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할 때와 책 읽을 때, 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게임 할 때와 책 읽을 때, 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 칼럼니스트 권장희
  • 승인 2018.10.0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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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육아 지혜바구니] 우리 아이 공부 잘하는 두뇌 만들기②
게임 할 때와 책 읽을 때, 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베이비뉴스
게임 할 때와 책 읽을 때, 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베이비뉴스

일본 도호쿠 대학의 신경정신과 모리 아키오 박사는 게임이 아이들의 학습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하였다. 그는 머리에 128개의 전자극 장치를 한 후 게임을 할 때와 책을 읽을 때 뇌는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과학적으로 연구하였다. 그의 연구 결과는 「게임 뇌의 공포」(사람과책, 2003년)라는 책을 통해 소개되기도 하였다.

게임을 할 때는 학습을 담당하는 두뇌 영역인 전두엽에 특별한 움직임이 관찰되지 않았다. 반면 책을 읽도록 했을 때에는 전두엽이 크게 활성화 되었다.

한 아이는 책을 읽고 있고 다른 아이는 게임을 하고 있을 때, 우리가 보기에는 게임을 하고 있는 아이가 책을 읽고 있는 아이보다 훨씬 더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실상 뇌에서는 게임을 할 때는 별다른 뇌 활동이 발견되지 않는다. 단순한 동작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우리 아이가 PC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을 때, 먼저 자신이 조작하는 캐릭터의 정보가 눈을 통해 전두엽으로 전달될 것이다.(1단계) 그리고 상대방 캐릭터의 정보도 동시에 전두엽으로 전달될 것이다.(1단계) 그러면 전두엽에서는 들어온 지식을 이해하고 정리하며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과정을 수행하려고 할 것이다.(2단계)

문제는 아이의 전두엽에서 화면을 분석하며 생각에 잠겨 있으면 게임 속의 캐릭터는 죽어버리고 만다. 상대방이 우리 아이의 생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을 하는 목적은 내 캐릭터를 죽지 않도록 살려내는 것이다. 따라서 전두엽에 1단계 인식이 되면 바로 손가락으로 명령이 가게 되고 자판을 부지런히 두드리거나 정신없이 화면을 터치하는 것을 반복하게 된다. 전두엽의 2단계와 3단계의 활동이 일어날 기회를 주지 않는다. 따라서 전자극 장치를 통한 뇌 영상에 전두엽 활동은 감지되지 않는다.

텔레비전으로 드라마를 볼 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드라마의 주인공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듣는다. 그러면 그 정보 또한 전두엽으로 전달된다.(1단계) 전두엽은 주인공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맥락을 살펴서 생각을 정리하려고 할 것이다.(2단계)

문제는 생각을 하려고 하는데, 이미 텔레비전의 화면은 바뀌었고 등장인물의 새로운 정보들이 전두엽에 도착했다.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의 맥락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생각을 멈추고 부지런히 1단계를 따라가야 할 것이다. 화면이 멈추어서 내 생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으로 가장 많이 하는 것 중의 하나 역시 영상을 보는 것이다. 빠르게 바뀌는 화면을 응시하고 있는 동안 아이의 뇌 곧 전두엽에서는 1단계에 몰입할 뿐 책을 읽을 때 나타나는 2단계(이해, 정리영역)과 3단계(표출, 지혜영역)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 토양에 문제 있는데 씨앗만 바꾸는 농부는 아닌지 

이러한 두뇌의 습관은 아이들이 공부를 하는 학습 환경에도 동일하게 반영된다. 집에서 엄마가 아이에게 ‘학습지’를 시킨다. 학습지를 공부하면서 정보를 머릿속에 집어넣고 있는 중이다. 전두엽에서 지식을 인지하고 확인하는 1단계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학습지가 끝나면 학습지를 치우고 텔레비전을 켜서 애니메이션을 보기 시작한다.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 것 역시 지금 아이의 전두엽에서는 1단계를 하고 있는 중이다.

텔레비전을 켜는 순간 아이의 뇌에서는 학습지를 통해 들어온 지식은 이미 사라졌다. 만일 아이가 텔레비전을 응시하면서도 머릿속으로 학습지에서 공부한 내용을 이해하려고 지식을 붙들고 있다면 그는 텔레비전을 보지 않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학교에서는 시험을 본다는 데 있다. 시험에는 학습지에서 본 문제와 동일한 문제가 나오지는 않는다. 조금이라도 응용되고 변형된다. 하다못해 숫자라도 바뀌어서 나온다. 그럼 아이는 전두엽의 2단계 활동을 작동시켜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이 문제를 연결하고 추론하며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정답을 찾아가야 한다. 그런데 2단계가 만들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아이는 똑같이 않은 문제라서 답을 틀린다. 

집에서 엄마는 아는 문제임에도 틀렸다고 매우 속상해한다. 아이 입장에서는 결코 아는 문제가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숫자가 바뀌어서 나왔는데 어떻게 내가 아는 문제인가?’ 이제 엄마는 생각해야 한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우리 아이 머릿속에 지식을 집어넣었고, 나도 집에서 학습지를 통해 다시 한 번 지식을 집어넣었는데, 왜 자꾸 틀리지? 만날 TV, PC, 스마트폰 앞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열심히 집어는 넣었지만 정리(이해)와 표출(지혜)이라는 전두엽에서의 2단계와 3단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구나!'

이렇게 깨닫고 처방을 찾아야할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엄마들은 다음과 같이 생각하고 처방한다.

'이 학습지는 효과가 없구나. 옆집 엄마 이야기를 들으니, 그 집 아이는 다른 학습지를 해서 10점이나 점수가 올랐다는데 우리 아이도 당장 학습지부터 바꿔야겠다.'

그리고 학습지를 바꿔준다. 바꾼 학습지를 했는데도 공부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또 다른 학습지를 선택한다. 결국 1단계만 반복하는 것일 뿐이다. 토양에 문제가 있는데 밭을 일굴 생각은 하지 않고 씨앗만 바꾸어 뿌리는 어리석은 농부와 같다. 

학원을 가도 마찬가지이다. 학원에서 선행학습 공부를 하는 것 역시 아이에게는 열심히 머릿속에 집어넣는 1단계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학원 문을 나서자마자 스마트폰을 꺼내 손에 들고 들여다보며 집으로 온다. 역시 아이 두뇌의 전두엽에서는 스마트폰의 정보를 확인하는 1단계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스마트폰을 보고 있거나 게임을 하고 있으면 엄마는 또 이렇게 잔소리를 한다.

“너는 왜 학교(학원)에서 집에 오자마자 컴퓨터(또는 스마트폰)를 켜고 있어?”

그러면 아이는 당당하게 대답한다

“엄마, 다 끝났어요!”

무엇이 다 끝난 것이란 말인가? 이제 겨우 1단계가 끝났을 뿐이다. 학교에서 그리고 학원에서 공부한 내용을 복습 노트를 통해 정리하고, 공부한 단원에 관계된 책을 읽으며 지식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2단계의 공부가 이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1단계만 반복하니 공부하는 뇌는 만들어질 수 없다.

◇ '공부하는 뇌'가 없다면 학습지·학원도 무용지물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에만 존재하는 과외가 있다는 말이 있다. 바로 ‘중간고사 특과’, ‘기말고사 특과’라는 것들이다. ‘특과’는 특별과외의 약자이다. 시험을 왜 보는가? 평소에는 지식을 집어넣는 1단계 뇌 활동을 주로 하기 때문에, 이제 시험범위를 주고 공부를 하라는 것은 2단계와 3단계의 ‘정리와 표출’ 과정을 통해 어떤 유형의 문제가 나와도 이해하여 맞히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공부하는 뇌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부모들은 급한 마음에 아이를 학원으로 보내 아이의 전두엽이 아닌 학원 선생님의 전두엽을 움직이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시험공부는 학원 선생님이 다 하신다. 시험에 나올 만한 중요한 것은 선생님이 정리해서 아이에게 주입하면 아이는 그것을 달달 외운다. 이것이 중간고사 특과, 기말고사 특과의 실상이 아닌가?

이렇게 남이 만든 지식을 외우는 것은 아이에게는 또 다른 형태의 1단계일 뿐이다. 시험이 끝나면 다 잊어버리는 지식이 되어버린다. 옛날에는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이 있었다. 선진국이 알고 있는 것 흉내라도 내야 먹고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남이 알고 있는 것을 흉내 내면 ‘저작권법 위반’이 될 뿐이다. 

공부의 1단계만 잘 해도 정답을 맞힐 수 있고, 좋은 내신 등급을 얻을 수도 있다. 그래서 명문대학 진학도 가능할 수 있다. 문제는 그렇게 명문대를 나와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대치동에서는 명문대 신입생들의 성적관리를 도와주는 주말 과외가 성행한다고 한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스스로 공부하는 두뇌를 만들지 못해 부모가 도와주기 위해 남의 전두엽을 가동시키는 과외공부를 다시 하고 있는 만화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텔레비전, 게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은 2단계와 3단계의 학습하는 두뇌가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2016년 일본 문부과학성은 초등학교 4학년 100만 명과 중학교 3학년 100만 명을 대상으로 생활환경을 조사하였다. 하루에 게임을 몇 시간 정도 하는지와 스마트폰을 몇 시간 사용하는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전국일제고사를 실시하여 게임과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결과는 분명했다.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 학생들과 4시간 이상 게임하는 학생 사이에 영어, 수학, 과학, 일본어 영역에서 각각 16점에서 17점까지 점수 차이가 났다. 스마트폰의 경우도 성적 차이는 비슷했다.

게임이나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공부하는 시간을 빼앗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게임이나 스마트폰을 하면서 두뇌가 1단계만 반복함으로써 학습을 하는 2단계와 3단계가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미디어 사용을 줄이고, 아이 스스로 무엇이 중요한지 찾아내고, 공부한 내용을 요약, 정리하고 자신이 직접 문제를 만들어볼 때, 전두엽에서는 2단계와 3단계 학습하는 뇌가 만들어진다. 학원을 찾는 것은 그 다음에 고려해볼 일이다.

*칼럼니스트 권장희는 교직생활을 거쳐 시민운동 현장에서 문화와 미디어소비자운동가로 청소년보호법 입법을 비롯해, 셧다운제도 도입,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활성화, YP활동(청소년스스로지킴이, 미디어교육활동) 개발 보급 등을 해왔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 중독예방을 위한 민간교육기관인 사단법인 놀이미디어교육센터를 설립해 기쁘게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 아이 게임절제력」, 「인터넷 게임세상 스스로 지킨다」, 「게임 스마트폰 절제력」,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를 구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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