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대디 혹은 육아빠 등 육아하는 아빠에 대한 신조어가 널리 쓰일 만큼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2012년도부터 법적으로 남성 육아휴직이 보장되었고, 2016년도부터 남성 육아휴직자가 반기에 두 배씩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2016년 봄에 육아휴직을 사용하면서 육아하는 아빠가 되었죠. 신문기사나 뉴스의 통계에서는 확연히 늘어났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육아하는 아빠를 거의 본 적 없고, 체감할 수도 없다고 합니다. 육아하는 아빠가 많이 안 보이는 이유는 아기가 돌 이전인 경우에는 육아하는 아빠가 집 밖에서 잘 안 보이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아기가 걸음마를 시작해야 밖에 데리고 나오기 때문이죠. 저도 아기가 걷기 전에는 육아하는 시간의 대부분을 집에서 보냈어요.
아기가 돌이 지나면 육아하는 아빠를 조금 더 볼 수 있는데요, 주로 아침에 어린이집 혹은 유치원을 데려다주는 아빠입니다. 예전에는 아이들의 등원도 엄마들의 몫이었는데, 요즘에는 아빠들의 모습도 많이 보입니다. 저도 집에서만 육아할 때에는, 남자는 나만 육아하는 줄 알았었어요. 그런데 아침에 아이를 등원시키면서 바깥을 둘러보니, 생각보다 아기를 등원시키는 아빠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하원 후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같이 놀아주는 아빠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아빠들이 육아에 동참하는 추세인데, 저 혼자 좁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죠.
"남자가 육아휴직했다는 게 부끄러워서, 아기 데리고 외출 안 하는 거 아닌가"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부끄러워서 안 나가는 사람도 있을 수도 있으나,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집안에서 아기 보기도 힘든데 밖에 나가면 더 고생이야."
"남자가 아기 데리고 나가면 갈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어."
첫 번째는 귀찮다는 이유가 강하지만, 두 번째는 아빠 혼자서 아기를 데리고 외출하기 정말 힘들어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보통 대형마트나 공원에서 유모차를 끄는 아빠를 보기도 했었지만, 엄마 아빠가 함께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빠 혼자서 아기를 데리고 나가면, 당장에 아기 기저귀를 갈아줄 수 있는 곳도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최근에 지어진 대형마트 혹은 백화점에 있는 남자 화장실의 플라스틱 기저귀 교환대가 전부입니다. 아기가 편하게 누울만 한 푹신한 기저귀 교환대는 수유실이라고 되어있는 곳에만 있고, 그 수유실에 남자는 출입 금지라고 되어 있습니다. 아빠가 아기의 분유를 타려고 뜨거운 물이나마 받으러 잠시 들어가려면, 안에 있는 다른 엄마들의 눈치가 이만저만 아닙니다. 편하게 분유나 이유식을 먹일만한 장소조차 없는 거죠. 남자 육아휴직 정책은 개선되고 있는데, 남자를 위한 휴게실같이 현실은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유아휴게실과 수유실의 명칭을 혼용하여 사용하면서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아기에게 젖을 준다는 수유실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보다는, 유아휴게실이라는 이름으로 통일하고 아빠 엄마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명시해야 인식이 바뀝니다. 모유 수유를 위한 공간은 유아휴게실 안에 문으로 분리하여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혹시 남성 육아휴직을 사용할만한 여건이 되는데 망설여진다면 주위를 둘러보세요. 생각보다 많은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육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아직 정책에 비해서 현실이 미비한 것 사실이지만, 육아휴직을 하는 아빠들이 많아질수록 현실도 더 빨리 개선되리라 생각합니다.
*칼럼니스트 황수웅은 3살의 딸을 직접 육아하는 아빠이며, 아기 성장동영상을 제작하는 '앙글방글'의 대표입니다. 딸이 태어나기 전에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으나, 육아를 위해 3개월의 육아휴직 후 퇴사를 하고 직접 육아하고 있습니다. 아빠가 하는 육아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려고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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