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제가 결정할게요!" 오늘도 아이를 믿어봅니다
"엄마, 제가 결정할게요!" 오늘도 아이를 믿어봅니다
  • 칼럼니스트 김경옥
  • 승인 2018.07.05 1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엄마의 말] 아이들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힘이 있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자꾸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아나운서 아카데미에서 수업을 받는 첫날,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그녀.

아주 유명한 창작동요를 불렀던 꼬마가 자기였다고 소개한 이 친구는 여전히 아이 같은 목소리와 말투를 가지고 있었다. 그 동요는 너무나 유명한 노래였기에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 친구는 나보다 2살 정도 어린 동생이었는데, 왜 아나운서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엄마가 하라고 했다"고 답했다. 그 대답은 나의 호기심을 또 한 번 증폭 시켰다. '엄마가 하란다고 해? 그래서 너의 마음은 어떤데?' 묻고 싶은 말이 많아졌다.

매번 "엄마가요~"를 입에 달고 사는 그 친구의 본심이 사실 궁금했다. 왜 네가 아닌 엄마가 이런 것을 결정하는지, 왜 너는 그것을 따르고 있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정말 궁금했던 것은 '그래서 너는 지금 행복하냐'는 것이었다.

그녀와 진지하게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녀는 초등학생 시절, 엄마의 전폭적인 지지로 '동요대회'에서 상을 받았으며 엄마의 차로 학원가를 누비고 다녔고, 엄마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다. 엄마가 준비해 교환학생으로 유학했으며, 엄마가 '여자라면 이런 직업이 좋다'며 아나운서를 준비해 볼 것을 권했단다. 모든 삶이 '엄마가'로 점철된, 내가 보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로였다.

그녀는 나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김경옥
그녀는 나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김경옥

나는 묻고 싶은 질문을 했다.

"그래서 너는 행복하니?"

그녀의 대답은 놀라웠다.

"편해요~ 엄마가 다 준비해주고 결정해주니까 편해요."

그녀가 끝내 '그래서 행복하다'라고 했는지 그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지난해 비정상회담이라는 프로그램에 배우 권오중 씨가 출연해 육아와 교육관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공부를 누구나 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애한테는 공부를 시키지 않습니다. 본인이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늘 전교 꼴등이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봉사활동 시간은 1등입니다. 공부보다 진짜 좋아하는 것을 찾아주는 게 더 중요합니다."

한 진행자가 물었다.

"아이가 스스로 뭘 원하는지 모른다면 어떻게 하죠?"

그가 답했다.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고 부모들이 자식을 키우죠. '얘가 가치관이 없기 때문에 내가 어느 정도 이끌어줘야 돼'라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그게 아이들을 죽게 합니다. 무조건 아이를 믿고 아이의 선택에 따라야 합니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에게 선택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에서 멈춰야 합니다."

부모는 아이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나는 아이가 행복하려면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인 나의 역할은 아이가 걸어갈 수 있는 다양한 길들을 보여주고 아이가 선택한 그 길을 아이 뒤에서 함께 걸어가 주는 것뿐. 엄마가 되고 나서 늘 나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조언한다. "아직 아이인데 뭘 안다고 선택하고 그러겠나, 아이가 클 때까지는 부모가 결정해줘야지." 하지만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의사표현을 하고 자기주장을 한다. 표현 방법이 달라질 뿐이다. 요즘 나의 아이는 아주 강하게 의사표현을 한다. 어르신들은 고집이 세졌다며 뭐든 자기 맘대로 하려 한다고 염려를 내비치신다. 하지만 나는 이런 아이의 변화가 대견하다. 이제 아이는 "엄마, 나도 이제 생각하고 결정할 줄 알아요! 내 얘기를 좀 들어보시라니까요." 본격적으로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이 나에게 묻는다.

'어떤 아이로 키우고 싶냐'고.

나는 '행복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 아이가 진짜 자신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자기가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하면서 그 선택을 즐기고 감당해 나가면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행복한 아이의 삶을 응원한다. ⓒ김경옥
행복한 아이의 삶을 응원한다. ⓒ김경옥

*칼럼니스트 김경옥은 아나운서로, ‘육아는 엄마와 아이가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는 ‘일하는 엄마, 육아하는 방송인’이다. 현재는 경인방송에서 ‘뮤직 인사이드 김경옥입니다’를 제작·진행하고 있다. 또한 ‘북라이크 홍보대사’로서 아이들의 말하기와 책읽기를 지도하는 일에 빠져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