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복수를 하면 끝이 없습니다
[이정수의 결혼수업] 불행을 불행으로 갚지마세요
일전에 아주 멋진 동영상 강의를 본 적이 있습니다. 심리학 강사분이 여학생을 단상으로 불렀습니다. 그리고 이 학생에게 자신과 말싸움을 하자고 했습니다. 자신에게 기분 나쁘게 얘기하라고 지시했죠. 아무리 시켰고 연기라지만 상대가 어른인데 잘 할 수 있을까? 싶었던 저의 생각은 기우였습니다. 아주 잘하더라고요. 그 강사의 외모를 가지고 비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강사도 이에 지지 않고 아이에게 험한 말을 했고요. 싸움을 계속 되고 학생의 공격은 끝도 없이 참신하게 생산되었습니다. 강사가 여기까지라며 제지하지 않았으면 다음 날 아침까지도 공격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다시 시작하자고 제안합니다. 이번에도 학생에게 자신을 공격하라고 이야기했죠. 하지만, 강사는 좋은 말로 응대했습니다.
"야! 너 되게 땅딸보에 못 생긴 거 알지?"
"응! 알아! 알려줘서 고마워."
"알아서 다행이네. 너 옷도 되게 웃기게 입어!"
"그래? 잘 입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구나. 알려줘서 고마워."
이런 식의 대화였죠. 그런데, 잠시 후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그 할렘가의 랩퍼 같았던 학생의 입이 막히기 시작한 겁니다. 그러다가 마지막엔 이젠 그만하겠다고 기권을 했습니다. 상대가 험한 말을 한다고 같이 험한 말을 하는 것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님을 알 수 있는 순간이었죠.
그리고 얼마 전에 제가 이것을 삶에서 체험할 기회가 왔었습니다. 우리 아내는 술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프로 3차러죠. 3차 정도를 마셔야 끝이 난다는 겁니다. 하지만, 저는 간꼬맹이라 1차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래서 1차 정도를 같이 하고, 우리 아내가 사람들과 더 마실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 주고 저는 쓱 빠져서 아이를 재우러 가곤 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혼자 육아를 책임지고 그만 노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저도 더 놀고 싶죠. 하지만, 우리 아내를 사랑하기 때문에 일종의 선물처럼 그렇게 해주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우리 아내가 이런 제 마음을 배신하고 너무 늦게 귀가를 하는 겁니다. 일주일새 2번 정도 그렇게 늦게 귀가를 하니까 솔직히 좀 화가 나더라고요. 머릿속에 별의 별 생각이 다 났습니다. 아주 똑같이 해줄까? 마치 복수하듯이?! 아니면 확! 한번 화를 내볼까? 하지만, 단 한 번도 화를 내본 적 없는 저라서 그렇게는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마치 무슨 기록이 깨지는 것 같아서 싫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그냥 삐진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아내는 그런 제 눈치를 보느라 집안 분위기가 냉랭해졌죠.
그런데, 아침 일찍 일이 있어서 그 표정도 짧게 밖에 못 보여 줬습니다. 그걸로는 내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표현할 수 없는데 말이죠. 아무튼 스케줄 때문에 나와서 강남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속옷가게가 문을 열고 있더라구요. 문득 그저께 제가 봤던 아내의 낡은 속옷이 떠올랐습니다. 그 순간 차를 세우고 가게에 들어가서 속옷을 골랐습니다. 불행을 불행으로 돌려주지 않기로 한 겁니다. 나는 화가 났지만, 속옷 선물이라는 행복으로 갚아주면 내게 다시 행복으로 돌아오리라는 믿음인거죠. 이게 훨씬 멋진 복수라는 생각에 괜히 혼자 거울을 보며 멋진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부부가 살면서 화나는 일이 많이 생깁니다. 불행이죠. 이런 불행을 불행으로 되갚지 마세요. 또 불행으로 돌아옵니다. 행복한 대인배가 되세요.
*칼럼니스트 이정수는 ‘결혼은 진짜 좋은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가며 살고 있는 연예인이자 행복한 남편, 그리고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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