜면 TV소리를 듣고 어딘가에서 놀고 있던 아이가 TV앞으로 달려와 그 특정 영어비디오가 나오게 하라며 떼를 쓴다는 것이다. 아빠가 뉴스를 보려고 TV를 켜도 아이는 뉴스 보지 말고 그 영어비디오를 틀어놓으라고 한다. 

그래서 그 집에서는 일단 TV가 켜지면 특정 영어비디오가 나와야한다는 것이다. 다른 내용이 나오면 아이가 뒤집어지기 때문이다. 불편하지만 참고 지낸 것은 아이가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언어발달과 사고력이 형성되는 10살 이전에는 교육용 비디오는 사실상 없다고 보는 것이 좋다. 비디오 자체는 교육적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교육적인 내용일지라도 유아들의 뇌는 교육적인 내용을 소화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시각 이미지만 뇌에 각인된다.

초등학교에 자녀를 보내면 3학년까지는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그렇게 많은 것을 배우지 않는다. 교과서를 보면 그다지 어렵거나 복잡한 내용이 없다. 그러나 4학년이 되면 갑자기 교과서가 어려워진다. 이는 10살이 지나면 지적인 학습 곧 사고력을 동반한 학습이 가능한 뇌로 성장하여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영어를 3학년부터 시작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사고력은 언어구사능력과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맞물려 있다. 스페인어를 구사할 수 없으면 스페인어로 생각할 수 없는 것처럼 사고와 지각 시스템은 언어체계와 함께 만들어진다. 

열 살 이전에 영어를 시작할 필요는 없지만, 그럼에도 나는 빨리 시키고 싶다는 분들은 영어학습의 교재로 영상비디오를 절대로 사용하지 말 것을 권한다. 가능한 오디오북을 활용하라. 오디오의 강점은 역설적이게도 아이들이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리정보는 그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시냅스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으면 흘려듣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디오는 시각정보에 각인되면서 오히려 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방해하여 효과적이지 못하다.

청각자극과 시각자극의 차이를 다음의 예를 들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카페에 갔는데, 옆자리에서 스페인 사람들이 자기네 언어로 잡담을 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들의 잡담에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잡담을 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웃통을 벗어가면서 서로 싸우고 있으면 우리는 신경이 많이 쓰일 것이다. 시각 이미지는 우리 뇌가 해당정보를 처리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도 뇌를 지배한다. 

열 살 이전에는 아이들이 오감을 자극하면서 다양한 놀이와 다양한 경험에 흥미를 가질 때 대뇌의 사고력 시스템이 균형 있게 잘 발달된다. 스마트패드와 같은 시청각 자극과 함께 주어지는 영유아용 교육 자료들은 아이들이 집중해 보기 때문에 학습효과가 클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그러나 실상은 영상이미지에 대한 애착이라는 각인효과만 생길 뿐 오히려 심리적인 불안정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음을 명심해야한다.

영유아 시기에 아이들에게 있어서 각인돼야 할 것은 오직 하나이다. 방긋 방긋 웃는 엄마의 얼굴이다. 엄마의 밝고 온화한 얼굴에만 각인될 때 아이들은 가장 건강한 정서와 지적 능력을 발휘하는 시냅스 시스템을 만든다.

*칼럼니스트 권장희는 교직생활을 거쳐 시민운동 현장에서 문화와 미디어소비자운동가로 청소년보호법 입법을 비롯해, 셧다운제도 도입,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활성화, YP활동(청소년스스로지킴이, 미디어교육활동) 개발 보급 등을 해왔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 중독예방을 위한 민간교육기관인 사단법인 놀이미디어교육센터를 설립해 기쁘게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 아이 게임절제력」, 「인터넷 게임세상 스스로 지킨다」, 「게임 스마트폰 절제력」,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를 구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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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 2018-07-02 10:00:25
아이들과 눈을 함께 하면 아이들  즐거워 하더라고요

poren**** 2018-06-26 15:55:49
귀찮고 손이 많이가도
함께하는거면 애들이 좋아해서
폰 볼 시간이 없답니다~
적응하면 없어도 잘지내더라구요

lejp**** 2018-06-26 13:57:41
엄마의 밝고 온화한 얼굴에만 각인될 때 아이들은 가장 건강한 정서와 지적 능력을 발휘할수있다는 글귀가 제표정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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