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는 아이·치이는 아이… 11개월 쌍둥이도 훈육이 먹힐까
치는 아이·치이는 아이… 11개월 쌍둥이도 훈육이 먹힐까
  • 칼럼니스트 전아름
  • 승인 2018.08.0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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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트윈스 육아일기] 우리 경진이가 왜 그럴까?

퇴근하고 어린이집에서 쌍둥이들을 하원시켜 집에 도착하면 정말 피곤하고 힘들다. 그러나 마냥 쉴 수가 없다. 일은 퇴근했지만 육아로 출근해야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집에 도착한 아기들에게 저녁밥을 먹이고, 씻기고, 어른들 저녁을 준비하다보면 쉴 틈이 없다. 그럴 때마다 ‘둘이라 다행이다’라고 생각한다. 저지레를 쳐도 둘이 같이 치고, 놀아도 둘이 같이 노니 내심 안심이 된달까.

그런데 지난 주 어린이집 선생님이 하원길에 이런 당부의 말씀을 하셨다.

“어머니 경진이가요, 경빈이 장난감을 항상 빼앗아요. 반뚜(같은 반 외국인 아기. 생후 14개월.)한테도 그러는데 반뚜는 진이보다 덩치가 크니 밀리지 않는데 빈이는 항상 밀려요. 빈이가 그러다보니 스트레스 받아하고 있어요. 좋아하는 장난감을 손에 쥐고 있다가도 진이가 다가오면 지레 장난감을 손에서 놓고, 한 가지 장난감에 오래 집중하지 못해요. 집에서 진이가 그러지 않을 수 있도록 지도해주세요. 저도 같이 해볼게요.”

집으로 돌아오는 언덕길에서 유모차를 밀며 그간 내가 ‘둘이라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던 장면들을 생각했다. 그날 아침만 하더라도 그랬다. 요즘 쌍둥이들은 빨대컵으로 분유를 먹고 있다. 분유를 타서 경빈이 손에 쥐여주고 나머지 분유 한 통을 제조하고 있었는데 경빈이에게 준 분유가 경진이에게 가 있는 것이 아닌가? 나와 눈이 마주친 경진이는 특유의 장난스런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더욱 힘차게 분유를 빨아먹었다.

또 둘이 같이 장난치고 노는 거라 생각했던 장면들을 곱씹어보자면 경진이가 언제나 경빈이가 갖고 있던 장난감을 빼앗아 제 입으로 가져가는 일이 대부분이다. 경진이가 경빈이를 깨물어 울리는 일도 많았다. 얼마 전에는 경빈이 손목의 '통통살'을 콱 깨물어 한나절 동안 잇자국이 사라지지 않은 적도 있다. 내가 피곤하다고, 내가 힘들다고, 애들을 방치했구나 싶었다. 그럴 때마다 드라마 제목을 패러디하며 “우리 경진이가 왜 그럴까아아~” 하고 말았던 스스로가 한심했다.

치고 치이더라도 뽀통령 앞에서만큼은 대동단결하는 쌍둥이들이여. ⓒ전아름
치고 치이더라도 뽀통령 앞에서만큼은 대동단결하는 쌍둥이들이여. ⓒ전아름

그 다음 날부터 나는 아기들 밥은 조금 대충 만들더라도, 집안일을 좀 덜 신경쓰더라도, 어른들 밥이야 시켜먹더라도, 아기들의 놀이에 개입하는 시간을 늘려보기로 했다. 아기들이 각자의 놀잇감에 집중해 놀 때에는 개입하지 않되, 멀리 떨어져 핸드폰만 보며 방관하는 습관도 버렸다. 경진이가 또 경빈이를 괴롭히거나 장난감을 빼앗을 땐 경진이를 붙잡고 이렇게 말했다.

“경진아, 경빈이 장난감 빼앗으면 안 돼.”

“경빈이가 다 갖고 논 다음에 경진이 놀자. 기다려.”

“경진이가 경빈이를 잘 기다려줬네. 고마워요. 잘했어. 이제 경진이가 갖고 놀아보자.”

“경빈이도 이제 그만 놀고 경진이에게 양보해주자. 그래 고마워. 잘했어요.”

물론 생후 11개월의 아기들에게 이렇게 길게 말한들, 아기들은 절대로 나의 잔소리를, '투머치토킹'을 들어주지 않는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울거나, 짜증내거나, 뻗대거나, 다른 데로 기어가기 마련이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경진이와 경빈이의 놀이에 적절히 개입하며 간단한 훈육을 시도했다.

그리고 얼마 전, 어린이집 선생님이 “오늘은 경진이가 경빈이 장난감을 빼앗지 않고 잘 기다려줬어요. 어머니가 노력해 주신 덕분인 것 같아요”라고 얘기해주셨다. 못 들은 척하고 있었을 뿐이지 엄마의 말을 듣긴 들었구나 싶어 내심 고맙고 뿌듯했다.

어른들은 쌍둥이든 연년생이든 나이 터울이 적은 형제들은 치이고, 치고 살 수밖에 없다고 한다. ‘애들이야 싸우면서 크는 거지’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고. 그런 것이 운명일지언정 나는 아기들에게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고, 기다려주고 고마워하며 살아가는 방식을 알려주고 싶다. 비록 이 훈육이 언제까지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기다려줘. 양보해줘. 고마워요. 잘했어요.” 이 칭찬을 기억하며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

*칼럼니스트 전아름은 용산에서 남편과 함께 쌍둥이 형제를 육아하고 있는 전업주부다. 출산 전 이런저런 잡지를 만드는 일을 했지만 요즘은 애로 시작해 애로 끝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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