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세요, 육아 아빠도 때가 있습니다
[주부아빠의 독립육아] 잠시 멈추고 아이와 추억을 만드세요
육아 아빠도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도 언제까지나 아빠에게 놀아달라고 떼를 쓰지 않습니다.
저의 경험에 의하면, 아이들이 아빠에게 놀아달라고 하는 시기는 그리 길지가 않았습니다. 아이가 아빠라는 존재를 인식하는 생후 몇 개월 후부터 8살 전후까지입니다. 아이들이 아빠들에게 "놀아줘!"라고 말을 하기 시작한 때인 3~4살부터 계산하면 대략 4~5년입니다.
아이들이 놀아달라고 떼를 쓰면 아빠들은 난감합니다. 주말에 좀 쉬고 싶지만, 아이들은 아침 일찍부터 아빠를 깨웁니다. 놀아달라고. 아빠들은 이런 생활이 마치 평생 계속될 것처럼 생각합니다. 그래서 말합니다.
"귀찮아, 저리 가!"
"아빠 자는 거 안 보여?"
그렇게 아이들을 뿌리칩니다. 귀찮기도 하고 힘이 드니까요. 그런데 아이들이 아빠를 귀찮게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을 해보세요.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주말에 하루 종일 시체놀이를 하고 평일에 쓸데없는 술자리로 아이와의 시간을 스스로 줄인 걸 후회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후회는 일시적이지 않습니다. 평생 갑니다. 왜냐하면 아이와의 추억의 시간은 한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사람은 인생을 살면서 많은 실수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같은 시간을 두 번 살 수 없으니까요. 아이들이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빠들은 그제서야 후회를 합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많이 놀아주고 추억도 쌓을걸.'이라고요. 그때는 정작 일도 바쁘고 힘들어서 달려드는 아이들을 뿌리쳤지만, 지나고 나니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바로 그것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이어령 교수님이 쓰신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열림원, 2015년)라는 책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번은 어린 딸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 굿나잇 인사를 하러 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글을 쓰느라 돌아보지도 않고 건성으로 손만 흔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딸이 성인이 된 후에 먼저 죽고 나니, 그 순간이 몹시도 후회스럽습니다. 그는 만약 그런 기회가 다시 그에게 주어진다면 그때는 펜을 내려놓고 딸을 두 팔에 번쩍 안아올리며 굿나잇 키스를 해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30초면 족하다."라고요.
아이들이 아빠들을 찾는 시간은 의외로 길지가 않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우리 때보다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훨씬 빨리 성숙합니다. 초등학교만 들어가도 부모보다 또래 친구들을 찾습니다. "주말에 아빠랑 놀래? 친구랑 놀래?"라고 물으면 바로 "친구!"라고 말합니다. 그게 자연스러운 성장의 모습이기도 하고요.
참 아이러니하게도 아이가 아빠를 찾을 때는 아빠도 회사에서 가장 열심히 일을 할 때입니다. 직급도 어느 정도 올랐고 체력도 그나마 쌩쌩합니다. 이때 일에 더 '올인' 하면 승진도 빨리 하고 연봉도 더 오를 것 같습니다. 참 애매합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2013년)라는 영화에 보면 이런 장면이 있습니다. 대기업에서 엘리트로 인정받는 주인공 아빠를, 직장 상사는 오히려 한적한 지방으로 발령을 냅니다. 퇴근해서도 집에서 밤늦게까지 일을 하고 주말에도 자발적으로 출근하는 충성스러운 워커홀릭 직원을 말입니다. 이해할 수 없다는 주인공에게 상사는 딱 한마디를 합니다.
"시대가 바뀌었어, 시대가. 이제는 가정에 충실해."
그렇습니다.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우리나라도 과거 70~80년대처럼 고속성장의 시대가 아닙니다. 사회적으로도 점점 '워라밸'을 중시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습니다. 아빠가 일만 외치다가는 일과 가정 모두에서 외면당하는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아이가 놀아달라고 할 때는 잠시 멈추고 놀아주세요. 처음에는 피곤하고 힘들겠지만, 그 안에서 가족의 의미를 찾는 게 장기적으로 볼 때 현명합니다. 그런 노력과 시간은 최소한 무의미하게 낭비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모두 내 가족, 내 아내, 내 아이가 조금 더 행복해지는 일이니까요.
기억하세요. 육아 아빠도 때가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노승후는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STX조선, 셀트리온 등에서 주식, 외환 등을 담당했으며 지금은 일하는 아내를 대신해 5년째 두 딸을 키우며 전업 주부로 살고 있습니다. 일과 가정 모두를 경험해 본 아빠로서 강연, 방송, 칼럼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아빠, 퇴사하고 육아해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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