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장래희망을 강요하지 마세요
[주부아빠의 독립육아] 아이에게 꿈 공격을 당한 아빠
"아빠는 꿈이 뭐였어?"
잠자리에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아이가 갑자기 돌직구를 던졌다.
“꿈?”
“응. 꿈. 아빠는 어렸을 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어?”
“아… 꿈.”
어떤 질문인 줄 알았지만, 괜히 뜸 들이며 모른 척했다. 대답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 사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난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신 아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우리 의선이는 꿈이 뭐야?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어, 나는 예전에는 동물을 돌봐주는 수의사가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클레이로 이것저것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렇구나. 맞아. 꿈은 계속 바뀌어. 아빠도 크면서 계속 바뀌더라고. 그게 당연한 거야.”
“아빠는 지금 꿈이 뭐야?”
다시 들어온 공격. 또 다시 말문이 턱 하고 막혔다. 지금 내 모습이 아이에게는 어떻게 비칠까 지레짐작으로 부끄러워서.
“아빠도 어렸을 때 이런저런 꿈이 있었지만, 지금은 우리 딸들 키우는 게 제일 좋아. 나중에는 어떻게 또 바뀔지 모르겠지만.”
뭔가 선문답 같지만 용케 잘 피해간 것 같았다.
“그럼 아빠 꿈은 아빠네.”
‘윽….’
그 말 나올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결국 마음의 상처를 받고 말았다. 아이에게 꿈 공격을 당한 아빠.
살짝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생각해보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어쩌면 지금의 나는 나의 꿈 하나를 이루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 좋은 아빠, 더 좋은 가족이 되기 위해 예전 나의 꿈을 포기하고 또 다른 꿈을 이루기 위해 살고 있으니. 꿈이란 게 반드시 거창할 필요가 있나, 바라고 원하는 걸 이루면 되는 거지.
예전에 첫째 아이 공개수업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교실 뒤편에는 아이들 각자의 장래희망을 써놓은 메모지가 잔뜩 붙어 있었다. 의사, 판사, 변호사, 교사 등 각종 전문직 직업들이 대부분인 메모지 사이로 우리 딸의 장래희망이 내 눈을 끌었다.
“동물병원 간호사.”
아이에게 왜 동물병원 간호사냐고 물었더니, 아이는 “의사는 병을 고쳐주지만 간호사 언니는 아픈 동물들을 보살펴주잖아요.”라고 했다. 그렇게 깊은 뜻이 있는 줄 몰랐던 아빠는 괜히 부끄러워졌다.
언젠가 둘째에게도 한번 물었더니 엉뚱한 아이답게 역시나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알바생이요.”
“뭐? 알바생?”
"응, 드라마 '도깨비'에서도 그 언니가 치킨집 알바하잖아. 나도 알바생이 되고 싶어요."
그렇게 천진난만하게 대답하는 아이를 보고 난 ‘넌 참, 인생 편하게 살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어린아이들을 보면 궁금해지는 그 질문. 바로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니?”. 나도 어릴 때 무수히 들었던 그 질문. 어른들의 관심 어린 표정이 싫었던 나는 아무 꿈이나 대충 둘러대곤 했다. 사실 아직까지도 나는 내 꿈이 뭔지 잘 모르는데, 그때 그 어른들은 나에게 뭘 기대한 걸까?
아이들이 써놓은 장래희망 쪽지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아이들이 진심으로 고민해서 쓴 장래희망일까? 아이들이 진심으로 그 일을 하면서 느낄 보람을 생각하며 적은 걸까, 아니면 부모의 강요에 의한 꿈일까?’
두 딸을 키우면서 나도 가끔씩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커서 어떤 사람이 될까 상상해본다. 물론 사회적으로 훌륭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지만, 그걸 강요하지는 않는다. 내가 강요한다고 그 꿈이 아이의 꿈이 될 수는 없기에. 그냥 인생을 살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배우면서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면 그뿐이다. 그래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거라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본인의 꿈을 강요하지 않는 부모가 되었으면 좋겠다. 순백색의 도화지 같은 아이들이 마음껏 그들의 꿈을 그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부모가 되면 좋겠다. 아이는 저마다 타고난 본성과 적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부모의 역할은 그 아이들이 스스로 잘 걸어갈 수 있게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지 길을 만들어서 떠미는 게 아니다. 그래야 아이도 부모도 조금 더 행복할 수 있다.
*칼럼니스트 노승후는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STX조선, 셀트리온 등에서 주식, 외환 등을 담당했으며 지금은 일하는 아내를 대신해 5년째 두 딸을 키우며 전업 주부로 살고 있습니다. 일과 가정 모두를 경험해 본 아빠로서 강연, 방송, 칼럼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아빠, 퇴사하고 육아해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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