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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엄마로 불리게 해 준 첫 아이

세상 어느 누구와도 다른 내 아이들-①

whjdc@naver.com

[연재] 우리집 보물 넷, 사람 만들기

 

나는 첫 아이를 임신하고 한 번도 산부인과 병원에 가지 않았다. 결혼 전에 산부인과에서 임신 전 검사를 받았고, 모든 게 정상이며 건강한 나에게 있어 임신은 병이 아니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출산하기로 결정한 서울의 한 조산원과 집 근처 보건소에서 임신 초기 검사와 초음파 검사 정도만 받으며 임신 기간을 보냈다. 임신을 하기 전부터 태명을 지어 부르며 기다렸고, 가을에 출산하기 위해 계획한 임신에 바로 성공한 운이 좋은 경우였다. 모든 건 순조로웠고 늘 기분도 좋았고, 직장에서도 많이 배려해주어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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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을 계획하면서부터 임신과 출산에 대한 수많은 책들을 읽었지만, 내가 임신중독(임신성 고혈압)에 걸릴 줄은 정말 몰랐다. 심한 두통이 시작되었을 때 조산원에서는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일반적인 이야기만 해주었다. 결국 이틀밤낮을 머리가 쏟아질 것 같은 두통에 시달리다가, 화요일 아침 남편이 출근준비를 하던 참에 정신을 잃고 병원에 실려갔다. 두통이 시작되었을 때 바로 병원에 갔으면 좋았을 것을, 평소에도 편두통이 있었던 터라 방심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임신 30주에 첫 아이가 세상빛을 보게 되었다. 출산을 위한 제왕절개가 아닌, 엄마의 임신 중단을 위해 세상에 태어난 큰 아들은 그 당시 삶의 기로라는 1kg를 50g 넘겨 태어났다. 나도 아이도 수술 후 각각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삼일 후 아이를 만날 수 있었다. 갑작스런 임신 중단이 어리둥절하고 인큐베이터 안의 너무 작고 마른 아이 앞에서 놀랐지만, 일주일 후 퇴원하고 몸조리할 시간도 없이 곧 바쁜 일상이 시작되었다. 월, 수, 금, 일요일 아이를 면회하러 갔고, 집에서는 세 시간에 한 번씩 모유를 유축하여 열심히 병원에 나르기 시작했다.

 
2004년 8월 29일. 생후 26일(임신 34주차), 몸무게 1.5kg. 신생아용 기저귀가 너무 커서 배까지 덮었다. ⓒ원혜진
2004년 8월 29일. 생후 26일(임신 34주차), 몸무게 1.5kg. 신생아용 기저귀가 너무 커서 배까지 덮었다. ⓒ원혜진
 

그 때 나는, 아이 앞에서도 병원까지 데려다주시던 엄마아버지 앞에서도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면회가 끝나면 늘 신생아중환자실 문 뒤에 숨어서 혼자 울다 나오곤 했었다. 처음 호흡기 뗐을 때도 울고, 고무호스를 떼고 스스로 젖병으로 먹었을 때도 울고, 눈 뜨고 꼭 엄마를 보는 것처럼 버둥댈 때도 울고……. 내가 숨어서 혼자 울 때마다 옆 인큐베이터의 아기 엄마들은 아이한테 뭔가 문제가 있는지 걱정스레 물어보았다.

 

2004년 8월 30일. 인큐베이터에서 엄마 뱃속에서 하던 발차기를 하고 있는 모습. ⓒ원혜진
2004년 8월 30일. 인큐베이터에서 엄마 뱃속에서 하던 발차기를 하고 있는 모습. ⓒ원혜진

 

그렇게 우리 아이는 일찍 나온 10주를 병원에서 다 채우고 퇴원했다. 처음엔 의사가 최후의 상황까지 각오하라고 했고 매번 면회 때마다 미숙아의 무시무시한 후유증들을 나열하며 읊어댔지만, 그래도 나는 단한번도 아이가 잘못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30분도 안 되는 짧은 면회시간 내내 아이 앞에 서서 자장가를 불러주고 태명을 불러주며, 살아주어서 고맙다고 잘 버텨주어서 고맙다고 말해주었다.

 

퇴원 후 후유증 하나 없이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를 보며, 아가 때 늘 "다형이 다행이다"를 입에 달고 살았다. 아이를 씻긴 후 몸에 베이비오일을 발라주며, 우리 아기 팔아 고마워, 다리야 고마워, 발바닥아 고마워, 아이의 몸 모든 부분에 감사했다. 캥거루처럼 내 윗옷 속에 벗은 아기를 넣어 맨 살이 닿게 안아주며, 건강하게 쑥쑥 자라주어서 고맙다고 기도했었다.

 

그런데 두 돌이 지나면서부터 아이가 자꾸 고개를 돌려 옆으로 보길래 사시인가 하고 안과 검사를 받아보았다. 미숙아망막증 소견 없다해서 다행이다 했었는데, 사시가 생기는가 하고 걱정이 되었다. 검사 결과는 정상. 시력은 0.6 정도 되고, 사시가 갑자기 진행되는 경우도 있으니 아이가 자라는 동안 적어도 6개월에 한 번씩 안과 정기검진을 받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다 얼마 전, 아이 아빠가 아이 눈동자가 떨리는 것 같다며 검진을 해보자고 해서 좀 잘 본다는 안과를 찾아 갔었다. 의사가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해서 큰 병원에도 다녀왔다. 결과는 안구진탕증. 선천적일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알 수가 없고, 우리 아이는 심한 편이며,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는데 수술로 교정이 된다는 보장도 없단다. 시력이 나쁜 경우, 교정 시력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병인데, 일단 지금 시력은 괜찮다고 했다. 아이가 집중해서 보려면 초점을 맞추기 위해 눈동자가 떨리고, 그래서 집중할 때마다 아예 편하게 고개를 옆으로 돌려 삐딱하게 본다는 것이다.

 

아이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듯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아이들이 모두 잠든 혼자만의 시간이 되자 갑자기 눈물이 났다. 그동안 조금 작고 조금 말랐지만 우리 큰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주고, 동생들이 하나 둘 태어나고, 세 아들녀석들이 북적대며 놀고 자고 밥 먹고 하는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내가 그동안 너무 감사한 마음을 잊고 살았나보다. 나를 엄마로 불리게 해 준, 세상에 감사를 알게 해 준, 고마운 내 첫 아이.

 

한글을 떼고 책 보는 걸 좋아하는 일곱 살 우리 큰 아들. 남들과는 다른 각도로 세상을 봐야하기에 남들 보기에 좀 그렇겠지만, 사는 데에 지장은 없다는데, 눈동자가 좀 떨리는 병쯤이야 어떠랴……. 그래도 자꾸만, 큰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우리 큰 아들, 엄마가 더 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엄마가 자꾸만 감사한 마음을 잊고 살아서 미안하다.

 

새삼스레, 잘 자라주고 사랑이 많은 우리 첫째도 고맙고, 씩씩하고 용감한 우리 둘째도 고맙고, 잘 놀고 잘 먹고 애교 많은 우리 셋째도 고맙고, 뱃속에서 주수에 맞게 잘 자라주는 우리 넷째도 고맙고, 멀리까지 출퇴근하며 나랑 아이들 잘 돌봐주는 아이 아빠도 고맙고, 모든 게 다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우리 아이들 보면서 언제나 감사하며,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칼럼니스트 원혜진은 아들 셋(04년, 06년, 08년생)을 키우며 넷째 딸(11년 3월 출산예정)을 임신한 주부이다.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학원, 도서관 등에서 논술 강사로 일해왔으며, 커가는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갖기 위해 전업주부로 전향할 계획이다. 홈스쿨링과 자연 속에서의 삶을 꿈꾸며, 집안일하는 것보다 아이들과 책 읽고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철없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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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워2011.04.22 17:11

    눈물나요..
    저도 둘째때에는 병원에 가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은근 걱정되네요.
    맘이 짠

  • 연*맘2011.02.26 17:41

    닭살이 돋아요..
    정말 이런거 보면 넘넘 짠해서 닭살이 돋네요.

  • 튼*******52010.12.03 12:04

    튼튼맘101215
    초기에 우리 아가도 유산끼가 있었고 중기쯤에는 자궁경부가 짧다하여 조산끼가 있었는데 그 힘든 시기들을 넘기고 이제는 3kg 넘는 건강한 아가가 되었다고 해

  • 우***자2010.12.02 18:02

    ㅜㅜ
    힝~눈물나~아가야 얼른 나아서 건강하게 쑥쑥 자라렴~
    새

  • 예*맘2010.12.02 17:50

    뭉클하네요.
    앞으로도 건강하게 자랄

  • 원*맘2010.12.02 10:11

    눈물이 나네요..
    임신을 한것도 수정이 되면서 입덧을 하게 되어서 알게 되고..예정일보다 3주가량 빨리 출산을 하게 된 그 시점까지도 입덧을 하던 전 아가 몸무게 미달로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야한다 말아야한다는 의사선생님 말씀에 마음을 많이 졸였었는데...
    지금은 건강하게 자라주는

  • 총**맘2010.12.02 09:15

    맘이 짠하네요
    저도 8개월인데... 맘이 짠하네요...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야할텐데... 화이팅하며

  • 한**은2010.12.02 09:02

    아..정말...
    저에게도 기적이 필요합니다....

  • 승**미2010.12.02 01:16

    아~ 반성하게 되네요
    아!정말 눈물이 날것 같아요^^
    그래도 행복하시죠^^ 큰 아이도 엄마맘을 알아줄꺼 같아요
    북적북적대는 집이 부럽네요
    전 아직 아이가 하나거

  • 큐**양2010.11.30 17:20

    건강한
    건강하게 자라준아이라 너무너무 감사하네요
    정

  • 가*멜2010.11.29 12:55

    힘내세요♥
    저도 4개월된 우리 아기를 보면

  • 세***망2010.11.27 22:52

    ^^
    정말 맘이 짠~~하네요...
    자는 아이들을 보며 가끔 생각하는데...
    나에게 와줘서 너무나 고맙고 건강하게 커줘

  • 레2010.11.26 15:19

    정말 건강이 최고죠..
    인큐베이터 속에 작은 아이를 보니까 눈물이 핑 도네요.
    정말 건강하게 자라주는게 최고인데..
    어제밤에 이불에 쉬한 큰 애 혼내키고 어린이집 보

  • 헤**맘2010.11.26 11:57

    찡해요..
    그래도 건강하게 자라준 큰아이에게 너무 고맙네요.. 세상의 엄마자격으로

  • 윤*맘2010.11.26 01:27

    가슴이 뭉클하네요..
    저도 울아가에게 매번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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