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육아맘 그리고 '경단녀'
[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육아맘 그리고 '경단녀'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18.08.14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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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맘 #경단녀 #경력단절여성 #워킹맘 #주부채용 #프리랜서

“어디 일 다니세요?”

아이를 등∙하원 시킬 때마다 엘리베이터에서 종종 마주치는 또래 아이 엄마들이 내게 묻곤 하는 말이다. 가벼운 인사말 중 하나지만 그때마다 나는 괜히 위축돼 우물쭈물 얼버무리고 만다.

내 직업은 작가이고 집에서 글을 쓰고 있긴 하지만 일정한 고정 수입이 없는 프리랜서는 정식 ‘워킹맘’으로 인정받기 힘들다. 나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오전 시간이나 아이가 잠든 후 등 틈틈이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구태여 종일반을 신청할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지만, 신청한다 해도 서류나 절차상 문제가 까다로워 프리랜서 워킹맘은 종일반 신청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래도 내 경우는 전공을 살려 그간 해왔던 일을 조금씩이나마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럽고 감사한 나날이다. 복직을 하지 않은 대부분의 엄마들은 정말 출산과 육아를 시작함과 동시에 경력단절여성이 돼버렸기 때문에.

얼마 전 시청에서 ‘경단녀’ 채용 박람회가 열렸다. 나와 평소 가깝게 지내던 아이 엄마는 이제 막 둘째까지 어린이집에 보내게 된 터라 이 소식을 누구보다 반가워했다. 그러나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는 설렘도 잠시, 박람회에 다녀온 언니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이유인즉슨 막상 채용 박람회에 가보니 본인의 전공이나 그간 해왔던 경력과 전혀 관계없는 일자리 매칭이 이어져, 공들여 다시 쓴 이력서나 경력 기술서는 의미조차 없었다고 했다. 아이를 낳기 전 기업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근무했던 언니는 시간제 아이돌봄 서비스나 미술학원 등의 승∙하차 아르바이트를 권유받았다고 한다.

그래도 이 정도는 나은 편이라며, 함께 간 다른 엄마는 패스트푸드점의 파트타임 업무 코너만 기웃거리다 돌아왔다고.

◇ 디자이너에게 승하차 알바 권하는 '경단녀' 채용

요즘은 대기업에서 의무적으로 경단녀 채용의 비중을 늘리기도 했고, 은행 창구 업무 직원은 매년 대대적인 주부 사원을 시간제로 모집하기도 한다. 일자리 혹은 경제적인 활동이 절실한 엄마들에게는 무엇이든 고마운 일임에 틀림없지만, 이것들이 실질적으로 엄마의 경력을 다시 살려 주는 일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단절된 경력을 다시 살리려면 원래 내가 했던 일, 그 경력에 보탬이 되는 일을 이어가야 하는 것일 텐데, 병원에서 간호 일을 하던 친구는 은행 업무를 하고, 출판사에서 편집을 하던 친구가 방과 후 아이돌봄 서비스를 하고 있는 현실은 대체 어떤 경력을 되살리고 있는 일일까?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를 보면 세상 어떤 일보다 육아가 보람 있다 느껴지기도 하고, 어느새 부쩍 자란 아이가 대견해 엄마라는 '극한 직업'에 자부심을 느낄 때도 많지만, 그럴수록 "'나'는 어디로 갔지?" 싶은 마음에 엄마 아닌 ‘나’라는 존재에 대한 갈망 또한 커져간다.

주위에서 아직 결혼을 하지 않고 일을 하며 승승장구하는 친구들이나 프로페셔널하게 직장 생활을 하는 멋진 워킹맘들을 볼 때면 이런 생각은 종일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럴수록 최선을 다해도 자꾸 초라해지기만 하는 내 자신이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그럴 때면 단순히 경력단절이 아니라 세상과 단절돼 있는 아줌마는 아닌가 싶어 한숨이 절로 나온다.

현실적인 엄마의 이력 '육아=경력 단절'
현실적인 엄마의 이력 '육아=경력 단절' ⓒ여상미

조급해 하지 말자. 천천히 준비하다 보면 기회는 올 거야. 나 자신에게, 그리고 주변의 경단녀 육아맘들과 또 다시 파이팅을 외치고 돌아서지만 이대로 모든 게 멈춰버릴 것 같은 불안함과 씁쓸함은 여전히 나만의 몫이다.

현모양처가 꿈인 친구들은 간혹 있었지만 단순히 ‘엄마’가 꿈이었던 그녀들은 보지 못했다. 엄마이기 이전에 꿈이 있었고 이를 위해 공부하고, 사회생활을 하던 많은 여자 사람들. 현실은 동화처럼 '누군가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끝!'이 아니기에, 엄마도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많은 기회들이 주어졌으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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