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루 중 아이가 하원하는 시간이 가장 긴장된다. 돌아오자마자 찾을 먹거리 준비나 겨우 치워 놓은 집을 어질러 놓을 거란 생각에 마음이 먼저 바쁜 탓도 있지만, 요새 들어 툭하면 여기저기 다쳐 오는 아이 때문에 ‘오늘은 무사할까’ 싶은 마음 때문이다.
흥도 넘치고 힘도 넘치는 시기이다 보니 아무리 잘 보고 있어도 여기 쿵 저기 쿵 부딪히기 일쑤이고, 위험한 것들은 모조리 치우고 숨겨도 마치 다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멍들고 긁히는 것이 일상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아이만 지켜보고 있을 수 없는 어린이집에서는 오죽할까. 제대로 보지 못해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하는 선생님께는 괜찮다, 정말 괜찮다고 애써 손사래를 치지만 아무리 작은 상처라도 내 아이에게 생긴 것을 보는 엄마 마음은 솔직히 편할 수만은 없다.
그래도 저 혼자 놀다 다친 것들은 아이도 돌아서면 잊고 나 또한 이제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그런데 가끔 친구와 다투는 과정에서 상처가 생겨 오면 아이도 나도 마음까지 다치는 느낌이다.
얼마 전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색칠 놀이를 하다 친구의 색연필을 빼앗았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본인의 색연필이 빼앗길 상황에 놓인 그 친구는 우리 아이의 손을 세게 물었고 이후 선생님이 제지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고 한다.
아이들끼리 다툼이야 지금껏 겪은 일보다 앞으로 겪을 일이 더 많을 테고, 서로 뺏고 빼앗기는 일쯤이야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로 물거나 꼬집는 아이들은 꼭 같은 행동을 반복했던 경험이 있어 유독 신경이 쓰였다.
잇자국이 선명한 아이의 손을 보고 있자니 아이가 어린이집에 처음 등원하던 날이 생각났다. 처음 엄마 품을 떠나 한 시간 남짓 원에 다녀온 아이는 등원 첫날부터 같은 반 친구에게 물려 왔다. 당시 아이를 문 친구의 엄마는 사과하고 싶다고 연락처까지 물어왔으나 우리 아이 역시 언제든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런 작은 일로 문제 삼고 싶지 않았다.
◇ 아이들 모습 뒤에는 반드시 어른들의 일그러진 행동이 있더라
그런데 이번에도 그 친구였다. 유독 한 아이가 반복해서 무는 행동을 한다는데, 더욱이 지난번보다 더 깊은 상처가 아이 몸에 생겼는데 정말 이번에도 모르는 척 지나가는 것이 현명한 일인 걸까?
친한 친구 아이의 경우 유치원에 다니는 같은 반 원생 중에 정말 심각하게 매일 친구들을 돌아가며 무는 아이가 있었다고 한다. 그 친구는 엄마들이 함께 유치원에 건의를 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러 결국 퇴소를 했다고.
그때 나는 “그럼 친구들 문 그 아이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라는 질문을 가장 먼저 했다. 아이 엄마 입장에서 혹시나 우리 아이가 그런 상황에 놓인다면 ‘무는 편보다 차라리 물리는 편이 낫겠다’라는 말도 했다. 그런데 막상 내 아이가 똑같은 일을 당하고 보니 차라리 당하는 편이 낫다는 말도 이제 쉽게 나오지 않는다.
아직 서로 말조차 통하지 않는 어린아이들끼리의 다툼이(사실 거창하게 다툼이라고 표현하고 싶지도 않지만) 어차피 겪어야 하는 성장과정이라면 엄마 입장에서는 최대한 후유증이 남지 않는 방법이면 좋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물거나 할퀴고 꼬집은 상처들은 오래가기도 하지만 잘못하면 흉터까지 남기 때문에.
유독 물거나 던지거나, 침을 뱉는 등의 거친 표현으로(아이들은 어떤 폭력적인 방법으로 화를 풀어내는 시기가 있다) 시작한 아이들은 꽤 오래 같은 방법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여 더 걱정스럽기도 하다. 우리 아이도 장난감 던지는 행동을 멈추기까지 반 년이 넘는 기간이 걸렸다.
막상 우리 아이가 먼저 친구를 괴롭히던 입장이었을 당시에는 다른 엄마들 눈치 보기에만 급급해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혹은 내가 어떤 행동을 잘못하고 있는지 돌이켜볼 새가 없었다.
천천히 돌아보면 이러한 모습들 뒤에는 반드시 어른들의 일그러진 행동이 본보기가 되어 있더라. 그러니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가해나 피해, 사과와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부모, 선생님을 포함한 주변 어른들 모두 냉정하게 자신의 행동부터 살피고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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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또한 안그러라는 보장이 없구요..
본보기가 될 수있는 엄마가 되어야 겠어요.
정말 물려오면 속상할것 같아요.
아기가 있어서 그런지..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ㅜㅜ
제가 피해자라면.. 저도 그냥 넘어가야할까요...?
ㅎㅎㅎ.. 생강 많아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