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다, 우리 아이 꿈이 ‘공무원’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우리 아이 꿈이 ‘공무원’이 아니라서
  • 칼럼니스트 엄미야
  • 승인 2018.09.2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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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미야의 일하는 엄마의 눈으로] 무엇이든 '꿈이 있는 아이'가 좋다
잘 모르겠더라. 도대체 이 아이의 특기가 뭘까, 이 아이가 하고 싶은 게 뭘까. ⓒ엄미야
잘 모르겠더라. 도대체 이 아이의 특기가 뭘까, 이 아이가 하고 싶은 게 뭘까. ⓒ엄미야

큰아이가 초등학교 3~4학년쯤 되었을 땐가, 학교에서 장래희망을 적어오라는 숙제가 있었다. 숙제에 대해 별로 관여하지 않는 나지만 궁금해서 슬쩍 엿보니, 웬걸, 아이의 꿈은 ‘자취생’. 너무 웃기고도 신기했는데, 사실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이 엄마도 한창 사춘기일 때 집이 너무 싫었는데, 미처 ‘자취생’을 꿈꾸지는 못했지. 몰래 봤다는 사실만 아니면 정말 유전의 힘을 느끼며 뽀뽀세례라도 해주고 싶었다.

엄마들은 늘 궁금하다. 우리 아이가 잘하는 것이 뭘까, 무슨 소질이 있을까, 뭐가 되고 싶을까, 뭐가 되라고 가르쳐야 하나. 반면 아이들의 꿈은 꽤나 명쾌하다. 미취학 남자 아이라면 파워레인저나 공룡이 되고 싶어 하기도 하고, 여자 아이라면 시크릿쥬쥬나 패티(뽀로로에 나오는 등장인물), 또는 앰버(로보카폴리에 나오는 등장인물)가 되고 싶어 한다.

학교에 들어가면 여자 아이들은 피아노나 발레를 배우고, 남자 아이라면 태권도와 축구를 배운다. 아이가 뭐를 하고 싶은지 물어보는 과정은 대체로 생략된다. 어차피 물어봤자 판단을 잘 못하거나, 파워레인저나 되고 싶은 아이에게 대부분의 부모는 상의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 역시 여느 아이들처럼 수시로 하고 싶은 것이 바뀌는 아이들이었다. 게다가 큰아이는 엄마의 욕심까지 더해져 취학 이전에는 문화센터에서 미술, 발레, 온갖 놀이 프로그램들을 섭렵했고, 학교에 들어가서는 남들이 다 한다는 태권도, 피아노, 미술, 기타까지, 방과후 수업으로는 마술, 댄스를 오랫동안 했다.

하지만 중간에 하기 싫다고 하면 두말 않고 중단시켜주었고, 새로 하고 싶다는 것을 지지해주었다. 그러고도 잘 모르겠더라. 도대체 이 아이의 특기가 뭘까, 이 아이가 하고 싶은 게 뭘까.

우리는 아이에게 ‘잡기여왕’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엄미야
우리는 아이에게 ‘잡기여왕’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엄미야

◇ 언제든 변해도 좋아! 다만 꿈을 잃어버리지만은 않기를

그런데 초등학교 5학년이 지나자 신기하게 몇 가지 분야에 특정해서 스스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큰아이가 그 시점, 특히 관심을 보인 분야는 쿠킹, 댄스, 운동(유도, 피구)이었다.

그러고도 한동안 아이는 유도를 하다가 재미가 없다며 그만두기도 했고, 댄스도 힘들다고 심드렁해 하기도 했다. 피아노는 진즉에 그만두었고, 기타도 찔끔 배우더니 기타 두 대는 아이 방에 고이 모셔져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에게 ‘잡기여왕’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돌아보면 아이가 관심을 갖는 분야는 채 1년도 되지 않아 끊임없이 바뀌었다. 그것은 아마도 본인의 관심사이기도 하고, 주변의 환경, ‘친구 따라 강남 가기’도 하는 상황 등 다양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그 무수한 선택과 포기와 경험 그리고 다시 본인의 선택으로 돌아오는 과정에 지불한 만만치 않은 수업료가 나는 아깝지는 않다.

그것은 아이가 꿈이 없는 아이보다는 그래도 이 꿈, 저 꿈, 끊임없이 꿈꾸는 아이이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그래서 파워레인저라도 앰버라도 아이의 꿈은 무엇이든 응원해주고픈 마음이기 때문이었다.

아직 우리 아이들의 꿈은 ‘정규직’이나 ‘공무원’이 아니다. 그래서 참 다행이다. 친구들과 어울려 춤 연습이나 하고 다니고, 무슨 과자를 만든다고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집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도, 퀭한 눈으로 엄마가 다니라는 학원으로 그저 하루 종일 밀려다니는 아이들이 아이어서 다행이다. 요즘 아이들은 ‘꿈’이 없다던데, 그래도 꿈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그래. 큰아이의 꿈은 ‘자취생’이었다. 얼마나 매력적인 장래희망인가. 그때도 지금도 엄마는 너의 꿈을 응원한다. 무엇이라도 좋아. 언제든 변해도 좋아. 다만 꿈을 잃어버리지만은 않기를.

*칼럼니스트 엄미야는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2학년 두 딸의 엄마다. 노동조합 활동가이자, 노동자 남편의 아내이다. “아이는 국가가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교육 추종자이며, 꿈이 있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은 따뜻한 낭만주의자이기도 하다. 현재 경기지방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 민주노총 성평등 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금속노조 경기지부 부지부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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