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난 지 어느덧 30개월, 옆에서 자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내심 흐뭇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합니다. 아직도 제 스마트폰 배경화면에는 아이 9개월 때 사진이 자리 잡고 있어요. 지금 아기의 모습을 보면서도 그때의 추억을 계속 떠올리고 싶은 거랍니다.
그리고는 추억을 떠올리고 싶을 때마다 스마트폰에 찍어둔 사진을 보기도 하고, 예전에 작성해둔 육아일기를 보기도 합니다. 재작년 여름에는 무표정으로 겨우 기어다니고, 작년 여름에는 아장아장 걸음마에 활짝 웃으며 엄마 아빠를 부르던 아기였습니다. 올해 여름에는 좋아하는 것을 보고 후다닥 뛰어가기도 하고, 하고 싶은 것을 못하면 징징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언제 이렇게 커버린 걸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지요.
◇ 육아일기를 쓰면 무엇이 좋을까
이렇게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단순히 스마트폰의 사진과 영상으로 남겨둬도 좋은 추억이 됩니다. 하물며 말이나 행동 등 그 당시의 상황에 대한 생각을 상세히 기록해서 일기로 남겨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종이 노트에 써도 좋겠지만, 온라인의 블로그 같은 곳에 육아일기를 작성하면 스마트폰의 사진과 영상을 같이 볼 수도 있어요.
하루는 어머니와 통화 중에 육아일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셨어요.
"요즘에 블로그에 육아일기 안 쓰냐?"
"최근에 조금 바빠서 밀렸어요. 그런데 블로그에 일기 쓰는 거 어떻게 아셨어요?"
"네가 블로그 주소 알려준 거 기억해놨지. 손주 어릴 적 모습도 계속 볼 수 있고, 단체 채팅방에서는 못 본 사진도 있으니 정말 좋더라."
"자주 써서, 잘 크는 모습 계속 보여드릴게요."
온라인으로 작성하면, 자주 못 보는 가족들도 아이의 커가는 모습을 같이 공유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육아일기는 추억을 남기고 공유하는 용도 외에도 다른 좋은 점이 있습니다. 아이의 평소 상태를 기록해 발달 사항을 체크할 수 있는 점입니다.
특히 아기는 조그만 환경 변화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평소와 같은 분유나 이유식을 먹었는데 갑자기 설사를 하거나 컨디션이 나빠지면, 예전에 비슷한 경우가 있었나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혹은 예전에는 언제 아파서 병원에 갔는지 기록해두면, 계속되는 질병을 체크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키나 몸무게 등 신체발달이나 말하는 영상을 찍어서 언어발달을 알 수도 있어요.
온라인으로 작성한 육아일기가 혹시나 나중에 삭제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된다며 저에게 물어본 분도 계셨습니다. 대형 포털사이트의 블로그에는 본인이 작성한 글을 PDF 파일로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서, 주기적으로 파일로 만들어서 개인 PC에 저장할 수도 있습니다. 몇몇 육아 관련 사이트 또는 어플에서는 다이어리 형식으로 작성한 육아일기를 책으로 인쇄할 수 있는 기능도 있습니다.
◇ 육아일기는 어떻게 쓰면 좋을까
처음 육아일기를 쓰려면 정말 막막한 느낌이 듭니다. '멋지게 잘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금세 포기하는 경우가 아주 많이 있습니다. 저도 블로그에 육아일기를 처음 시작해서 60일 정도까지는 열심히 쓰다가 포기한 적도 있었죠. 꾸준히 작성하는 일기, 특히 온라인에 작성한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그래도 아기에 대한 기록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400일 정도까지는 종이 노트에 간략히 작성했습니다. 지금은 블로그에 육아일기를 계속 쓰고 있지만, '누군가 육아일기 쓰는 방법을 조금 알려줬더라면 꾸준히 쓸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육아일기로 어떤 것을 쓰면 좋을지 조금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첫째, 매일 쓰고 상세히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리세요. 밀리면 밀리는 대로 시간 날 때 작성하면 됩니다. 부담을 가지면 쉽게 포기합니다.
▲둘째, 초음파 사진 등을 이용해 임신 기간부터 작성해 보세요. 아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애정이 쌓이고, 태교에도 도움이 되는 느낌입니다.
▲셋째, 신생아 기간에는 수유일지 위주로 작성하고 육아일기는 주 1회 정도 간략히 적으세요. 수유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드니까요.
▲넷째, 날짜별 기념일을 남겨주면 좋아요. 50일, 100일, 200일, 첫돌 등 기념일은 계속해서 찾아보고 싶은 추억입니다.
▲다섯째, 아기가 처음으로 한 행동을 남겨주면 좋아요. 처음으로 한 뒤집기, 잡고 일어서기, 걸음마, "엄마"라고 부른 날 등 새로운 행동을 처음 할 때 느꼈던 감동을 나중에도 똑같이 느낄 수 있어요.
조금 귀찮을 수도 힘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임신 기간과 첫돌까지 주 1회 혹은 월 2~3회 정도로만 육아일기를 작성하면 어느새 습관이 돼 있을 겁니다. 육아일기 작성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깨닫게 되고,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스스로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칼럼니스트 황수웅은 3살의 딸을 직접 육아하는 아빠이며, 아기 성장동영상을 제작하는 '앙글방글'의 대표입니다. 딸이 태어나기 전에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으나, 육아를 위해 3개월의 육아휴직 후 퇴사를 하고 직접 육아하고 있습니다. 아빠가 하는 육아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려고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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