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둘이라서 이런 게 좋다?
아이가 둘이라서 이런 게 좋다?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8.08.22 09:2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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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부담감 내려놓으니 더 쉬운 육아 가능해져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너 둘째는 너무 대충 키운다~”

우리 집에 놀러 온 친구가 둘째 이유식을 만드는 모습을 보다 웃음을 터트렸다. 쌀을 불려서 하지 않고 밥솥 안의 밥을 갈아 만든다니까 “첫째 키울 때와는 너무 다르다”라며 한소리 하는 것이었다.

“아는 동생한테 전수받은 방법이야! 이 좋은 방법을 이제야 알았다니... 쌀이랑 밥이랑 어차피 똑같으니까 괜찮아, 걱정마.”

유명하다는 이유식 관련 책을 보면 이유식은 쌀을 불려서 갈아 만드는 방법이 정석이라고 나와 있다. 책으로 이유식을 배운 난, 첫째 때는 아주 열심히 책대로 이유식을 만들었다. 불린 쌀을 적당히 갈고, 고기는 부드러운 안심살로 준비해 핏기도 뺀다. 채소는 싱싱한 걸로 바로 다져서 준비하고 채소와 다시마로 끓여 낸 육수까지 준비하면 이유식 준비 끝! 준비한 재료를 한 냄비에 넣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젓고 또 저으면 이유식이 완성된다. 당연히 그렇게 만들어야 하는 줄 알았다. 평생 사 먹지도 않던 비타민, 콜리플라워를 넣은 이유식도 만들어야 하는 줄 알았다. 지금은 안심살이든 꾸리살이든, 쌀이든 밥이든 별로 중요하지 않다. 냉장고 채소칸에 남은 채소 넣고 신속하게 만들어서 아이가 잘 먹으면 그걸로 만족이다. 둘째만 찬밥 신세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가 둘이 된 뒤 ‘엄마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으면서 달라진 풍경이다.

아이들이 (아주) 가끔 서로 안고 뽀뽀하는 모습을 볼 때면, 아이 둘 낳기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든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들이 (아주) 가끔 서로 안고 뽀뽀하는 모습을 볼 때면, 아이 둘 낳기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든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가 하나일 때는 모든 시선, 신경을 아이에게 쏟아붓느라 진이 빠졌다. 아이가 낮잠이라도 자면 행여 깰까 봐 다른 일도 못하고 숨죽이고 있었다. 아이가 울면 ‘무조건 빠르게 반응하라’는 육아서 조언처럼 쏜살같이 달려가 달래주고 바라봐 주며 아이를 살폈다. 매일 육아일기장에 몸무게나 발달 사항, 오늘 있었던 일 등을 기록하는 것도 하루 일과였다. 이가 언제 하나 더 올라왔는지, 박수는 언제 쳤는지, 왜 앉지 않고 잡고서는 것부터 하는지 등 아이의 모든 것을 기록했다. 아이 열이 38가 넘으면 삐뽀삐뽀 책을 꺼내 읽다가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인터넷을 뒤져 다른 아이들의 사례를 비교하며 안절부절못했다. 아이에게 소리라도 지른 날 밤에는 자는 아이 얼굴을 보며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렸다. ‘왜 난 이 정도밖에 안 될까’ 엄마 자격을 거론하며 자책의 밤을 보내기 일쑤였다. 

하지만 아이가 둘이 되니 첫째를 언제 저렇게 키웠는지 감도 안 올 정도로 달라졌다. 한번 해 본 육아라 나름의 자신감이 생겨서일까? 아이를 대하는 내 행동이 거침없어졌다. 첫째 때는 육아라는 것이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서, 아이가 괜히 잘못될까 봐 매사가 조심스러웠지만, 지금은 다 ‘괜찮다’ 마인드다. 열이 38도가 넘어도 ‘40도 넘는 것도 아니고, 칭얼대지 않으니 괜찮다’ 싶어서 지켜본다. 첫째가 먹던 음식을 둘째가 냉큼 주워 먹어도 ‘둘째만의 일탈’이겠거니 놔둔다. 예전 같았으면 ‘돌전에는 간 된 거 먹으면 안 된다’라며 난리 났을 텐데 말이다.  조금 울어도 괜찮다, 넘어져도 괜찮다, 둘이 싸울 수도 있다. 조금 놔둔다고 큰일이 생기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에 아이 하나만 키울 때보다 육아에 관대해지게 됐다. 애 하나 키울 때처럼 지극정성으로 온갖 에너지를 다 쓰면 애 둘을 키울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마음을 비우고 나니, 더 쉽고 즐거운 육아가 가능해진 것이다.

엄마가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아이들, 특히 첫째의 모습도 여유로워 보인다. 동생 안으면 자기도 안아달라고 떼쓰고 울기 바빴는데, 지금은 동생을 인정하고 챙기는 모습이 예쁘다. 엄마의 사랑이 자신만이 아닌, 동생에게도 가야 한다는 걸 알아차리는 것 같다. 엄마가 동생 밥을 다 먹일 때까지 기다리고, 동생에게 장난감 하나를(물론 안 쓰는 장난감) 건네기도 하는, 기특한 오빠로 거듭나는 중이다.

'우리 집에 천사가 둘씩이나 있다니!' 역시 아이들은 자는 게 제일 예쁘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우리 집에 천사가 둘씩이나 있다니!' 역시 아이들은 자는 게 제일 예쁘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무엇보다 아이가 둘이라 좋은 건, 흐뭇하게 바라봐야 할 대상이 배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말문 터진 첫째의 쫑알거리는 모습도, 호기심 가득한 둘째의 행동도 너무 사랑스럽다. 자는 모습을 보면 우리 집에 천사가 둘씩이나 있다니. 가끔(정말 가끔) 남매가 서로 좋다며 안고 뽀뽀할 때면 아이가 둘이라 참 좋구나, 둘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행복이지 싶다.

물론 처음에는 아이가 둘이라 너무너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 아이 둘 다 울면 누구부터 안아줘야 하나 괴로웠다. 첫째는 사랑을 빼앗겼다고 생각할까 봐 미안하고, 또 둘째는 첫째 눈치 보느라 대 놓고 사랑해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했다. 또 오빠 장난감만 뺏는 둘째 데려오랴, 엄마만 안 보였다 하면 동생 때리고 밀어버리는 첫째 신경 쓰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디 한번 놀러 가려고 해도 첫째 짐, 둘째 짐 다 챙기려니 “이사를 가는 게 빠르겠다”라는 소리가 나올 지경. 경제적인 부분도 그랬다. 쓸 돈은 더 늘었는데, 아이들 육아하느라 벌어오는 돈은 반으로 줄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지금은 괜찮다고, 키울만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를 보니 웃음이 난다. 둘이 좋으면 셋째 계획은 어떻냐고? 절대 없다.^^(아이 셋 부모님들, 진심으로 존경한다.)

*정가영은 베이비뉴스 기자로 아들, 딸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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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 2018-09-03 09:22:20
저는 아이가 넷인데 키우기는 힘들지만 아이들끼리 싸우지 않을때 너무 좋아요 그 모습에 소소한 행복을 함께 값진 시간을 합니다

poren**** 2018-08-28 16:18:41
유경험자의 여유랄까요?
확실히 차이가 있구
여력있음 셋째두 낳고프다는요~~ㅎㅎ

rha58**** 2018-08-23 13:55:47
저 셋이요~ 막내랑 나이차이가 나다보니,
동생을 이뻐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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