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 안 가려고 하는 아이
유치원에 안 가려고 하는 아이
  • 칼럼니스트 김영훈
  • 승인 2018.11.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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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의 두뇌훈육]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

Q. 47개월 여아를 둔 워킹맘이고, 친정엄마가 아이를 돌봐주고 있습니다. 최근에 유치원에 다녀온 아이가 할머니에게 별일 아닌 일로 짜증을 내고 울고 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아이에게 왜 그런지를 물었더니 "난 유치원에 친구가 없어. 혼자야. 유치원에 가기 싫어."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유치원 다니면서 '월화수목금토일'을 세면서 '토일'이 왔으면 좋겠노라고 노래를 부릅니다. 유치원에 가지 않는 날이라서 그렇다고 하네요.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A. 47개월 아이는 또래 친구들과 노는 것을 즐거워한다. 그렇기 때문에 친한 친구가 없으면 스트레스를 받을 뿐 아니라, 유치원 다니는 것도 재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아이에게 처음 시작하는 유치원은 낯선 장소이다. 따라서 아이에게는 불안과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가능하면 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그런 불안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아이는 독립에 대한 두려움이 있으며 분리불안을 느끼는 나이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부모와 떨어져 있는 것을 힘들어할 수 있다. 발달전문가들은 36개월이 되면 이러한 분리불안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동반하지 않고 사설기관에 다른 아이들과 잘 지낼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처음 적응할 때만 그렇지 독립적으로 유치원에 다닐 뇌의 준비는 이루어진 상태인 것이다.

부모는 유치원서 아이들과 노는 즐거움과 기쁨을 강조하여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유치원에 처음 다닐 때는 낯선 환경에 대한 불안부터 없애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에게 익숙한 장난감이나 동물 인형을 가지고 가면 아이가 유치원과 집을 쉽게 연결할 수 있다.

부모가 아침저녁으로 유치원 교사와 아이의 일상생활에 대해 상세하게 정보를 교환하는 일도 필요하다. 아이의 잠자는 습관, 밥 먹는 습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성격, 사소한 문제들, 약점, 앓고 있는 병 등을 자세히 교사가 알게 되면 아이와 빠른 시간 내에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유치원에 가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부모와 같이 동반해서 가거나 외적보상으로 구슬러서라도 일단 유치원은 매일 가야 한다는 인식이 심어져야 한다. 아이가 아프거나 하면 가끔 빠지는 것은 가능하지만 가기 싫다고 유치원에 안 보내게 되면 점점 감당이 안 될 가능성이 높다. 유치원에 갔더니 즐겁고 재미있더라는 경험이 쌓여야 한다. 다니다보면 아이는 유치원에 다니는 것을 즐거워할 것이다.

◇ 뇌과학적 의미

보육시설에서 주로 생활하는 아이들의 코르티솔 농도가 높다는 보고가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는 자체적이고 자연적인 기복을 보인다. 코르티솔 농도는 아침에 가장 높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한다. 하지만 어린이집에 맡겨진 5세 이하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코르티솔 농도가 시간이 가면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아이들이 다시 부모와 만나자마자 스트레스 수치가 크게 낮아졌다. 아이들 중 91%는 어린이집에서 코르티솔 농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가 다시 부모와 만나자마자 스트레스 수치가 크게 낮아졌다. 아이들 중 91%가 어린이집에서 코르티솔 농도가 높아졌고, 그중 75%가 집에서 돌아온 후 떨어졌다는 보고도 있다.

한편 어린이집에서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아이들은 혼자 노는 아이들보다 코르티솔 농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아이에게는 유치원에서 다른 아이들과 잘 노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공격적이며 친구들과 사이좋게 어울리지 못하게 된다.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피질자극호르몬방출인자(CRF)의 농도가 높아지고 긍정적인 각성 화학물질인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의 분비가 차단되기 때문이다. 또한 오피오이드가 감소하면서 ‘반대세력’인 아세틸콜린이 활성화된다. 아세틸콜린이 적당할 때는 머리가 맑아지고 집중력이 높아지지만 다량으로 분비되면 분노, 적개심, 불안을 느낀다.

부모는 유치원에서 돌아온 뒤 부드럽고 다정한 접촉으로 아이의 오피오이드와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시켜주어야 하며 어린이집에서도 친구들과 원만하고 행복하게 지내야만 코르티솔을 줄일 수 있다.

스트레스의 뇌 ⓒ김영훈
스트레스의 뇌 ⓒ김영훈

◇ 양육 솔루션

▲부정적인 기억을 극복하라. 부정적인 기억은 편도체가 기억하기 때문에 오래간다. 부정적인 기억을 극복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한 가지는 부정적 기억을 다시 상기하여서 그런 상황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거나 부정적인 기억을 별거 아닌 것으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그렇게 된 상황을 설명하고 이유를 말해줘야 한다.

또한 교사가 아이의 편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아이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구체적인 행동을 해주어야 한다. 다른 한 가지는 부정적인 기억을 덮기 위한 긍정적인 기억이 4배 이상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기억은 오래 가지 않기 때문에 여러 번의 기억이 필요하다. 친구들과 같이 노는 4번 이상의 기억을 만들어주어야 부정적인 기억이 덮어지는 것이다

▲친한 친구와 개인적인 시간을 갖도록 하라. 친한 친구를 집으로 데려와서 둘이 노는 시간을 만들어보아라. 친구 부모와 친해져서 부모끼리도 친해질 수 있다면 아이는 더욱 안정감을 느낄 것이다.

집 안에서 다양한 놀이를 함께 하다보면 이를 매개로 친구와 쉽게 친해질 수 있다. 아이가 사귀고 싶어 하는 아이와 같이 노는 시간을 마련해주어라. 집에서 마련해도 좋고 유치원에서 재미있게 놀 경험을 만들어주기 위해 유치원교사에게 부탁할 수도 있다.

▲아이가 유치원에 가기 싫어하는 것은 일시적인 적응기간으로 생각하라. 유치원에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친구가 있고 유치원교사가 관심을 가져준다면 아이는 유치원에서 지내는 것을 좋아하게 된다.

처음에는 낯설고 불안정하겠지만 다른 아이와 친해지고 유치원교사와 친해지고 익숙해지면 아이는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최소한 3개월은 지나야 적응이 가능하다. 그때까지는 유치원에서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집에서라도 아이에게 따뜻하게 대해주고 재미있게 지내도록 하라. 아이가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주고 하여 집에서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하여야 한다. 이렇게 하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회복탄력성이 높아져서 유치원에서도 자신감 있고 자존감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아이가 새로운 것에 거부감을 느낄 때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연결시켜주어라. 예를 들어 찬찬히 설명하거나 가능한 한 추상적이지 않은 언어를 사용해서 말이다. 그렇게 아이들의 호기심을 일깨울 수 있다면 그 다음에는 호기심이 스트레스를 몰아낸다.

호기심이 생기면 두뇌에서 도파민 분비가 촉진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리불안 시스템은 아이의 전두엽이 발달하면서 점차 억제된다. 아이는 자라면서 책을 읽거나 TV를 시청하는 것처럼 기분 전환하는 법을 배운다.

▲아이의 분리불안을 인정하라. 4세 아이라도 여전히 분리불안을 느낄 수 있고 오랫동안 부모와 떨어져 있는 것을 힘들어할 수 있다. 따라서 아이가 부모와 얼마나 오래, 얼마나 자주 떨어져 있어야 하는지, 그리고 누구에게 아이를 맡길 것인지 결정을 할 때는 항상 아이가 느낄 감정적 고통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아이 뇌의 GABA체계는 부모와 떨어지는 것 같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연구에 의하면 어릴 적 부모와 격리된 경험은 불안시스템에 변화를 가져온다고 한다.

▲오랫동안 우는 아이를 달래라. 어떤 부모는 우는 아이를 달래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을 일종의 스트레스 예방접종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스트레스 예방접종은 아이를 알맞은 정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두고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처음 수영장에 데려간 아이를 물에 살며시 담가보는 것처럼 말이다. 아이가 오랫동안 우는 것이 단지 스트레스를 적당히 경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듣는 기술을 가르쳐라. 양쪽의 차이점을 잘 듣고 아이에게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게 한다. 아이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게 하라. 그래서 아이 스스로 자기가 어떤 감정의 상태인지를 알게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네가 그 장난감을 가지고 싶은데 다른 친구가 가지고 놀아서 너는 상당히 화나 있구나" 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스스로 해결하게 한다. 행동이 아닌 질문이나 말로 갈등을 해결하도록 유도하자.

▲차분하게 작별인사 하라. 작별을 할 때는 살짝 뽀뽀 한 후 시간을 끌지 않아야 아이를 안심시킬 수 있다. 부모가 불안해하면 아이는 눈치가 빠르기 때문에, 그것은 곧 아이의 불안을 부추기게 된다. 사실 아이들은 대부분 유치원에서 행복하게 지낸다. 그러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도 기쁜 마음으로 등원할 것이다.

▲서로 나누도록 도와주어라. 아이들은 장난감이 자기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따라서 친구가 오기 전에 아이가 좋아하는 것은 치워놓고 같이 놀 수 있는 것을 꺼내놓아라. 그림도구, 종이찰흙, 인형집이나 불록이 같이 나누기 좋은 장난감이다.

장난감 두 벌을 준비하는 것도 좋으며 공처럼 싸우지 않고 가지고 놀 수 있는 것도 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차례를 지키게 하는 것이다. 타이머를 준비하였다가 벨이 울릴 때까지 가지고 놀라고 하고 그다음은 다른 아이가 놀게 하는 식으로 차례를 지키는 것을 가르쳐주자.

*칼럼니스트 김영훈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소아신경과 전문의로 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한국두뇌교육학회 회장과 한국발달장애치료교육학회 부회장으로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이가 똑똑한 집, 아빠부터 다르다(2017)」, 「4-7세 두뇌습관의 힘(2016)」, 「적기두뇌(2015)」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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