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 때부터 골목대장이었습니다. 사실 완전 1인자까지는 아니었고 1.5인자 정도 되었죠. 그런 성향은 사십이 된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다섯 살 된 딸과 놀이터에 가면 동네 아이들이 제 주변에 몰려듭니다. 덕분에 주변 부모님들은 갑자기 찾아온 '급이득'에 의자에 앉아 편히 그 상황을 구경하는 일이 종종 연출이 되죠. 아이들이 몰려드는 것이 불편하면 저도 안 할 테지만 별로 힘들지 않아서 그냥 그러고 놉니다. 저는 아이들과 놀아도 그리 힘들지 않거든요.
한번은 아이들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있습니다. 늘 그렇듯 제가 먼저 술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술래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대충 하는 법이 없습니다. 룰대로, 봐주지 않고 잡아들이죠. 크크크. 그런데, 한 다섯 살 남자 아이가 한 박자씩 늦게 움직이는 겁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고 돌아봤는데, 그제야 움직이는 거죠. 그래서 “너 움직였어!” 하고 말했더니 안 움직였다는 겁니다. 너무 당당하게 우기길래 한 번 봐주고 다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고 돌아보는데 또 그제야 움직이는 겁니다. 그래서 이번엔 진짜 너 움직였다고, 이리 오라고 말했죠. 그런데, 이 아이가 반항을 하는 겁니다. 자신은 억울하다는 거죠.
그러면서 자신이 무조건 맞으니 사과하라고 저에게 소리를 쳤습니다. 저는 잘못한 게 없으니 그럴 수 없다고 했죠. 그랬더니 저에게 사과하라며 달려듭니다. 남자 아이답게 주먹을 휘두르면서 말이죠. 사실 이런 행동은 좋지 않다며 훈육을 할 수도 있지만, 내 아이가 아닌데 훈육하는 것도 그 부모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으니 그러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그 아이랑 안 놀아주면 되거든요. 유치한 발상 같지만, 연애와도 비슷한 겁니다. 더 사랑하는 쪽이 약자죠. 지금 놀이터에서 저와 더 놀고 싶은 쪽은 그 아이라는 겁니다. 제가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아도 그 아이는 결국 저와 놀고 싶어서 저에게 사과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요.
제 예상대로 아이는 엄마의 손을 이끌고 제게 와서 사과를 하고서야 저랑 다시 놀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저도 미안하다고 하긴 했죠.
육아를 함에 있어 아이에게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유리한 육아를 할 수가 있습니다. 어린이뮤지컬 같은 것을 보러 가면 그런 것을 확 느낄 수가 있죠.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무대 위에서 자신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소리치면 아이들은 젖 먹던 힘까지 다 뽑아서 줄 것처럼 소리를 칩니다. 그 캐릭터를 좋아하고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으니까요.
우리 부모도 그렇습니다. 부모라고 다 사랑받고 인기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엄마 아빠의 인기도 차이가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내가 아이를 마음속으로 많이 사랑한다고 해서 아이가 날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짝사랑을 하는데 당연히 날 사랑해야 한다는 논리와 같습니다.
아이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행동을 많이 해서 인기도를 끌어올려 보세요. 그러면 화를 내서 해결하던 일도 작은 침묵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육아가 안 힘들 수 없지만, 확실히 덜 힘들어질 겁니다. 해보세요.
*칼럼니스트 이정수는 ‘결혼은 진짜 좋은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가며 살고 있는 연예인이자 행복한 남편, 그리고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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