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허(許)하라!
해피 와이프, 해피 라이프! 행복한 엄마 되기 - ②
[연재] 우리 집 보물 넷, 사람 만들기
지난번 어느 일요일, 이틀을 하루종일 아이들과 북적대다가 늦은 오후, 드디어 참지 못하고 혼자서 집을 박차고 나섰다. 토요일 일요일 온종일 밥하고, 간식 내주고, 치우고를 반복하다보니, 허리 한번 펴고 쉬지도 못했다. 그래서 혼자서 집을 나선 것이다. 남편에게는 잠깐 바람 좀 쐬고 오겠다고 했다.
막상 나가니 갈 데가 없었다. 친정에 가자니, 늘 여섯 식구가 몰려가다가 혼자서 가면 무슨 일이냐고 걱정하실 것 같았다. 혼자 영화를 보자니, 청승맞은 것 같고, 딱히 보고싶은 영화도 없었다. 무작정 차를 몰고 아파트단지를 나서며 음악을 크게 틀었다.
창문을 열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좋아하는 음악을 듣다보니 조금 마음이 풀리는 듯 했다. 방향을 집에서 좀 멀리 떨어진 남면도서관쪽으로 잡았다. 마침 시간이 도서관 문 닫기 조금 전 시간이었다. 추리소설 두 권과 여행 책 세 권을 골랐다. 좋아하는 책들을 죽 늘어놓고 뭘 빌릴까 고민하며 고르는 시간이 문득 행복했다.
남면도서관은 넷째를 임신하기 전까지 논술 수업을 했던 곳이라 일주일에 한 번씩 가던 곳이다. 휴일엔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책도 읽어주고 놀기도 했다. 집에서 도서관까지 30분, 운전하기 좋은 한적한 길이다. 아이들 없이 책을 고르는 것이 얼마 만인지,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잔뜩 골라놓고 대충 훑어보며 그 중에 다섯 권을 골랐다.
책을 빌리고는 바로 근처에 있는 천 년 된 느티나무를 보러갔다. 역시 아이들 데리고 와서 천 년간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 할아버지라며 놀곤 했던 곳이다. 혼자 차를 세워놓고 음악을 들으며 잠깐 편하게 앉아 있었다. 그래, 예전에 비가 오는 날이면 수업이 끝나고 이 나무 아래로 와서 빗소리를 들으며 음악을 듣곤 했었다. (나는 비오는 날을 좋아한다.)
비가 오는 날은 아니지만, 혼자 잠깐 편하게 앉아 있으려니, 요즘 내가 이렇게 혼자 고요하게 지낸 시간이 언제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그만 두고 전업주부가 되니, 나만을 위한 시간을 내기가 참 힘들구나. 전에는 수업하고 지쳐서 힘들다 생각만 했지, 일하러 오가는 시간, 일하고 잠깐 쉬는 시간이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이란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잠깐 앉아있다 출발하며 보니, 그래도 집에서 나온 지 한 시간도 안 되었다. 이제 어디로 갈까 하다 마침 일요일 저녁 미사 시간이라, 성당에 가기로 했다. 준비도 않고 나왔지만, 바로 집 근처 성당으로 차를 돌려 일찌감치 성당에 도착했다.
미사가 끝난 후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 집에서 나온지 세 시간도 안 되었는데, 이제 어디 가고 싶은 마음보다는 아이들이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요 녀석들, 아빠랑 뭐하고 있나 궁금했다. 집에 들어가자 아이들이 시끄럽게 나를 맞았다. 엄마! 엄마! 넷이 동시에 불러대며 어디갔다왔냐며, 보고 싶었단다. 남편도 궁금한지 어디를 다녀왔냐며 묻는데, 씨익 웃으며 비밀이라고 알려주지 않았다. 아이들은 아빠와 저녁을 먹고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며 재웠다.

그동안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나 보다. 그저 나가 잠시 바람만 쐬고 돌아왔을 뿐인데 마음이 많이 말랑말랑해진 기분이다.
아직 돌 지나고 두 달밖에 안 된 막내가 내내 밖에서 놀자고 하기 때문에 놀이터에 나가서 놀며 한시도 아기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게다가 오빠들이 오면 간식 주랴 저녁 차려 먹이랴, 씻기랴, 정신이 하나도 없다. 평일은 그나마 오빠들은 어린이집에라도 다녀오지만, 주말이면 어디를 나가든 안 나가든, 아이들 뒤치다꺼리 하느라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막내만 좀 커도 훨씬 나을텐데, 하는 생각에 막내를 보며, 얼른 커라 얼른 커라 한다. 그래도 막내는 왜이리 예쁜지, 빨리 크면 아깝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엄마도 어른들과 어른스러운 대화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네 번째 출산으로 지친 엄마 몸을 위해 운동도 필요하고, 고요하게 혼자 명상에 잠길 시간도 필요하고, 엄마 자신만을 위한 책을 읽을 시간도 필요하다. 누구보다 내 자신이 행복해야 우리 집에 행복한 기분이 가득할 것이 아니겠는가.
(잠깐의 가출로 깨달은 바 있어, 이제 아기까지 오전에 잠깐 맡기고 요가를 다니기 시작했다. 운동 후 혼자서 도서관도 다녀오고 책도 본다. 청소도 여유있게 하고 미리미리 식사준비도 해놓는다. 그리고 아이들을 만나면 최선을 다해 놀아준다. ^^)

*칼럼니스트 원혜진은 3남 1녀(04년, 06년, 08년, 11년생)를 키우는 주부이다.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학원, 도서관 등에서 논술 강사로 일해 왔다. 홈스쿨링과 자연 속에서의 삶을 꿈꾸며, 집안일하는 것보다 아이들과 책 읽고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철없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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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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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2012.07.16 03:31
맞아요
엄마도 시간이 필요
플*워2012.05.24 11:54
정말
휴식이라는건 어디 가고오는 시간도
지*2012.05.23 22:33
맞아요..맞아..
엄마에게도 혼자만의 시간은
동***맘2012.05.23 09:51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언제나 신선하고 호기심 가득한 글이
까*로2012.05.23 08:34
정말 공감..
ㅠㅠ 좀 좀 신랑이
치**주2012.05.22 20:57
엄마에게도
엄마에게도 혼자만의 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