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줄이 있어서 기차역에 갔습니다. 그런데, 가는 동안 좀 배 속이 부글부글해서 화장실에 들어갔죠. 요즘엔 좀 줄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화장실 문에 보기 흉한 낙서들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예전처럼 야한 것은 아니었고 정치적인 것이었죠. 뭐 그래도 성숙해진 낙서랄까? 아무튼 낙서가 있구나 하면서 보고 있었는데, 왼쪽 옆칸에서 청소하는 아주머니의 큰 소리가 들립니다.
"아니! 이런 걸 대체 누가 쓰는 거야? 아유! 잘 지워지지도 않고! 내가 이것 때문에 힘들어 죽겠어! 아유! 몹쓸 사람 같으니라고!"
어감이, 이 칸에 들어 있는 제게 하는 말 같았습니다. 마치 내가 낙서 중일 거라는 듯이 말이죠. 전 찔릴 것도 없었지만, 괜히 기분이 안 좋더라고요. 그렇게 끝나는가 싶더니 잠시 후 오른쪽 옆칸에서 다시 큰 소리로 방금 했던 말을 다시 하십니다. 화장실 전체에서 들을 수 있을 만한 크기로요.
그쯤 되니 이건 진짜 제가 낙서 중이라는 말처럼 들려서, 화장실에서 나와서 "여기서 그렇게 말씀을 하시면 사람들이 뭐가 됩니까?" 하고 되묻고 화장실을 나왔습니다. 사실 어떤 취지의 말씀인지 우린 압니다. 답답한 마음에 이 상황을 해결하고 싶어서 돌직구처럼 훅 마음을 던진 거죠. 그런데, 이 방법이 효과도 없을 뿐더러 피해만 만드는 방법이라는 거죠.
가장 효과적으로 방법이 뭐였을까요? 낙서를 빨리 없앨 수 있는 가장 편한 방법을 빨리 찾아내서 낙서를 지우는 것입니다. 어차피 그분이 뭐라고 한들 낙서를 하는 이들의 정신세계를 바꿀 수 없습니다. 결국 낙서는 생길 거고 아주머니는 계속 지워야 합니다. 그러니 그 낙서가 스트레스가 된다면 그 낙서를 빨리 눈에서 쉽게 안 보이게 하는 방법을 쓰면 된다는 거죠.
◇ 쉽고 '심플'하게 가세요 그게 답입니다
우리 부부 사이도 그렇습니다. 화장실에서 남편이 서서 소변을 봐서 소변 자국이 생긴 게 불편하면 물을 뿌리면 됩니다. 물론 남편이 앉으면 해결될 일이지만, 그게 쉽게 고쳐지지 않잖아요.
아이가 티비를 많이 보는 것이 불만이면 집에 티비를 없애면 됩니다. 티비는 그냥 두고서 아이에게 왜 그렇게 티비를 많이 보냐고 화를 내는 것은 오히려 억지라고 볼 수 있죠. 배고픈 상태에서 맛있는 음식이 앞에 있는데 어떻게 안 먹습니까? 아이와 잘 못 놀아주는 배우자에게 왜 아이와 못 놀아주냐고 따지기보다는 그냥 둘이 놀 수 있는 게임을 알려주거나 놀이터에 같이 나가면 됩니다.
쉽고 '심플'하게 가세요. 그게 답입니다. 부부 사이 문제의 원천은 사람에게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사람을 고치려고 하면 정말 많은 시간을 불행하게 보내야 합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불행한 시간을 보냈지만, 고쳐지지 않는다는 거죠.
그러니 그럴 필요 없어요. 문제를 만났을 때 내 마음이 편해질 쉬운 방법을 찾으세요. 그렇게 하면 불행의 시간을 줄일 수 있고, 그 줄어든 불행의 시간만큼 행복이 채워질 겁니다. 그 행복은 다시 다음 날의 행복으로 이어지고요.
내가 화난 것을 보여주기 위해 냉랭한 분위기로 하루를 보내면 다음 날도 뻔합니다. 오늘 인상 썼는데, 어떻게 다음 날 바로 활짝 웃을 수 있겠어요. 오늘의 미소가 내일의 파안대소가 됩니다. 쉽다고 나쁜 것이 아닙니다. 너무 진지하고 심각하게 접근하지 마세요. 부부는 좀 쉬워야 합니다.
*칼럼니스트 이정수는 ‘결혼은 진짜 좋은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가며 살고 있는 연예인이자 행복한 남편, 그리고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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