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적인 아이의 비독립적인 '스크린타임'을 꿈꾸며
독립적인 아이의 비독립적인 '스크린타임'을 꿈꾸며
  • 칼럼니스트 이은
  • 승인 2018.11.21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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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육아인류학] 미국 유학생 엄마의 육아이야기

막 돌이 지난 둘째 아이가 TV에 귀여운 아기 동물들이 나오자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미소 짓는다. 아직 TV를 보여주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지만 오빠를 워낙 좋아하는지라 오빠가 가는 곳은 어디든 등장하니, 큰아이가 TV를 보려고 자리를 잡고 앉으면 작은아이 역시 근처에서 떠날 줄 모른다. 작은아이 때문에 큰아이까지 TV를 전혀 못 보게 할 수는 없으니 자연스럽게 작은아이도 TV 시청에 동참한다.

큰아이는 노트북이나 아이패드 같은 기기들도 자주 사용한다. 특히 한국에 있는 외가 식구들과 거의 매일 화상 채팅을 하기 때문에 두 아이 모두 아이패드 앞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큰아이의 경우, 가끔은 엄마 휴대폰을 집어들고 이모와 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한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비디오 게임에 엄청난 호기심을 느끼기 시작하고, 혼자 찍은 오묘한 취향의 비디오를 편집해보고 싶다는 큰아이의 호기로움에 태블릿PC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아이의 시간은 점점 늘어만 간다.

하지만 아직 한국 나이로 미취학 아동인데다가 스크린 앞에 앉아 있다 보면 근시가 될까 싶어서 될 수 있는 대로 그 시간을 줄여보려 노력한다. 게임은 일주일에 하루만 정해서 두세 시간씩 할 수 있게 해준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시간이었지만 게임 방법을 겨우 익히고 이제 무언가 좀 해볼 만하면 타임아웃을 외치는 엄마에게 보내는 아들의 애처럽고 처절한 눈빛에 무너져내리고 말았다.

그래서 마음 한켠이 아직도 가끔은 찜찜하지만 일주일에 하루, 주말을 이용해 “자, 마음껏 게임 해봐!” 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다만, TV 시청이나 태블릿PC를 이용한 기타 활동은 최대한 제한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대신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나 블록 쌓기, 만들기와 같은 활동을 독려한다. 어쩌다 생기는 빈 상자나 화장지 심 등은 절대 버리지 않는다. 큰아이에게는 훌륭한 놀이 재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당장 처리해야 할 급한 일이 있거나 아이가 다른 놀이를 하고 싶어하지 않을 때는 결국 TV나 인터넷 동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게 할 때가 생긴다.

미국의 많은 가정들도 '스크린타임'(Screen Time), 디지털기기 등의 화면에 아이들을 얼마나 노출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

2018년 2월 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0세에서 8세 사이의 아이들이 태블릿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미디어 시청을 하는 평균시간은 2013년에서 2017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했다. 2013년에는 15분 정도의 시간을 보내던 아이들이 현재는 하루 평균 50분에 가까운 시간을 모바일 기기 앞에서 보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통계치가 0세 아이들부터 포함한다는 점이다. 좀 더 많은 나이의 아이들은 실질적으로 이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스크린타임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소아과 연구에 따르면, 지나친 스크린타임은 아동의 수면장애와 소아비만을 유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서불안의 가능성까지 높인다고 하니 부모로서 염려되고 걱정할 수밖에 없는 이슈인 셈이다.

◇ 무조건적인 제한보다는 “얼마나 적절하게”가 더 중요

엄마의 노트북을 차지한 작은 아이. 영상을 보고 있던 엄마는 영상을 끄고 워드 파일을 열어준다. ⓒ이은
엄마의 노트북을 차지한 작은아이. 영상을 보고 있던 엄마는 영상을 끄고 워드 파일을 열어준다. ⓒ이은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모든 스크린타임이 모두 질적으로 같은 것인지에는 의문이 든다. 실제로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일부 교과과정에는 시청각 자료의 활용이 자연스러워졌고, 교과서 대신 태블릿PC를 이용하는 경우도 이전보다 보편적인 것이 돼가고 있다. 스크린타임을 무조건적으로 제한하기에는 어려운 상황도 자주 찾아온다.

이제는 무조건적인 제한보다는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적절하게”가 더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나 역시 우리 가족만의 원칙을 만들어서 지키려고 노력 중이다. 우선 스마트폰은 엄마의 폰을 이용하게 하는데, 한국에 있는 이모에게 메신저를 이용해서 간단한 메시지를 보낼 때, 화면은 보지 않고 음악을 들을 때, 사진을 찍을 때만 사용하게 한다. 태블릿PC는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게임을 하거나 한국 친척들과 영상통화를 할 때만 사용할 수 있다.

PC나 TV 등으로 영상을 시청하는 것은 아이의 요구와 스케줄에 따라 유연하게 시간을 적용하는데, 다만 될 수 있으면 아이와 함께 원하는 주제의 동영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적어도 같이 찾아보려 한다. 시간이 더 있을 때에는 그 동영상을 같이 보고, 또 보고 난 후에 동영상에 관해서 사소한 것이라도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아이와 함께 무언가를 공유했다는 느낌이 더 강해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스크린타임에서 파생되는 문제는 스크린타임 자체라기보다는 소통이 결여된 상태로 장시간을 혼자 보내게 되는 일방향적인 수용 때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때로는 아이가 고른 동영상을 보면서 말이 안 되는 장난도 쳐보고, 엄마가 고른 동영상이 재미없다는 비판도 받아보고, 또 아빠와 엉뚱한 동영상도 만들어보면서 아이는 태블릿 기기뿐만 아니라 엄마와의 시간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아이는 여전히 엄마가 바쁜 틈을 타서(아무래도 이때 더 흔쾌히 바로 볼 수 있게 해주는 경우가 많으니) TV와 동영상을 볼 기회를 노리고는 있지만, 아직은 아이 혼자만의 스크린타임은 피해보려고 계속해서 노력 중이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지만 오빠가 웃으니 따라 웃는 동생이라도 옆에 있으면, 아이는 어린 동생에게 “오빠가 무슨 뜻인지 설명해줄까요?” 하면서 동생을 끌어안는다. 둘째가 스크린을 못 보도록 안아 오려던 나는 그럴 때면 잠시 첫째와 둘째가 함께하도록 놓아둔다. 독립적인 어린이로 자라길 희망하지만 아직 스크린타임 독립은 유예시키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아이가 더 자랄수록 스크린타임 통제가 더욱 어렵고 더 복잡하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지금은, 아직은, 스크린에서 본 무언가를 기억할 때 “누구”와 “함께” 봤던 추억으로 기억하길 바란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 큰아이를 키웠고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순간순간으로 이미 성장해 가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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