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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피우는 그들의 당당한 이유

[차은아의 아이 엠 싱글마마] 어이없는 '유부남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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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녀의 사랑은?'그 다음'이 더 두려운 걸 아는 이가 몇이나 될까? ⓒ베이비뉴스
돌싱녀의 사랑은 '그 다음'이 더 두려운 걸 아는 이가 몇이나 될까? ⓒ베이비뉴스

"이제 너도 남자를 만나야 하지 않겠니?" "재혼 생각은 없어?" "이제 남자 좀 만나봐!"

나를 위로하듯 위해주는 듯 얘기하는 동네 언니들. 내가 연애해서 결혼하고 이혼하는 모든 과정들을 함께 겪은(?) 주변 언니들은 나를 볼 때마다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언제까지 혼자 지낼 거니?"라고 안쓰러운듯 말한다.

언니들의 얘기를 들으면 '음 그래. 이제는 만나야겠지?' 하다가도, 어느 순간 트라우마와 두려움이 더 물 밀듯 들어와 '무슨 남자야! 있으면 땡큐, 없어도 그만이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다가도 또 문득 문득 느껴지는 외로움의 원인이 남편이 없기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내 편에서 가끔은 나를 위해 배려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기분은 썩 괜찮겠다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면 '왜 나를 좋아하지? 나는 이혼하고 혼자 애를 키우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도 '그래 나에게도 좋은 점이 있을 수 있으니 나를 예뻐해주는 걸 거야' 한다. 하지만 또 이내 자격지심에 '지금 이혼한 사람이라고 쉽게 보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면. '이런 생각마저 신경 쓰는 게 피곤하다. 아~ 정말 나는 연애를 못하는 저질인간이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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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어느 날은 내가 좋다는 '그분'의 성의에 마음을 좀 열어볼까, 커피를 같이 마신 적도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유부남이였던 것이다. 아, 정말 입에서 욕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신 와이프가 너 이렇게 살고 있는거 알고 있니?"라는 말과 함께, 나는 내가 전 남편으로부터 받은 그 모멸감과 수치심, 여자로서의 초라함을 당신 와이프한테 주고 싶지 않다며 당장 꺼지라고 악다구니를 퍼부었다.

그런데 되레 이 남자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도 않고 당당히 나에게 말했다.

“내가 너랑 뭐 하재? 그냥 연락하고 지내자는 게 바람이야?”

더 기분 나쁘다는 듯이 얘기하는 저 머릿속이 심히 의심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런 인간을 두고 남편이라고 살고 있는 여자는 속에 '참을 인'자만 새기고 있는 걸까? 아니면 집에서는 쪽쪽 빨고 가정적인 남편으로서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걸까?

내 인생 나도 힘들어 죽겠는데 니네들 가정사까지 참견할 에너지는 없다고, 나는 싫다고 당당히 얘기하고 돌아오는 길에 며칠 전 동네 언니가 한 말이 오버랩 됐다. '바람은 걸린 사람과 안 걸린 사람으로 나눠진다'는 얘기에 회사 남자들이 격하게 수긍하는 걸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는 이야기 말이다.

하… 이게 뭐지? 왜 이렇게 세상이 변했을까? 그렇게 아이들에게는 무엇을 가르치며 무엇을 보여주려는 걸까? 이유야 정신의학적이든 가정환경 탓이든 찾아보면 수없이 있겠지만, 결국 그래봤자 요란한 바람 뒤에 오는 공허함과 허탈감은 그동안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걸까?

◇ 지금 나는 식어버린 치킨 두 조각이 더 좋으니까!

외롭다는 이유만으로 바람을 포장하기에는 너무 많은 이기심이 들어가는 것 같다. 바람을 피우는 사람도, 바람을 피우는 사람에게 상처를 당한 사람도 결국은 무엇이 그들을 그리로 끌고 갔는지, 당사자인 내 입장에서 너무도 슬픈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요즘에는 결혼한 사람보다 이혼한 사람이 더 많다고들 한다. 한 다리 건너서 알게 된 거래처 직원분의 이혼 스토리를 듣게 됐다. 아내가 바람을 피워서 이혼을 했다고 하는데, 갑자기 그 얘기를 듣자마자 우리는 전우애 아닌 전우애가 불끈 솟아올랐다. '과연 이 바람의 시작과 끝은 무엇이냐'며 심층토론 저리 가라 열변을 토하는 우리 둘의 모습은 무엇을 얘기하든 씁쓸하고 초라했다.

바람 피운 그 여자와 그 남자는 당당히 잘 먹고 애 낳고 잘 살고 있는데, 우리는 뭐가 두려서 이렇게 혼자 빙빙 돌면서 사람 만나기를 거부하고 겁부터 먹고 있는지. 이혼 후 모든 게 끝났지만 새롭게 시작하기에는 아직도 과거의 상처에 못 헤어나오는 걸 보면서, 이럴 땐 헛똑똑이 같은 내 인생이, 마음과 머리가 맘대로 되지 않는 내 자신이 답답하고 화가 나고 창피했다.

나는 아직도 누군가를 만나기에 두려움이 앞서는데 '그들'은 잘 먹고 잘 사는 걸 보면서, 계속 '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묘하게 약 오르고 짜증이 났다. 그렇다고 남자가 너무 그리워서 남자 없이 못 사는 성격도 아닌지라, '있으면 땡큐 없어도 그만'이라는 이 교만한 마음이 그래도 내가 덜 비굴하게 살게 해주는 건 아닐까 스스로 위안을 삼은 적도 있다.

돌싱녀의 사랑은 '그 다음'이 더 두려운 걸 아는 이가 몇이나 될까?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많은 나. 쓰라린 가슴 호호 불어가면서 아물기를 기다렸는데 희망을 생각하기도 전에 또 쓰윽 긁고 가버리고선 자기 탓 아니라고 뻔뻔히 얘기하는 저들을 생각하니, 내가 웃긴 건지 네가 웃긴 건지 모르겠다.

가정이 있는 남자들, 여자들은 제발 바람을 피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 생각 없이 하는 행동이 상대방에게는 평생 지우지 못할 트라우마라는 것은 알고 있으라고, 그것이 겉은 멀쩡한 상처투성이 어른으로 살게 한다는 걸 제발 좀 알고 있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며칠 전 뻔뻔한 유부남의 행동에, 나처럼 또 어딘가 숨죽여 가슴 치며 울고 있을지는 않을지 그놈 마누라의 마음속까지 참견하고 있는 나의 이 마음이 혼자 생각해봐도 참 씁쓸하고 어이없을 뿐이다.

유부남 사건 이후 오랜만에 맞은 휴일! 늦잠 자고 일어나서 어제 먹다 남은 치킨 두 조각을 씹어먹으면서 그날의 어이없는 상황을 곱씹어봤다. 돌싱녀의 외로움은 잠시 물러가고 식어버린 치킨 두 조각을 마음 편히 먹는 지금의 나의 모습에 묘한 희열감까지 느꼈으니, 나는 제법 똑바로 살고 있는 듯싶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게 행복이지 뭐가 또 행복이냐? 아무리 외롭더라도 유부남의 사랑은 필요없다. 지금 나는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편하게 혼자 먹는, 이 식어버린 치킨 두 조각이 더 좋으니까!

*칼럼니스트 차은아는 6년째 혼자 당당하게 딸아이를 키우고 있다. 시골에서 태어났지만 어설픈 아메리카 마인드가 듬뿍 들어간 쿨내 진동하는 싱글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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